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집에서 자신있는 요리 한가지씩
혼자서 모두 준비하는 부담없어 매력
지난 주 풀러튼의 요리전문가 이예숙씨 집에서 재미있는 파티가 열렸다.
여름을 주제로 한 ‘팟럭 파티’(Potluck Party).
이씨의 요리 클래스 1학기가 종강하면서 색다른 ‘쫑 파티’가 열린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6개월동안 매주 수요일 요리를 배워온 주부학생들이 한 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돌입하는 마지막 시간, 그동안 배운 것을 하나씩 만들어와 선생님과 급우들 앞에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파티의 테마는 ‘여름’, 주제 색(theme color)은 ‘블루’.
호스트이며 테이블 세팅 전문가인 이예숙씨는 이날 학생들에게 흰색이나 푸른색 옷을 입고 오라고 지시하고, 자신도 파티를 위한 식탁을 화이트와 블루로 시원하고 깨끗하게 꾸몄다.
흰 테이블보 위에 잔잔하게 깔린 흰 조약돌과 파란 돌맹이들, 나룻배 모양의 초들이 밝고 시원한 해변가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았고, 조개껍질 접시가 돋보이는 심플한 세팅이 입맛을 돋군다. 8명의 학생들은 모두 그동안 열심히 배운 대로 맛있게, 멋지게, 예쁘게 모양내어 한 접시씩 음식을 해왔다.
꽃만두, 연어보쌈, 콩나물냉채, 배소스 새우냉채, 매운땅콩닭고기, 청포묵 샐러드, 닭고기 양상추쌈, 토마토 모자렐라 샐러드...
금방 요리하여 서브하는 메인 디시가 아니고 각자 집에서 해오는 음식이라 여름에 잘 어울리는 냉채류와 가벼운 핑거푸드 종류들을 택했다고 한다. 거기에 과일 접시와 디저트 플레이트까지 구색을 갖추니 정식 디너 파티가 부럽지 않다.
먹어서 맛인가? 여자들끼리 음식 품평회를 겸한 수다가 호호깔깔 이어진 즐거운 파티. 그런 자리에 초대받는 기쁨이야말로 푸드 담당기자의 특권이며 보람 아닌가.
■ 팟럭 파티(Potluck Party)란
파티의 호스트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있는 요리를 한가지씩 해가지고 모여 여는 파티를 말한다. 보통 학기를 마친 종강파티나 여자친구들끼리 부담없이 모일 때 많이 사용된다. 팟럭 파티는 한 사람이 혼자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도 없고, 격식이 없는 만큼 일회용 식기를 많이 사용하므로 설거지 걱정도 없는 것이 매력이다. 또한 사람이 많을수록 요리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즐거운 뷔페식사가 된다. 염두에 둘 것은 각자 미리 준비해올 요리를 알려서 겹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이예숙씨의 요리 클래스 ‘팟럭 파티’ 레서피
6개월 배운 솜씨 자랑
30~50대까지 맛난 음식 해먹는 재미 또한 깨소금
요리 클래스도 선생과 학생들의 궁합이 잘 맞는 반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반도 있단다.
이예숙 선생의 수요일 반은 너무 쿵짝이 잘 맞아 돌아가는 바람에 선생의 ‘권위’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클래스. 30대 초반 새내기 주부로부터 50대 중년 아줌마까지 너나 없이 친구가 돼버려 한 주도 안보면 못 사는 사이로 발전했다.
6개월동안 일주일에 한번 만나면서 무슨 정이 그렇게 옴팍 들었을까? 밥상머리에서 정 난다더니, 맛난 음식 함께 배우고 해먹는 재미가 깨소금맛인가 보다.
몇몇 주부는 “남편이 요리 클래스를 질투한다”고도 했다.
이날 파티는 방학과 함께 새로운 요리를 배우러 한달간 한국으로 ‘유학’ 떠나는 이선생의 장도를 축하도 할 겸 열렸다.
