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버몬트주는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길가에 빌보드 세우는 것을 일체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조악한 광고판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주민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된 것과는 달랐다. 자동차를 집어든 킹콩부터 양탄자를 쳐든 지니까지 기기묘묘한 대형 조각물들이 길 주변을 메우기 시작했다. 광고를 못하게 된 자동차 회사와 카펫 가게 주인들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원래 의도하지 않은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the law of unintended consequences)이라고 부른다. 이 법칙에 가장 먼저 주목한 사람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다. 그의 대표작 ‘국부론’은 분업의 중요성과 함께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개인의 행위가 사회적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안심하고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이나 술집 주인, 푸주간 주인이 마음이 좋아서가 아니라 각자가 자기 이익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진리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결과가 뜻밖에 좋게 나타난 경우지만 실상은 그 반대가 더 많다. 1692년 영국 의회는 고리대금을 막는다는 구실로 최고 금리를 6%에서 4%로 낮추는 법안을 상정했다.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의 하나는 철학자 존 로크다. 금리를 강제로 낮추는 것은 자금의 흐름을 막아 돈을 구하려는 사람만 골탕 먹게 만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생계비 보장을 위한 최저 임금제나 렌트비 폭등을 막기 위한 렌트 규제 등은 모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소개할 때 자주 인용되는 예들이다. 최저 임금을 높이면 높일수록 고용주들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그 결과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렌트를 묶어 놓으면 놓을수록 건물주들은 건물을 돌보지 않고 따라서 도시는 지저분해진다. “렌트 규제는 융단 폭격을 제외하고는 도시를 엉망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과 함께 경제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주범의 하나는 통계 수치의 이중성이다. 대다수 경제 수치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달러화의 하락은 좋은가 나쁜가. 수출업자에게는 상품 가격이 싸져 좋지만 수입업자에게는 나쁘다. 주가가 오르면 좋은가 나쁜가. 향후 경기 청신호라는 점에서 볼 때는 좋지만 버블일 때는 후유증이 뒤따른다. 임금이 오르면 좋은가 나쁜가.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좋지만 기업이 인상 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게 되면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인플레 요인이 될 수 있다 등등.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주 중 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번에 내리면 2년 새 13번째다. 폭이 0.25%포인트인지 0.5%포인트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어찌됐든 제2차 대전 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지지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고 점점 커지는 디플레 위협을 미리 막자는 것이 인하 이유지만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른 통계 수치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하에도 두 가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으니 기업의 채무 부담도 줄고 소비 심리도 살아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사람들로 하여금 “지난 2년간 연방 정부가 대대적인 감세 조치를 두 번이나 취했고 FRB가 12번이나 금리를 내리고도 또 내리는 걸 보면 미국 경제가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구나”라고 판단케 해 소비 및 투자 심리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금리를 내리면 내릴수록 앞으로 더 내릴 여지는 사라진다. 금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사실상 FRB의 ‘금리 인하’라는 실탄은 바닥이 난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는 경기 회복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과연 이번 금리 인하가 의도한 성과를 거둘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표본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민 경 훈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