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0여개 생겨… 에이전트 스카웃전 치열
한인 커뮤니티 포화 상태… 출혈 경쟁 우려도
‘가자 부동산으로, 오라 에이전트여’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몇 년간 이어지면서 한인 종사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를 분명히 반영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우후죽순 생겨난 부동산 회사들. 한인업계 관계자들은 1년새 10여개 이상의 한인 부동산 회사가 새로 생겨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신생 부동산 회사와 함께 최근 회사 운영권이 교체되거나 회사 확장을 기치로 내걸고 적극적으로 에이전트들을 유치하고 있는 회사들이 가세하면서 한인 부동산 업계에도 한바탕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왜 늘어나나
회사에 소속돼 활동하던 에이전트가 독립 오피스를 열 수 있는 것은 에이전트가 왕성하게 공급되기 때문.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에이전트로 나서는 한인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레 부동산 학교들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호황을 맞았다.
물론 4년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창업의 결심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시장상황이 뒷받침해 주는 현실에서 브로커 라이선스가 있는 에이전트들은 ‘자신의 회사’를 운영해 보고 싶은 욕구를 실천에 옮기게 됐다. 최근 ‘VIP 부동산’을 설립한 단 이 대표는 “부동산에 종사하기 전 사업체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며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독립 회사를 운영해 보고 싶은 포부는 회사를 부각시키는 슬로건에서 나타난다. 지난 1월 풀러튼에서 문을 연 ‘리얼티 월드 서니힐스’의 데이빗 김 대표는 “부동산 매매뿐 아니라 관리 파트에도 비중을 둬 에이전트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회사운영 수익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신생업체가 회사운영으로 큰 소득을 남기는 것은 장기적인 희망사항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업계의 양상 변화는
회사가 양적으로 늘어나 에이전트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에이전트의 스카웃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1년에도 2~3회씩 회사를 옮기는 ‘철새 에이전트’들도 생겨났다.
회사들이 에이전트에게 제공하는 조건은 전화, 팩스 등 유틸리티나 일종의 자릿세인 ‘데스크 피’ 등을 회사 부담으로 하거나, 신참 에이전트들의 경우 자리가 잡힐 때까지 회사광고로 지원해주는 방법 등이 있다. 혹은 개인의 프랜차이즈 지출 비용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브로커와 에이전트의 수익 분할방식인 ‘스플릿 프로그램’을 이용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라이선스 취득 후 첫 시작에서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에이전트에겐 매력적인 인센티브인 셈이다.
리처드 구 옥스퍼드 부동산 대표는 “이제는 에이전트들이 부동산 회사를 골라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작용은 없나
부동산 회사의 설립과 에이전트의 배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한인 커뮤니티만을 상대하기엔 업계 종사자들이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일부에서는 ‘너 죽고, 나 죽자’라는 극한적 상황까지 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호황세가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향하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포화상태에선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몇 몇 부동산 업체들은 스플릿 비율을 아예 없애고 건당 얼마간의 비용만을 받고 있어 업계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앞으로의 한인업계는
“지금까지는 괜찮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진정기미가 이미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껴진다는 것. 가격은 여전히 뛰고 있지만 매물이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주택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더라도 거래성사가 줄어들면 자리를 잡지 못한 에이전트와 회사들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맥스 올슨 부동산의 이상만씨는 “바쁜 사람은 계속 바쁘지만, 딜이 없는 사람은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 자리를 잡지 못한 에이전트에겐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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