이선생의 고민은 이 수제자들이 졸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한두학기 끝나면 그만 좀 나가줘야 새 학생들에게 같은 메뉴를 또 써먹을텐데 도무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계속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며 행복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파티에서는 한 학기를 결산하는 시상식도 열렸다. 그동안 몸을 가리지 않고 도우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던 막내 미셸 김씨에게 으뜸도우미 인기상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클래스 멤버들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해온 반장 이해수씨에게 공로상이 수여됐다.
팟럭 파티에 정성껏 해온 음식들은 모두 수준급이었다. 선생이 잘 가르친건지, 학생들이 영재들인지, 8개 요리 모두가 고급식당 주방장이 울고 갈 맛이었다. 다음은 이날 맛본 음식들.
연어보쌈
양상추를 싸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피넛버터, 마요네즈, 날치알 1작은술씩 넣고 훈제연어를 얹었다.(서니 김)
꽃만두
만두피를 오무려 튀긴 후 그 안에 볶은 쇠고기를 넣고 청홍고추로 장식했다. 쇠고기는 다져서 밑간했다가 굴소스에 볶는다.(미셸 김)
배소스 새우냉채
새우를 반 갈라 데치고 오이를 납작하게 썰어 모양내어 배겨자소스와 함께 담아 낸다. 배겨자소스는 겨자소스에 배를 갈아넣은 것.(이정숙)
매운땅콩 닭고기
중국집에 나오는 콩파우치킨 비슷한 요리. 닭고기와 야채, 콩을 매콤한 소스에 볶았다.(지나 윤)
청포묵 샐러드
묵, 데친 오징어, 오이, 깻잎, 빨간 양배추, 무순을 모두 채썰어 겨자소스에 무쳐 먹는다.
겨자소스는 연겨자, 식초, 참기름, 마늘, 설탕, 간장을 배합한 것.(이해수)
콩나물 냉채
거두절미해 데친 콩나물, 오이의 푸른 부분 채썬 것, 결대로 찢은 맛살을 채썰어 겨자소스에 무친 것. 겨자소스는 연겨자, 마늘, 식초, 설탕을 혼합했다.(크리스티나 박)
닭고기 양상추쌈
잘게 썰어 밑간한 닭고기를 기름에 튀겨내고 팬에 양파, 완두콩, 죽순, 당근, 옥수수를 순서대로 넣어 볶다가 튀긴 닭고기를 함께 넣고 볶는다. 양상추에 싸서 짜장소스를 얹어 먹는다.(영 박)
카프레제
토마토를 둥글게 자르고 프레시 모자렐라 치즈를 같은 사이즈로 잘라 프레시 베이즐을 얹는다.
위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비니거, 마늘, 겨자씨 섞은 소스를 뿌려낸다.(스테이시 정)
여름 테이블 세팅은 시원하고 심플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고 심플한 세팅이 좋다.
팟럭 뷔페 파티이므로 정식 세팅을 하지 않고 군청색 차저(charger) 플레이트 위에 흰 접시를 놓고 잘 생긴 포크만 하나 심플하게 얹었다. 냅킨은 푸른 색. 세팅의 포인트는 흰 접시 위에 놓인 조개껍질과 그 위에 올라앉은 조약돌. 흰 조약돌에는 그 자리에 앉을 사람 이름이 써있어 호스트의 배려와 센스를 엿보게 한다.
조개껍질 그릇은 피서지 모래사장을 연상시키며 그 자체로 여름 분위기를 낸다. 이예숙씨는 이 그릇을 공예점(Tallmouse Craft)에서 개당 3달러 정도에 샀다고 하는데 스캘롭이나 새우요리를 담아낼 때 특히 요긴하게 쓰인다고 했다.
테이블 센터피스는 시원한 바다의 풍경과 색깔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큼직한 유리 그릇에 파란 돌을 깔고 물을 채워넣은 후 나룻배 모양의 촛불을 띄웠으니 보기만 해도 바닷바람과 내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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