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팍에 새로 문 연 ‘녹색 도자기 공방’ 회원들
흙의 매력에 빠져 밸리서도 주 2회씩 열심히 출석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천성이자 기쁨. 사회가 산업화하면서 과거 자급자족하던 의식주의 많은 필수품들이 대량생산되어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구매하는 요즈음, 가까이 두고 쓸 생활용품을 손수 만드는 기쁨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부에나 팍의 ‘녹색 도자기 공방’에 모여 촛대, 접시, 차 주전자와 잔, 필통, 편지꽂이, 벽걸이, 화분등 생활 자기들을 만드는 여성들의 얼굴들도 기쁨으로 빛난다. 5개월~3년동안 꾸준히 이 공방을 찾아 취미생활을 하며 누려온 즐거움은 아무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을 지도하는 공방 대표 정선화씨(42)도 “함께 흙을 만지며 나누는 교감이 더 중요하죠.
흙을 좋아하고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성이 좋아요. 혼자 하면 참 외로운 일이지만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작업하면 즐겁고 통하는게 많아 정말 기뻐요”고 말한다.
이 공방은 한국에서 공예과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도자기 공부를 한 주부 정선화씨가 3년전 이민 와 LA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하다가 독립하여 부에나 팍에 마련한 것으로 매주 화, 수, 목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6시~10시에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LA에서부터 다니던 여성들이 카노가팍, 노스리지등 먼 곳에 살면서도 직장 일을 마치고 주 2회씩 꼬박꼬박 나오고 있는데 한참 흙을 밀고, 누르고, 물레를 돌리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라 졸음 운전을 방지하려고 독한 커피는 물론 해바라기씨 등을 상비하면서 다닌다.
2시간이나 걸리는 유카이파에서 다니고 있는 신디 이씨는 늙어서 할 취미 생활을 준비하느라 공방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릇을 만들어 집에 가져다 놓으면 보기도 좋고, 쓰기도 좋고, 집에 오는 사람마다 보고 칭찬을 하니 듣기도 좋다”고 말한다. 이씨는 요즘은 언젠가 자신의 미용실을 개업하면 손님들에게 선물로 줄 요량으로 찻잔을 만들고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라 노후에 즐기기 위해 일찍 배워두려 나오기는 크리스틴 김씨도 마찬가지. 어려서부터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아 흙이 생소했다는 김씨는 미국에 와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생명을 품어 키우는 흙의 순수함에 반해 도자기 공부를 더 일찍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제 5개월된 막내 김정은씨는 곧 출산을 앞둔 임신부, 태교에 좋다고 해서 나오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자신이 푹 빠져 버렸다는데 “저보다 남편이 더 좋아하며 제 등을 떠밀어 보내려할 정도예요. 제가 만들어간 것을 사람들에게 자랑하는등 제가 마치 예술가인줄 알아요”라고 자랑이 한창이고 6개월 된 김종민씨는 “평소 그릇 샤핑을 좋아했는데 이젠 안 산다”고 했다.
정선화씨의 고교 동창으로 가장 먼저 시작한 김숙희씨도 “정말 만족스러워요. 심신 건강에 만점이지요”라고 거들고 이 클래스의 반장 격인 정인영씨는 “완성된 것도 좋지만 차츰 만드는 즐거움이 더 커져요”라고 말했다.
도자기 만들기와 함께 이들이 누리는 즐거움으로 함께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돌아가면서 만들어 오거나 공방 안 부엌에서 만들어 나누어 먹는 사이에 더욱 정이 도타와지기 때문. “제가 조금 일찍 시작해서 아는 테크닉과 지름길을 알려드리지만 수강생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작업하고 싶어요”라는 정선화씨의 격의 없는 태도와 함께 이들이 만들어 내는 그릇들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주소 6122 Orangethorpe Ave., #106, Buena Park, 전화 (714)655-6700.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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