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지의 주부 주종수씨 가족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점심까지 특별한 식사를 한다.
소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요리들만 세끼 연달아 먹는 것이다.
가족이 모두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환자들인가?
그런건 아니다. 단지 1년전 주씨의 남편이 고혈압과 정상혈압의 언저리를 넘나들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무염식을 시작한 것이다. 짠 음식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야 당연하니 온가족이 ‘음식 고행’에 동참키로 했다.
그런 정도라 매일 소금 없는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었고, 일주일에 세끼, 하루만 몸에서 소금기를 제거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세번 저녁식사를 그렇게 먹었는데 식구들이 “저녁 먹는 낙이 없어졌다”고 호소하는 바람에 가장 부담없는 날을 하루 잡아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아침, 점심까지로 정한 것이다.
또 그렇게 연달아 먹음으로써 몸이 염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날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란 판단도 있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남편의 혈압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약을 먹지 않고 음식 조절과 운동만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소금 없는 음식을 먹는다고 혈압이 떨어진다니, 좀 과장이라고 생각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간이 하나도 없는 음식을 하루 정도 먹고 나면 보통 음식들이 짜게 느껴져요. 당연히 점점 싱겁게 먹게 되지요. 음식 사먹는 회수도 줄어들고요, 설렁탕은 소금을 전혀 안 넣고 먹게되도록 입맛이 변한답니다”
13세된 주씨의 작은아들은 1년을 그렇게 먹어버릇해서 입맛이 어지간히 싱거워졌단다. 아직 어린 나이라, 간이 됐는지 안 됐는지 따지지 않고 엄마가 해주는 대로 먹으니 더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 것. 행인지, 불행인지, 올해 대학 졸업하는 큰아들은 버클리에서 살고 있어 소금 없는 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자 그럼, 소금을 하나도 안 넣고 무슨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는 것일까?
“너무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주종수씨를 소개한 사람의 말도 확인할 겸, 직접 가서 만드는 과정도 보고 실제 먹어도 보았다.
고기구이, 생선겨자구이, 파인애플고구마구이, 다시마쌈, 오징어콩나물죽, 그리고 빵.
정성껏 만들어 내놓은 여섯가지 무염 요리를 하나하나 다 먹어보았다.
맛이 어떠냐고?
간이 하나도 안 된 음식을 “너무너무 맛있다”고 표현하면 거짓말이 되겠다. 그러나 간이 전혀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이런 정도라면 소금 안 넣은 음식을 ‘병원음식’이라고 밀쳐내거나, 약 먹듯이, 울며 겨자 먹듯 먹을 이유는 도무지 없어 보인다. 그 중에서도 빵과 죽은 만들기도 쉽고, 원래도 슴슴하게 먹는 음식이어서인지 정말 맛이 있었다.
간 없는 음식을 먹을만하게 해주는 비결은 소스와 좋은 재료에 있다. 주씨는 겨자소스와 매운소스를 개발, 요리에 많이 이용하는데 특히 겨자소스가 무염식단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또한 맛없는 음식이라 재료를 신경 써서 구입한다는 것.
장을 볼 때는 성분표시를 잘 읽어보아 소디움이 0%인 것만 사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주씨에 따르면 모든 식품의 재료에는 첨가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함유한 염분이 2% 정도 들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반 레서피에서 소금을 빼고 요리할 때는 설탕의 양도 쓰여진 분량의 반 정도만 넣는 것이 좋단다.
왜냐하면 소금과 설탕의 맛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 필요한 양이었으므로 소금이 없으면 설탕도 그만큼 필요가 없다는 것.
찬찬하고 얌전한 요리솜씨가 벌써 한눈에 만만치 않아 보이는 주종수씨는 이 레서피를 순전히 혼자 개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염요리 레서피를 좀 찾아보기도 했지만 대개 특별한 비법 없이 그냥 소금만 빼고 하도록 되어 있을 뿐, 간 없이도 먹을만하게 배려한 레서피는 없더라는 주씨는 혼자 연구와 실험을 통해 ‘먹을만한 무염요리’들을 개발해냈다.
주씨의 비법이야말로 “어떻게 하면 남편과 아들에게 소금을 안 넣고도 먹을만한 음식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골똘히 배려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6가지 레서피를 기꺼이 공개한 주종수씨는 앞으로도 조금씩 더 개발하면서 새로운 메뉴를 소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마 쌈
▲재료: 쌈다시마 8온스, 무(중간크기) 1/2개, 당근 1개, 흰 양파 1개, 오이 3개, 배 1개, 달걀 2개, 식초와 설탕 약간씩
▲만들기: 다시마는 물에 4시간 이상 담구어 소금기를 빼고 쌈 크기로 자른다.
무는 채 썰어서 식초물(식초 1: 설탕1)에 1시간 정도 절인 후 건져서 짠다.
