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열정과 야심이‘발목’
NYT 편집인 하월 레인스 - 여성 사업가 마사 스튜어트‘불명예 퇴진’
레인스 오만·독선이 기사 도용 자초
스튜어트 돈벌기 급급 주식 내부자거래
한창 잘 나가던 미국사회의 지도층 인사 두 명이 거의 동시에 추락했다.
한 사람은 ‘언론 권력’을 한 손에 쥐고 흔들던 뉴욕타임스의 하월 레인스(60) 편집인이고, 다른 한 명은 가사문제 조언가이자 억만장자 여성사업가인 마사 스튜어트(61)이다.
같은 연령대에 속한 이들은 서로 다른 인생역정을 걸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한계 강력한 야심이라는 성공의 추진력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인스와 스튜어트는 거의 동시에 힘들게 등정한 경력의 정점에서 실족하고 말았다.
레인스는 특출한 언론인이었다. 남부출신의 달변가이자 뚝심 좋기로 유명한 그는 언론계에 입문한 이래 승승장구, 뉴욕타임스의 워싱턴 편집장과 사설면 편집장을 거쳐 지난 2001년 9월 편집국의 1인자인 편집인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성공의 사다리를 밟아 올라가는 동안 숱한 적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코드에 맞지 않는 사람을 철저히 배제하고 젊은 기자들을 스타로 만들어 ‘친위대’처럼 주위에 포진시킨 그에겐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무자비하다는 평가가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레인스가 사내에서 신경을 쓰는 단 한 사람은 뉴욕타임스의 발행인 아서 슐츠버그 주니어 뿐이었다.
그가 스타 기자 후보로 낙점한 제이슨 블레어가 남의 기사를 숱하게 도용하고, 취재현장에 출장을 가는 대신 호텔에 앉아 기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편집국내에서 편집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레인스는 요지부동이었다. 기사도용 스캔들이 그의 무리한 밀어부치기식 편집방침과 스타주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을 레인스는 단 한번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1년 9월 취임직후 터진 9·11 당시 신속, 정확하고, 심도 깊은 기사들로 지면을 채워 편집인 취임 3개월만에 뉴욕타임스에 무려 7개의 퓰리처상을 안겨준 신기록 작성자인 그에게 ‘비 스타 기자’들의 지적이 먹힐 리 없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창간이래 152년만의 최대 오욕이라는 기사도용 스캔들의 파장이 커지자 슐츠버거 발행인은 5일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슬픈 날”이라는 말과 함께 레인스 편집인과 보이드 국장의 사임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에서 밀려난 레인스 편집인이 밀짚모자를 쓰고 비오는 거리로 나서기 하루 전 여류기업인 마사 스튜어트는 연방대배심에 의해 증권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941년 뉴저지주의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스튜어트는 대학졸업 후 뉴욕에서 증권 브로커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증시불황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후 여러 가지 개인사업에서 번번이 실패한 그녀는 요리와 바느질, 집단장, 화초 가꾸기 등 다양한 살림살이 정보를 담은 책자 `엔터테인먼트’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인사로 급부상했다. 87년 할인점 K마트의 컨설턴트 겸 대변인으로 발탁됐고 90년에는 AOL 타임워너의 출판사업 부문과 제휴해 `마사 스튜어트 매거진’이라는 잡지를 출간했다. 93년에는 `마사 스튜어트 리빙’이라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기 시작했다.
스튜어트는 99년 가정생활 정보 제공과 관련 물품 판매를 위한 출판, TV, 소매, 인터넷 마케팅 등 사업을 벌이는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됨으로써 인생의 절정기를 맞았다. 때마침 주식시장의 호황기를 맞아 스튜어트의 자산은 1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2001년 12월 내부정보를 이용해 아임클론의 주식 4,000여주를 부당거래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스튜어트의 인생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일단 의혹이 제기되자 그가 운영하는 매체들의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가고 매출도 급격히 감소했다. 주식거래 스캔들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사직을 내놓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기업의 CEO직에서도 사임해야 했다. 그녀가 부당한 주식거래로 챙긴 이득은 23만달러 정도.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멀어 끝없는 심연으로 빠져든 셈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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