한미 동맹 강화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5월29일 발행된 한국 국채 금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방미 2주 후 발행된 외국환 평형 기금채권(외평채)이 표면 금리 4.25%, 미국 국채(TB)에 대한 가산금리 0.92%의 아주 좋은 조건으로 발행됐다.
외환 위기 때인 98년에 같은 조건의 외평채가 표면금리 8.875%에 발행됐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사이에 절반의 금리로 해외시장에서 국채 발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북한 핵 문제로 불거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노 대통령 취임 초기인 지난 3월말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고 한미 공조체제가 흔들릴 때 외평채 가산 금리는 2%까지 치솟아 한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고조됐었다. 외평채 금리는 3월13일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고비로 한풀 꺾였고, 그 후 정부가 대미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면서 불과 두 달 사이에 무려 1%의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한 것이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상호 신뢰를 확인함으로써 지난해 대선 이후 한미 동맹관계의 균열에 대한 뉴욕 월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정상회담 후 부시 대통령이 기자 회견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느낀다”며 “한국이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한국에 대한 국제신인도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월가의 많은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동맹의 균열을 걱정해왔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이사는 “북한 문제로 인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 틈새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양국 간 경제관계가 유지되려면 반세기 동안에 밀접하게 유지돼 왔던 한미 관계가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북한 핵 문제와 한미 갈등이 고조된 3월에는 한국물이 기피대상이었다. 3월7일 북한이 동해 상에서 미사일 시험을 재실시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직후 일본 니케이 지수를 한때 8,000 포인트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동아시아를 시작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연쇄적으로 긴장시켰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간을 다투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 이슈가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을 자극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 뉴욕 월가에 돌았던 시나리오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시점에 북한이 영변 핵발전소를 가동, 재처리에 돌입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북한의 핵 재처리는 국제사회가 규정하는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서는 것이다. 전쟁 가능성이 1%에 불과해도 시장에서 판단하는 리스크는 엄청나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빨리 인식하고 진정시키려고 노력했고,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4월14일 정부는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한국 경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팀장으로, 반기문 대통령 외교담당보좌관,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이 참석, 신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해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제 및 정치상황, 북한 핵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 경제 안정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엔 외환 위기 이후 많은 외국 자본이 들어와 있고, 증권시장 경우 시가총액의 35%, 정부와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거래가능 주식의 3분의2를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자본의 국적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주장이 있지만, 어느 국가의 대외 관계가 삐걱거릴 때 자본은 소유자의 국적에 따라 움직이는 성질을 띠고 있다.
한국에 들어가 있는 외국 자본은 한미 갈등이 깊어질 때 워싱턴의 눈치를 보고, 한국 국적의 자본도 이에 민감하게 동요한다는 사실은 지난 3월 이미 입증된바 있다. 그래서 정치가 잘돼야 경제가 잘 되고 거꾸로 경제가 좋아야 국민들은 정치를 잊게 되는 것이다.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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