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5월의 단비가 대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말끔히 씻어 내린 가운데 열린 제20회 오렌지카운티 한인축제는 100년의 뿌리깊은 이민 역사를 가진 한인사회의 힘과 단합을 주류사회에 과시하는 뜻깊은 한마당 잔치로 치러졌다.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정리했다.
거북이 마라톤 세대 초월 3백여명 걷고 뛰고
손에 손을 맞잡은 300여 한인들은 가든그로브 거리를 힘차게 걸으며 이민 100주년을 맞이한 한인사회의 무궁한 발전과 밝은 미래 건설을 다짐했다.
‘건강한 가족, 밝은 미래’를 주재로 3일 펼쳐진 ‘거북이 마라톤 대회’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인 여아부터 휠체어를 탄 8순의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초월한 많은 한인들이 참석해 한인사회의 단합과 화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대회장인 김선홍 중앙은행장과 노명수 전 오렌지카운티한인회장, 김진오 전 오렌지카운티상공회의소장등이 선도를 이끈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오후 2시30분 브룩허스트 웨이를 출발해 가든그로브길을 따라 길버트 애비뉴까지 약 반마일 구간에 걸쳐 펼쳐졌다. 거북이 마라톤대회는 매년 뉴스트부동산 앞에서 출발했으나 올 축제 장소가 브룩허스트 웨이 뒤편 공터로 옮겨짐에 따라 출발점도 변경됐다.
참가자들은 주관처인 본보가 준비한 푸짐한 상품과 거북이 마라톤 대회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받으며 바쁘고 힘든 이민생활을 잠시 잊으며 가족간의 즐거움을 나누는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매년 대회에 참가한다는 풀러튼의 김인해(40)씨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아이가 매년 참가하자고 보챈다”며 “대로를 활보하며 가족간의 우의도 다지고 한인들도 볼 수 있는 즐거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윤명수(69) 할아버지는 “선물도 푸짐한데다가 오랜만에 한국사람끼리 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결승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올스타 쇼
무대-객석 하나된 감동의 밤
3일 밤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올스타쇼는 남녀노소와 인종을 떠나 함께 즐기는 흥겨운 무대였다.
박진영, 박지윤, 비 등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젊은 가수 3인이 화려한 율동과 함께 신나는 최신 댄스곡을 선사하자 3,000여 관객은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함께 즐겼다.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비는 ‘안녕이란 말대신’, ‘악수’, ‘나쁜남자’ 등을 힘있는 댄스와 함께 열창했으며 중고생 여성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박지윤은 펑퍼짐한 아프로스타일의 가발을 쓰고 나와 최고의 히트곡인 ‘성인식’과 최신곡인 ‘할 줄 알어’를 섹시한 댄스와 함께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박진영은 역시 최고의 엔터테이너라는 찬사에 어울리게 자신의 히트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구성해 많은 박수를 받으며 쇼의 절정을 이뤘다.
외국인 가요경연
개그 곁들인 노래솜씨 웃음바다
다인종 사회의 화합을 기치로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외국인 한국가요경연대회’에는 8명의 외국인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노래실력과 각종 재능을 뽐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영예의 대상은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부른 매튜 크레이머(46·부동산 개발업자)가 차지했다.
한 참가자는 직접 기타연주까지 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고, 일본 여성 참가자는 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우비개그를 흉내내 ‘내거야’, ‘사랑해’를 외쳐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본보와 라디오서울 KTAN-TV가 공동주관하고 한국문화원에서 후원한 이날 대회에서 1위는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을 부른 존 골드(54), 2위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른 이즈미 하시다(48), 3위는 혜은이의 ‘사랑해 당신을’을 부른 조 리시터(46)가 차지했다.
인기상은 참가자중 가장 어린 나이로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를 옷을 벗어가며(?) 열정적으로 부른 더스틴 워터스(21)에게 돌아갔다.
행사 이모저모
수잔 안여사 선두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 주최로 가든그로브 블러버드를 따라 펼쳐진 퍼레이드는 그랜드마샬인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맏딸인 수잔 안 여사가 오픈카를 타고 선두에 나서 이민 1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는 뜻깊은 행사로 치러졌다는 평가.
하리수 최고 인기
◎…올 행사에 초청된 한국 연예인들 중에서 하리수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하리수를 태운 오픈카가 거리를 지나자 길거리 뒤편에 앉아 있던 한인들이 앞으로 몰려들어 ‘하리수다’를 외치며 박수로 환영. 한인들은 저마다 “직접 보니 이쁘더라”고 감탄사를 연발.
봄비 오히려 청량제
◎…9·11테러 이후 봄철 축제로 바뀐 오렌지카운카운티 한인축제는 올해 뜻하지 않은 복병인 ‘비’로 관계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기도. 2일 밤부터 쏟아져 내린 비는 3일 새벽까지 계속됐으나 정오부터 개이기 시작하면서 행사가 정상대로 진행. 한 관계자는 간간이 내린 비가 오히려 먼지를 없애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며 ‘길조’라고 자평.
GG시장 “원더풀”
◎…중절모를 쓰고 나타난 브루스 브로드워터 가든그로브 시장은 오렌지 카운티 한인축제가 “가든그로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인 커뮤니티를 타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
한국문화원 수강생 많아
◎…8명의 외국인한국가요경연대회 참가자 중 3명이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 역시 한국문화원이 친한파(?)를 생산하는데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 수상은 못했지만 UN의 선물을 부른 데이빗 핸슨은 한국문화원내의 노래방 기계로 수시로 노래 연습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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