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만나는 살아있는 ‘명작’
자원봉사자 500여명 활약, 올해로 70주년 맞아
지난 71년간 해마다 라구나 비치에서 열려온 아트 페스티벌 프로그램중 하나인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Pageant of Masters)’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명작 미술품들을 무대 위에 재현하는 이 ‘살아있는 화폭’은 대공황기 온 미국과 세계가 물질적으로 정서적으로 허덕이던 1932년, 라구나 비치에 막 형성되던 예술가촌에 모인 일단의 화가들이 기도 살릴 겸, 작품도 팔아볼 겸 마련한 ‘페스티벌 오브 아츠’의 두 번째 해인 1933년에 시작됐다. 라구나의 주요 도로변 벽, 나무, 건물등에 그림을 걸어 놓은 자신들의 전시회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으로 몇 명이 분장을 하고 나와 명화의 장면들을 재현한 것이 인기를 끌면서 1935년에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란 이름으로 공식 데뷔, 2002년에는 23만명이 넘는 관객이 드는, 라구나 비치 아트 페스티벌의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7월 9일부터 8월 29일까지 매일 밤 8시30분부터 어바인 보울 팍(650 Laguna Canyon Road, Laguna Beach)에서 ‘계절(Seasons)’을 주제로 고전 및 현대의 그림, 조각 및 기타 미술 작품 30여점을 해설 및 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반주를 곁들여 재현해낼 예정으로 10세기 인도의 청동상인 시바상으로부터 18세기 독일제 도자기 인형, 18세기 일본 목판화,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카이유보트의 유화 ‘파리의 거리:비오는 날’, 미국의 풍속화가 노먼 로크웰의 잡지 삽화등 장르도 다양하다.
올해의 화제는 1992년도 올림픽 혼성 챔피언이자 두 번이나 세계 챔피언이 된 러시아의 아이스 스케이팅 커플의 우아한 포즈를 조각한 메건 & 더글러스 테일러-게블러의 1996년작 ‘나탈리아의 초승달’이다. 아르투르 드미트리에프가 한 발로 얼음을 지치면서 한 팔로 나탈리아 미슈쿠티오노크의 다리를 잡고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위에서 몸을 초승달처럼 휘는 나탈리의 모습을 재현한다는 것. 그러나 올해도 마지막 작품은 1936년이래 단 2년을 제외하고 계속되어온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 ‘최후의 만찬’으로 전통을 지킨다.
이제는 예술과 예술 교육을 후원하는 비영리단체가 된 ‘페스티벌 오브 아츠’가 주최하는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의 무대 뒤는 입구 정면에 우선 그 해에 무대에 올릴 작품들의 사진이 진열되어 있다. 그 뒤로 모든 출연진의 머리모양과 그에 걸맞는 모자, 가발, 수염등은 물론, 장신구, 구두, 의상등 소품들의 제작, 진열, 관리 및 분장 등이 이루어지는데 출연진은 물론 무대 뒤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자잘한 뒷일들을 맡아 일하는 사람이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500명을 헤아리는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인근에 사는 이들로 오랫동안 여름 한철, 친지들이 함께 어울려 그야말로 페스티벌을 즐기는 이들이 많지만 개중에는 샌디에고, 쿠카몽가 같은 곳에서 통근하는 이도 있다.
출품작중 하나인 ‘알레 드 로톤’에 나오는 4개의 대리석 조상중 하나인 ‘포모나’로 분장하는 라구나 비치 거주 니나 리치(23)는 오래 자원봉사한 어머니를 따라 4살때부터 무대에 섰다니 근 20년 경력을 자랑하고 의상 담당 지나 듀니는 21년 경력의 고참이지만 ‘로드 윈터’에 출연한 가든 그로브 거주 제레미 게이트우드(14)는 올해 처음 시작했다. 로드 윈터의 또 다른 캐스트 자크 캐버노(15)는 2년째고 캐버노의 얼굴에 분장을 해주는 제리 테이백은 원래 화가. 서핑 보드를 든 서퍼의 뒷모습으로 ‘엔들리스 서머’에 출연하는 잭 크레소비치(39)는 컴퓨터 시스템 엔지니어로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여름을 났다. 시간내기가 쉽진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사교생활은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웃었다.
알록달록한 분장을 하면 1시간쯤 씻어야 깨끗해진다는 이 모든 출연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최소한 1분30초 동안 ‘그림처럼’ 움직이지 않고 서 있기. 처음엔 어렵지만 차츰 익숙해진다며 “이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공연을 마치면 현재 장소에 대한 라구나 비치 시와 페스티벌 오브 아츠간의 장기 리스 계약이 끝나는 2041년 9월 30일까지 봉해질 타임 캡슐을 어바인 보울 입구 바닥 땅 속에 전시해 놓은 올해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는 명화에 묘사된 사계절을 감상하고 돌아가는 관객들을 위해 출구에 마지막 선물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바로 불빛 아래 흩날리는 ‘눈’으로 비록 비누방울에 불과하지만 이 해변에 내리는 ‘한 여름 밤의 눈’은 즐거운 추억과 산뜻한 뒷맛을 남길 것이다.
패전트 오브 매스터스의 입장료는 자리의 위치와 요일에 따라 15~80달러고 이 입장권으로 ‘페스티벌 오브 아츠’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문의 (949)494-1145, (800)487-3378. www.foapom.org
■ 라구나 비치 아트 페스티벌
▲Festival of Arts
7월 6일~8월 31일, 650 Laguna Canyon Road, Laguna Beach. 대공황 시절인 1932년에 라구나 비치의 화가들에 의해 시작된 캘리포니아의 최장수 야외 미술 전람회로 온갖 장르에 걸쳐 145명 출품. 시즌 패스이기도 한 입장권 가격은 성인 5달러, 노인 3달러, 라구나 비치 주민과 12세미만 어린이는 무료.
▲Sawdust Art Festival
6월 27일~8월 31일, 935 Laguna Canyon Road, Laguna Beach. 이 지역 미술계의 기성세대에 반기를 든 일단의 예술가들에 의해 1966년 시작됐다. 라구나비치 거주 작가만 출품하지만 175명이 넘는다. 입장료 어른 6달러50센트, 노인 5달러50센트, 6~12세 어린이 2달러
▲Art-A-Fair Festival
6월 27일~8월 31일, 777 Laguna Canyon Road, Laguna Beach. 소더스트와 같은 해에 시작됐고, 거주지 제한 없이 출품할 수 있다. 올해 132명이 출품했고 3개 페스티벌중 유일하게 디지털 아트 같은 새롭고 논란 많은 매체도 취급한다. 시즌 패스인 입장권 가격은 어른 5달러, 노인 3달러, 어른 동반 12세미만 어린이는 무료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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