양파는 채 썰어서 식초물에 절인 후 건져내 물에 살짝 씻어내 매운 맛을 뺀다. 당근은 채 썰어 올리브오일에 살짝 볶는다. 오이와 배도 채 썰어 놓는다.
달걀은 지단을 부쳐 채 썬다. 준비된 재료들을 동그랗게 담아내어 쌈 다시마에 넣고 싸서 먹는다. 겨자소스나 매운소스를 발라먹어도 좋다.
오징어 콩나물죽
▲재료: 쌀 2컵, 감자 1개, 양파 1개, 이태리호박 1개, 양배추 1/4개, 당근 1/2개, 콩나물 4온스, 물오징어(12~14온스) 1마리, 참기름 1큰술, 물 3컵
▲만들기: 쌀은 씻어서 건져 놓는다. 감자, 양파, 호박, 양배추, 당근은 작게 썰어놓고 오징어는 몸통만 잘게 썬다.
이 재료들에 참기름을 넣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다가 물과 콩나물을 넣고 센불에서 약 5분간 끓인다.
불을 줄인 후 죽이 되도록 끓이는데 너무 오래 끓이면 콩나물이 질겨져 맛이 덜해질 수 있다.
휘슬러 압력냄비를 이용하면 눈금이 2개 올라올 때 불을 끄고 다 내려갈 때까지 놔두면 된다.
오징어 대신 닭고기나 쇠고기를 써도 좋은데 이때는 콩나물을 넣지 않는다.
빵
▲재료: 밀가루 3컵, 물 1컵과 2큰술, 설탕 2작은술, 녹인 무염버터(혹은 올리브 오일) 1큰술, 우유가루(nonfat drymilk) 1작은술, 이스트 2 1/2작은술, 이탤리언 시즈닝 1큰술
▲만들기: 미지근한 물에 이스트를 푼다. 밀가루와 기타 재료를 모두 섞어서 반죽해두면 반죽이 2배 이상 부풀어오른다. 이 반죽을 디너롤 모양으로 빚어 쿠키 시트에 올려놓고 375도의 오븐에서 15분가량 굽는다. 빵기계가 있으면 모든 재료를 넣고 반죽 사이클에 맞추어 반죽이 되면 꺼내서 오븐에 구워낸다. 재료에 달걀 1개를 풀어넣고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는 밀가루는 3 1/4컵, 물은 1컵을 넣는다.
밀가루는 어떤 것을 사용해도 좋으나 빵을 구울 때는 아더 킹 밀가루(Arthur King Bread Flour)가 맛있게 구워진다.
생선 겨자구이
▲재료: 생선(마히마히, 캣피시, 연어 등) 필레 4장, 마늘가루 1작은술, 후춧가루 1작은술, 파프리카 1작은술, 파슬리 플레이크 1큰술, 올리브 오일, 겨자소스
▲만들기: 생선 필레에 마늘가루와 후춧가루, 파프리카를 뿌려서 한시간 정도 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군 후 겨자소스를 발라 3~5분 정도 익힌 후 뒤집어서 다시 겨자소스를 바르고 다시 5분 정도 익힌다. 겨자소스는 필레 한조각에 1큰술 정도 바르면 좋다.
다시 뒤집어 위에 파슬리 가루를 뿌리고 400도의 오븐에서 15분정도 익힌 후 꺼낸다.
파인애플 고구마구이
▲재료: 얌 1파운드, 파인애플 1캔(14온스), 건포도 1/3컵, 흑설탕 1/4컵, 무염버터 3큰술
▲만들기: 얌은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파인애플도 얌의 크기로 자른다.
파인애플 주스는 따로 따라둔다. 버터를 녹여서 1/4컵의 파인애플 주스와 얌, 건포도, 흑설탕을 넣고 잘 섞는다.
375도의 오븐에서 35~40분 정도 커버를 씌워서 구운 후 꺼내서 파인애플을 넣고 섞은 후 커버를 벗기고 5분정도 더 익힌다.
쇠고기 구이
▲재료: 쇠고기 1파운드, 쑥갓 1단, 상추 1단, 깻잎 1단, 파 1단, 참기름, 식초, 마늘가루, 설탕, 고춧가루 조금씩
▲만들기: 쇠고기는 립아이(ribeye) 스테이크용을 얇게 불고기처럼 썰어서 참기름으로 버무려 놓는다(한인마켓에서 파는 불고기감을 사용해도 좋지만 스테이크 고기가 더 맛을 낸다). 파는 파무침할 때처럼 채를 썰고 다른 채소도 같은 길이로 썰어서 식초, 마늘가루, 설탕, 약간의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무친다.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워낸다. 넓은 접시에 야채무침과 고기를 담아내 함께 먹는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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