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던집 매입후 부모에게 렌트”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이번 주는 한국과 미국의 어머니날이 포함된 주이기도 하다. 어머니날 하루를 위한 간단한 선물도 좋지만 근본적인 것은 부모의 노후를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다. 일제시대와 전쟁과 가난했던 시대적 역경을 거치면서 인고의 세월을 보낸 우리들의 부모세대.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은 유보한 채 희생적인 삶을 살아왔다. 당연히 노후는 평안하고 풍족하게 모셔야겠지만 현실은 많이 부족하다. 방법은 없는 것일까?
1946∼1964년에 태어난 전후 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은 부모 세대의 근검절약과 희생정신으로 역사적으로 교육도 가장 많이 받고 대량생산 체제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비교적 풍족한 중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교육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대부분 30대 초가 가까워서야 아이를 낳아 이제 그들이 한창 성장할 나이인 데다가 부모들은 연로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베이비 부머인 그들도 이젠 더 이상 젊지 않고 중년의 고비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이라는 이중 짐을 짊어져야 하는 시점이다.
더구나 부모세대는 자신들의 은퇴 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박절한 삶을 살아왔고 설상 노후를 위해 주식이나 연금, 은행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저이자와 주가 하락이라는 전대미문의 지난 몇 년을 거친 후 쌈짓돈은 얄팍해질 대로 얄팍해진 지금이다.
물질적 풍요에 길든 아이들과 노후 생활자금이 넉넉지 않은 부모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베이비 부머들을 위해 최근 언론들은 ‘돈 없는 연로한 부모 자존심 상하지 않게 모시는 법’(How to Protect Yourself From Your Parents)을 소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발렌시아에 거주하는 미세스 김(55)은 아이들이 다 자랐는데도 아직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에 재학중인 아이들은 융자를 얻어서 공부하므로 직접적으로 미세스 김에게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지만 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87) 뒷바라지를 위해선 이제 일을 좀 그만 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장기간 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고 양로병원에 모시자니 동기간에 의견일치가 안돼 집에서 모시면서 간호보조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시동생과 동서들도 다들 제 사는 것들이 바빠서 자주 못 봐 드리고 그렇다고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시어머니 병환 시중은 대부분 미세스 김 차지이다. 부모 모시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꼭 한국처럼 집에서 모시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9년 메트라이프 보험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픈 가족을 사망 시까지 돌보는 데에는 총 65만9,139달러가 든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일을 포기하는 것도 포함한 가격이다.
부모가 혼자 재정이나 살림을 꾸려가지 못할 정도로 아픈 경우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돈 관리할 줄 알고 가벼운 나들이나 산책이 가능한 경우에도 그들은 대부분 마지막까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식에게 얹혀 살지 않겠다는 관념이 강하다.
후손들에게 경제적으로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세다. 살던 집은 그대로 지니고 있지만 쓸 현금도 없으면서 이런 고집만 셀 때는 자손들이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소개한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월스트릿 저널 소개 자존심 강한 부모 모시기
보석등 값진 물건 매입
양도소득세 고려 월부로 갚아
부모 생활비 절반이상 보조땐
부양가족 세금공제 받아
■ 부모로부터 값나가는 것을 매입한다.
자식으로부터 생활비를 거저 받기를 싫어하는 자존심 강한 부모들도 많다. 또 자손들도 매달 생활비를 공짜로 대줄 형편이 못된다. 이 경우는 물건과 돈을 바꾸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제일 좋은 것은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을 자녀가 매입하는 것이다. “돌아가시면 어차피 내 집 될텐데…”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유산으로 내려온다고 해도 형제끼리 나눠야 하고 피차 계산 복잡해지니 부모 집을 내가 사서 월 페이먼트로 집 값을 갚는다. 부모도 공짜로 생활비 타 쓴다는 불편한 마음 없앨 수 있고 자녀인 본인도 제2 부동산 하나 마련해 가고 있다고 뿌듯하게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부모가 집이 없고 보석이 있다면 이것을 매입해도 된다.
부모 집이나 보석 등 큰돈 나가는 것을 매입할 때는 부모가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도록 월부로 갚아나가는 것이 좋다.
여유가 있다면 집 없는 부모를 위해 자그마한 집이나 콘도를 하나 마련해서 싼값에 부모에게 렌트 놓는 것도 부모를 도와주는 한 방법이다. 다 늙어서 이 집 저 집 혹은 이 아파트에서 저 아파트로 주인 눈치보며 옮겨다니지 않아도 되니 좋아하실 것이다.
■ 세무 공제를 활용한다.
부모 수입이 연간 3,050달러가 넘지 않고 부모 생활비 절반 이상을 보조하고 있다면 세무보고 때 부모를 부양가족에 올려도 된다. 이때 부모를 위한 의료비와 치과 비용이 소득의 7.5%가 넘는다면 이도 항목별 소득공제 할 수 있다. 이때 의료비는 부모 주머니에서 나갔건 아니면 자녀 주머니에서 나갔건 상관없다.
■ 어카운트를 별도로 한다.
부모가 재정관리 능력이 없거나 많이 아파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면 자녀와 공동구좌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부모가 빚이 있다면 채권자가 공동구좌에서 돈을 빼나갈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가 구좌를 따로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이때는 부모로부터 위임장을 받아두면 자녀가 부모 구좌를 이용해서 부모 대신 돈 관리를 할 수 있다.
부모가 연로하다면 위임장은 두 종류를 받아 놓아야 한다. 한 개는 은행등 재정관리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한 개는 의료관련 위임장(medical power of attorney)이다.
■ 장기간 치료보험에 가입해 놓는다.
이는 부모가 이미 연로했거나 환자라면 너무 늦은 예기다. 그러나 아직 경제력이 있고 활동중이라면 장기간 입원이나 양로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롱텀 의료보험을 가입해 두면 유리하다. 연방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메디케어는 장기간 치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 유산을 이용한다.
부모가 값나가는 물건이나 증권을 가지고 있다면 생전에 팔아서 현금으로 쓰시라고 권장한다. 집이 좋은 예이다. 자손이 매입할 형편이 안 된다면 리버스 모기지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리버스 모기지란 모기지 페이먼트가 끝난 집을 저당 잡히고 대신 매월 생활비를 은행으로부터 받아쓰는 것이다. 62세 이후면 이용할 수 있다. 집이 팔리거나 소유주가 사망하면 은행에서 집 판 가격에서 융자액수를 거두어 간다. 이렇게 할 때 자손의 유산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부모 돌아가신 후 많이 물려받는 것보다는 살아 계실 때 효도하고 싶은데 내 주머니에서 나갈 돈이 없을 때 이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정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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