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정부와 언론 사이의 갈등이 국익을 위한 발전적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관계로까지 심화되어 국론분열과 사회불안이 야기되고 있음에 많은 한인들이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제2대 대통령 애덤스가“위정자들에게는 언론 규제야말로 가장 어렵고도 위험하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했을 정도로 언론은 현대정치에 있어서 어려운 상대이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은 “신문이 없고 정부가 있는 나라보다 정부가 없고 신문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라고 했을 정도로 신문의 힘은 위대하다. 물론 신문이 진실의 전부는 아니다. 뉴스의 제한성, 사회의 복잡성, 자국의 이익, 신문사 입장, 취재기자 및 편집자의 편견, 감정, 실수와 외부 압력 등등으로 객관성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국 55년 동안 정부의 언론에 대한 태도는 협박과 매수였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정권의 비합법성과 부정선거, 부정 부패 등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다. 정부는 크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국익을 위해 국민이 꼭 알아야 할 것만을 공개하려는 반면에 언론을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되도록 많은 정보를 공개하려고 하기 때문에 정부의 비밀주의와 언론의 공개주의 간에 항상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와 언론사이의 갈등 관계는 상존하지만 전부와 언론이 서로 사생결단 하는 대결 양상을 보일 경우 사회안전과 국가존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H. D. 리스웰 교수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첫째, 환경감시 또는 비판기능, 둘째, 사회각부문의 상호조정기능, 셋째, 문화전달기능 등 3가지로 분류라고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비판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인의 사회적 비판 가능의 수행이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받아들여졌던 때가 있는가 하면 권위주의 통치 하에서는 종종 언론인의 전통적 역할 수행이 국가에 대한 불충으로 오래 받기도 했다. 정부는 멀리 내다보고 언론의 비판가능으로 발생되는 갈등을 오히려 잘 활용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머리를 써야 한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시 우리 언론들이 정부를 심하게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을 허용했어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측에 “우리언론의 사설과 해설을 봐라. 너희들이 많은 양보를 하지 않으면 공화당의 집권이 끝장난다. 그렇게 되면 한·일 국교정상화는 영원한 숙제로 남게 되고 상호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알아서 해라”라고 했더라면 더 많은 청구권을 따냈을 것이다. 일제에 의한 인명 피해자 중 사망자가 47만 명인데 겨우 6억 달러밖에 받지 못했다. 독일의 유대인 배상액에 비해 100분의1에 불과했다.
영국의 E. H. 카 교수는 국력의 요소에 대해서 군사력, 경제력에 여론을 지배하는 힘을 더하여 이론을 전개한 바 있다. 정부는 총·칼이나 정치권력으로 탄압하지 않고 여론을 지배하는 힘 또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첫째로 정부를 비판해서도 언론인의 신변안전과 소속사의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해주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로 대중의 의견을 조직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매스컴을 통해 신속, 정확, 진실하게 응답해 주는 반응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공신력이다.
2002년 서해 교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해 보려고 처음에는 보고상의 착오로, 그 다음은 교전 규칙의 복잡성 때문이었다며 수단과 규범의 잘못 탓으로 발표했다. 군 간부들이 충성 경쟁하듯이 거짓말을 꾸며댔지만 그 잔꾀는 언론에 의해 햇볕정책에 입각하여 사격 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당했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이 같이 정부의 공신력이 떨어지면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고 모든 사안에 대해서 의심하게 되며 종국에는 사회혼란과 불안이 주사파들에게 정부를 전복할 수 있는 적기를 조성해주어서 제2의 월남화가 우려된다.
현대 민주 정치에서 매스 미디어는 여론 형성 매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지혜롭게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해야만 민주정치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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