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북한 개방 유도 실패
연방 의회는 지난 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전국 한인 주요 인사 100여명을 초청, 북한 문제와 한미 관계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의회가 한인 커뮤니티 인사들을 상대로 공식 브리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북한 주민에 라디오 보내야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의원(공/ 가주)
한국은 이제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제치고 미국의 7번째 무역 상대국으로 우뚝 섰다. 한국 경제는 아직도 금융 분야에서의 투명성 보장 등 많은 숙제를 남겨 두고 있지만 금년도 예상 경제 성장률인 4%는 미국에서 볼 때는 부러운 수치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주요 변수는 북한이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내려는 시도였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오랜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대북한 투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에 투자한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에 투자했던 많은 투자가들이 돈을 날리고 빈손으로 나와야 했다. 북한의 현 투자유도 정책은 레닌을 답습한 것이다. 레닌도 러시아 혁명 초기 신 경제정책을 내세워 외국의 투자를 유치한 후 수년 후에는 이를 몰수했다. 그런 다음 수년 후 똑같은 수법으로 외자를 끌어들여 국유화했다.
지금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개성공단도 개방 유도에는 역부족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공장주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한다. 그 돈은 고스란히 북한 정부로 들어갔다. 북한 정부가 기분 나는 대로 나눠주게 돼 있다.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다. 철조망을 쳐 놓고 일체 남북한 사람의 교류를 막고 있다. 허가 없이 남한 사람과 접촉한 북한 사람은 즉시 타지역으로 좌천된다.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부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다. 내가 최근 대북 방송시간을 현 하루 4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고 북한 주민에 태양열 라디오를 보내는 법안을 제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이나 체코의 하벨 대통령도 자유 유럽 방송을 듣고 개혁에 앞장서게 됐다. 탈북 북한 고위 당국자의 40%가 ‘미국의 소리’ 방송을 듣고 탈출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 관련 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이 시행되면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김정일정권은 반드시 무너진다
데이나 로러바커/ 연방하원의원(공, 가주)
레이건 대통령 집권 시절 그 연설문을 작성한 적이 있다. 레이건이 휴전선을 방문했을 때 한 연설도 내가 썼다. 그 중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큰 코 다칠 것"(If communists attack here, they’re in deep kimchi)이란 구절이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마지막에 가서 삭제됐다.
북한은 지난 8년간 외국이 지원해 준 돈을 핵 개발하는 데 썼다. 한국과 미국은 더 이상 북한의 장난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내 아버지도 한국전에서 싸웠다. 지금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은 혁명이지 안정이 아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이 무너지면 혼란이 올 것을 염려하고 있다. 아마도 어느 정도의 혼란과 어려움은 불가피할 것이다. 독일 통일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독일은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지금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국도 통일이 되면 진정한 강국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가치 있는 일 치고 쉬운 일은 없다. 레이건은 주위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소신 있는 정책을 펼쳐 소련을 무너뜨렸다. 피를 흘리지 않고 소련을 붕괴시켰듯이 북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 개별을 사실상 부추겨 왔다. 우리는 중국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할 것인지 계속 북한 편에 설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리라는 데는 한 점의 의심도 없다.
한미공조가 해결 지름길
발비나 황/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지금 한미관계는 50년래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한국전과 월남전을 통해 피로 맺어졌던 양국은 이제 이혼이냐 별거냐를 논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부시가 북한을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한국에서는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초 아무런 대북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후 5개월이 지난 2001년 6월 발표된 북한 정책은 북한과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9.11 테러 이후이다. 더 이상 대량 살상무기를 갖고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를 그냥 놔 둘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북한은 8가지 잘못을 저지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군비 증강에 모든 국력을 쏟는 것,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것, 미사일을 대량 수출하는 것, 테러를 지원하는 것, 한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것, 자국민 인권을 유린하는 것, 마약과 위조지폐를 수출하는 것, 군사적 도발을 멈추지 않는 것 등이 그것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것말고는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 북한 핵 시설을 폭격하는 것은 94년이라면 혹시 생각해 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이제 와서는 현실성이 없다. 문제는 그 시행 과정이다. 북한에 대가 없이 테이블 밑으로 뒷돈을 주는 바람에 북한 행동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포기했다. 북한 사람도 인간임을 주지시킨 것은 잘한 것이지만 미소 띤 김정일은 결코 남침하지 않을 것이란 그릇된 인상을 심어줬다. 내가 보기에는 한반도 사태 해결의 키는 중국보다 한국이 쥐고 있다. 한미 양국이 다시 보조를 맞춰 가는 것만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이다.
중국이 열쇠쥐고있다
마크 매닌/ 의회연구소(CRS) 연구원
이번 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관계를 좌우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주요 의제의 하나가 북한 핵 문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핵무기를 만드는 방법에는 플루토늄을 이용하는 것과 우라늄을 이용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북한은 80년대부터 플루토늄을 생산해 왔다. 플루토늄은 만들기도 쉽지만 만드는 것을 탐하기도 쉬운 특징을 갖고 있다. 생산을 하기 위해 대규모적인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영변에 있는 것이 바로 플루토늄 생산 공장이다.
문제는 우라늄이다. 이는 생산 여부를 탐지하기도 어렵고 이동상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이 핵 사찰을 수용한다 해도 누가 사찰을 할 것이며 과연 효과적인 사찰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북한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95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유엔을 통해 200만톤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해 왔다. 한국이 준 것은 100만톤쯤 된다. 반면 중국은 500만톤의 식량을 북한에 줬다. 식량 지원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의 한 예에 불과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은 얼마만큼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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