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국서는 건실한 기독시민단체로 이름나 있는데, 이곳 미주한인사회에서는 활동이 미미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기윤실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준말이며, 미국에서는 10년전인 1993년 4월 유용석씨가 LA기윤실을 발족시켜 지금까지 나름대로 크고 작은 운동을 펼쳐왔다. 기윤실이 하는 일은 ‘정직하고 검소하게 나누며 살자’는 신앙의 생활화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외에도 ‘건강한 교회 세우기 운동’ 등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을 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건 대표 유용석 장로의 탓이 크다. 기윤실 운동과 함께 오랫동안 북한돕기에 전념해온 그는 수년 전부터 인터뷰하자는 기자의 요청을 번번히 거절했다. 이유는 "떠들며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떠들며하던 사람들, 단체, 교회들은 벌써 오래전에 다 그만 둬버린, 한마디로 ‘유행 지난’ 북한돕기를 지금껏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떠들지 않은 만큼 홍보가 덜 돼 좋은 운동을 널리 알리지 못한 책임도 뒤집어쓰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LA기윤실이 10주년을 맞아 이제 좀 제대로,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을 영입해 세대교체도 해야되겠고, 정말로 건강한 동포사회를 만들고 싶고, 그래서 처음으로 홍보를 자청하고 나섰다. ‘바른 생활’ 교과서 같은 이야기라고 흘려버리지 말고, 이런 이야기도 좀 듣고 살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운동입니까
▲정직하게 세금보고하기, 공중도덕 지키기, 시간 지키기, 남의 말 안하기, 인사 잘하기, 수돗물 아껴쓰기 등등 실천강령이 수십 페이지에 이를 만큼 많습니다. 검소하게 절제하며 살자는 운동, 한마디로 의식개혁운동이며 신앙의 생활화 운동이지요. 크리스천이 먼저 바르게 살아서 어두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자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기윤실 운동이 활발하지요
▲인지도가 높고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목회세습 반대운동, 교단총회 돈선거 저지운동, 문화소비자운동(나쁜 비디오와 음란 미디어 반대) 등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면서 사회참여가 활발해 가장 건실한 기독시민단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LA에서는 왜 기윤실 운동이 저조한가요
▲나를 비롯해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안 해서 그렇습니다.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필요한 운동이라고 느껴 시작한건데 내가 바쁘다보니, 또 나이 먹은 사람이 되놔서 의욕만큼 일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필요한 운동이라고 느꼈습니까
▲한인 그리스도인들이 삶에서 바르게 살지 못하는 것은 한국이나 이곳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교회들은 교회성장과 개교회주의에 빠져 안으로 인풋하는 일만 열심히 했지 밖으로 아웃리치하는 일에는 소홀하고요. 올해가 이민 100주년이라고 떠들지만 크리스천이 60%가 넘는다는 한인 커뮤니티가 미국사회에서 건강하지 못하고 비도덕적이며 말썽 많은 커뮤니티로 비춰지고 있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의식적으로 깨우치고 계몽하며 건설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한인들이 어떤 점에서 나쁘다고 생각합니까
▲시민의식이 없어서 법을 안 지킵니다.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타 커뮤니티와 화합하지 못합니다. 개인은 개인끼리 화합 못하고 단체들도 서로 화합하지 못해 맨날 싸우고 있습니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자기 배만 채웁니다. 거기다가 크리스천은 성경대로 안 살고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큰 사건만 나면 기독교인들이 나타나는걸 보십시오. 보통사람들보다도 더 세속적으로 살지 않습니까. 인터넷에 반기독교적 사이트가 1,0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디가 말했듯이 예수가 싫은게 아니라 예수 믿는 사람이 싫다는 겁니다.
