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프먼 애버뉴와 글라셀 스트릿 교차 광장 중심
1970년대부터 골동품상 집중, 100년 넘은 식당도
오렌지카운티는 알아도 그 안에 오렌지라는 이름의 시가 있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캘리포니아가 미국 영토가 된 후인 1869년에 구 농장주 사이의 토지 소유권 분쟁을 마무리 해준 LA의 변호사들인 알프레드 벡 채프먼과 앤드루 글라셀이 수수료로 받은 땅 중 일부를 개발하여 일군 마을이 발전한 곳이다. 이들이 처음에 지은 마을 이름 ‘리치랜드(Richland)’는 북가주에 있는 ‘리치먼드(Richmond)’와 너무 비슷하다고 우편당국에서 퇴짜를 놓는 바람에 대신 고른 이름이 ‘오렌지’였다고 이 지방 역사는 전하는데 이들이 맨 처음 마을의 중심으로 삼았던, 현재의 채프먼 애버뉴와 글라셀 스트릿이 교차하는 지점의 분수를 가운데 두고 둥글게 정원을 꾸민 ‘플라자’를 중심으로 한 1스퀘어 마일 정도의 ‘올드 타운(Old Towne)’은 6년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이곳에 골동품상들이 몰려 있는 것에 수긍이 갈 법하다. 오렌지시 올드타운은 오렌지카운티 최대의 골동품상 밀집지역으로, 이 지역 상인조합이 내놓은 지도겸 브로슈어는 이곳이 ‘캘리포니아의 골동품 수도’라고 뽐내며 골동품 딜러가 500, 전문점이 50, 골동품 취급 상가(mall)가 15개라고 쓰여있다.
분수가 있는 둥그런 광장을 중심으로 갈라지는 글라셀과 채프먼 길을 두 블록씩 사방으로 걸어보면 줄줄이 이어지는 골동품상 간판 중에는 단일 상점이 아니라 한 가게 안에 여러 명의 수집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도 많으므로 정확한 숫자를 셀 수는 없지만 어쨌든 많다.
많을 뿐만 아니라 종류도 보석등 장신구, 가구, 그림, 인형, 도자기, 유리, 리넨 등등 가지가지다. 한 집에 다양한 품목을 골고루 갖춰 놓은 곳, 몇 가지 품목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곳등 상점의 성격도 다르므로 골동품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저 모든 상점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기에 알맞다.
이곳에 골동품상가가 형성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라고 글라셀 스트릿(135 S. Glassell)에서 아내 및 자녀들과 ‘머프스(Muff’s)’를 운영하는 개리 한(73)은 말한다. 이 골동품 상가에 가장 먼저 개업해 가장 오래 영업하고 있다는 그는 1975년에 자신이 이곳에 가게를 낼 때는 몇 개 되지 않던 골동품상이 자꾸 늘어나 처음엔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생각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업소가 늘면서 손님도 늘었고 더구나 자신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의 가게는 골동품 하드웨어로 이름 높다.
기자가 간 날도 수소문 끝에 e-베이에서 산 유리로 된 후추가루 통의 뚜껑이 맞지 않아 테메큘러에서 일부러 찾아 왔다는 한 손님이 “You made my day!!”라며 연신 감사를 표시하고 있었는데 1840년대에 제작된 자물쇠, 1875년제 트렁크등 문이나 설합의 손잡이부터 부엌에서 쓰는 양념 그릇의 뚜껑에 이르기까지 자잘한 하드웨어들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찬 자기 가게의 물건 수는 지하창고까지 합하면 50만개는 넘는다.
처음엔 가구도 취급했지만 차츰 타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가구의 하드웨어들을 손봐주다 가구 전체의 표면 손질에 이어 이제는 손님들이 가구 구입에 앞서 미리 구입 여부를 상담하러 올 정도가 됐다. 뿐만 아니라 1년에 한번씩 전국을 돌며 인벤토리를 늘려 골동품 하드웨어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으며 자기가 알기로는 미국에는 자기보다 더 큰 골동품 하드웨어 딜러는 없다고 자신했다.
‘머프스’ 옆의 ‘플라자 42’는 은제 식기류등 영국제 골동품들이 많기로 유명하고 ‘미스터 C’에 가면 50, 60년대에 나온 새 것 같은 클래식 앨범들이 가득하다. 글라셀 스트릿 북쪽(160 N. Gkassell)에 자리잡은 ‘럭키 파인드 앤틱스(Lucky Find Antiques)’는 1880~1950년대에 제작된 도자기 전문으로 이름 높다. 도자기 외에 유리류, 골동품에 관한 책, 자기 인형등을 주로 취급하는데 “원래 도자기를 좋아해 수집하다가 너무 많아져 이곳에서 장사를 한 지가 18년이나 됐다”고 주인 에스터 필립스는 말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물건들은 ‘웰러’ ‘매코이’ ‘로즈빌’ ‘루크우드’ 상표의 도자기들. 모두 흙이 좋고 천연 개스가 풍부한 오하이오주에서 20세기 초에 영업하다 지금은 문을 닫은 회사들이다.
올드 타운 오렌지의 그 많은 골동품상중 유일하게 동양 것을 취급하는 곳이 227 이스트 채프먼의 ‘란 린’이다. 물고기 화석부터 불상, 그림 등 주로 중국 것이고 조그만 한국 도자기도 몇 점 있는 10년 역사의 이 상점을 2개월 전 인수했다는 주인 티나 차이는 자신도 수집만 하다가 가게를 인수했다고 했다.
아마추어로 보이는 화가들이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 분수 광장의 한쪽 모퉁이 웰스 파고 은행 앞에서 장신구부터 가구, 리넨, 카메라까지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는 ‘루비스(Ruby’s)’에서 일하는 비 카잇헙스는 오렌지 시에 오래 살아온 수목재배가. 광장에 자리잡은 분수는 복제품(오리지널은 시청 앞에 있다)으로 이 지역 예술가가 카탈리나 섬에서 생산된 타일로 만든 것이며, 그 주변에 심은 커다란 오렌지들이 탐스럽게 달려 있는 오렌지 나무를 비롯, 캐너리 아일런드 파인, 노스포크 파인, 시카모어, 세고 팜스등 나무들의 이름과 유래등을 소상히 설명해 줬다. 모두 오래된 이곳 빌딩들에서는 10월이면 한차례씩 귀신 소동이 벌어진다는 얘기며, 골동품상들 사이로 식당, 카페, 찻집도 많지만 이곳에 오면 채프먼 애버뉴의 ‘왓슨 드럭 & 소다 파운틴’이나 글라셀 스트릿의 ‘필링 스테이션’에서 식사하라는 추천까지 해줬다.
1899년에 창업한 오렌지카운티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자 오렌지 시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업소라는 왓슨은 여러 영화의 무대가 되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들러 맛있기로 유명한 몰트를 먹고 갔다고 메뉴판 표지에 자랑하고 있는 옛날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식당 겸 드럭스토어. 핫 케익, 햄버거, 샌드위치등 음식의 종류도, 맛도, 웨이트리스의 유니폼까지 전통 미국식 그대로였다.
<김은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