△기윤실 운동을 하면 달라질까요
▲지난 10년동안 기윤실을 해오면서 적어도 회원들은 달라졌습니다. 참여하는 교회들도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어도 정기 소식지에서 소식을 주고받을 때 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있음이 보입니다. 특별히 큰 일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존재 때문에 삶을 다시 성찰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북한돕기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어떻습니까
▲기윤실 운동은 크게 네가지로 나뉩니다. 정직하고 검소하게 사는 운동, 이웃사랑운동, 건강교회 세우기 운동, 사회정화운동이지요. 대북지원사업은 이중 이웃사랑운동의 일환으로 누구보다 먼저 시작해 오늘까지 변치 않고 하고 있습니다. 96년 회령에 세운 빵공장을 통해 회령과 혜산의 주민 1만8,000명에게 매일 빵 3개씩을 먹이고 있고, 99년부터 시작한 젖염소 보내기 운동으로 농민들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젖염소로 어떻게 식량문제를 해결합니까
▲젖을 짜서 먹는 거지요. 젖염소 한 마리에서 하루 2~5kg의 젖이 나오는데 그것으로 다섯 식구의 식량이 해결됩니다. 젖염소는 중국서 마리당 150달러에 사서 보내는데 개량종자라 풀만 먹고 자라면서도 병에 안 걸리고 번식률이 높습니다. 지난 4년동안 평남 구빈리와 황해남도 창천, 함흥과 회령 등지에 2,000마리를 보냈어요. 지금은 아마 적어도 1만마리 이상으로 불어났을 것입니다.
△요즘은 북한돕기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지요
▲너무 오래 해서 회원들이 지친 감이 있습니다. 전보다 헌금이 덜 들어오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회원의 도움으로 내달에는 식량난이 극심한 무산에 빵공장을 하나 더 세우게 됐습니다.
△건강한 교회 세우기 운동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2000년부터 매년 개혁의지가 있는 목회자나 교수들을 초청해 세미나와 웍샵을 개최해왔습니다. 신앙의 생활화, 한국교회의 권력구조, 교회의 집단이기주의, 회계제도 개선방안 등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은 강연 테입등을 보급하고 소식지를 통해 꾸준히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상당히 효과와 반응이 좋습니다.
△한인교회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외형적 성장과 선교에만 너무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한인교회가 선교 많이 하는거 물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공헌해야죠. 우리 아이들은 비행소년이 돼가고 마약중독자가 되어가는데 그 아이들은 교회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고 재활에 인색하면서 해외 선교에 뭉텅잇돈을 턱턱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또 한인들의 기부문화도 문제입니다. 헌금이 교회에만 집중되어있고 구호단체에 보내는 기금은 거의 전무해요. 미국인들의 기부금이 1년에 1인당 평균 700달러인데 비해 한인은 10달러랍니다. 대신 교회 헌금은 일년에 일인당 평균 2,000달러를 낸다니 균형이 맞지 않지요. 한인사회의 자원이 다 교회로 들어가고 있으니 교회가 그 기금의 일부라도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한다면 한인들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훨씬 신임을 얻을 것입니다.
△LA기윤실 10주년을 맞아 한 단계 도약하고 싶다고 했는데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젊은 일꾼들을 많이 내세워 운동을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이미 좋은 목사들, 교수들을 실행위원으로 영입해 잘 하고 있습니다. 최상준교수(콩코드대학, 정치학), 박문규교수(CIU학장, 정치학), 허성규교슈(칼스테이트롱비치, 회계학), 조만연 CPA 등이 함께 일하고 있죠. 조직이 정비되고 일할 체제를 갖추면 건강하고 정의로운 교포사회 만들기 운동을 구체적으로 해볼 계획입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윤실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987년 12월 서울대학교 손봉호 교수를 주축으로 뜻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고 시작한 운동이다. 당시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도덕적 부패, 성장주의에 빠진 교회 등 심각한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이래선 안되겠다고 개탄하며 출범, 사회정의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LA기윤실은 1993년 4월15일 시작했으니 꼭 10주년이다. 미전국의 한인교회와 크리스천들을 대상으로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운동을 펼쳐온 결과 그동안 회원 225명, 준회원 475명, 가입교회가 120개로 늘어났다. 계간 소식지를 통해 의식개혁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세미나, 웍샵을 개최하면서 강연 테입도 보급하고 있다. 미주지역 기윤실은 현재 LA외에 워싱턴 DC와 디트로이트에도 있다. 회원이 되기 원하는 사람은 (213)387-1207로 전화하면 된다. 회비는 한달에 10달러. 특별한 의무는 없고 이름 그대로 삶에서 기독교윤리를 실천하는 운동에 동참하면 된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이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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