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잔고초과 보호 서비스’
‘고객 서비스’인가? ‘고리 대금업’인가?잔고 넘는 액수 수표발행 허용
은행 “부도방지 혜택”주장 불구
연리 수천%의 높은 수수료 물려
은행의 대표적 수익창출 수단으로
워싱턴 뮤추얼, 작년 10억달러 챙겨
서민들에 피해… 당국도 우려 표명
고객들에게 잔고 이상의 수표를 발행하거나 ATM 및 데빗 카드로 초과인출을 하도록 허용하고 높은 수수료를 물리는 ‘초과인출 보호 프로그램’(overdraft protection program)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체킹 어카운트를 열면 누구나 자동 가입되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쓰는 돈은 은행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론’의 성격이어서 고객들은 연리 수천 퍼센트에 해당하는, 사실상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허용한도가 겨우 100~300달러인 초과인출에 대한 대가가 건당 최고 35달러에 달한다. 수 주 동안 겨우 몇 달러를 잔고 이상으로 쓰고 몇 십 달러를 무는 사례가 다반사다.
문제는 많은 은행들이 초과 인출에 따른 금전 손실은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고 편리성만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적극적인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소비자단체들은 “은행들이 부도를 막아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이것이 실제는 ‘론’과 마찬가지임을 알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다.
각종 수수료가 은행 영업 수익의 약30%를 차지하는 가운데 초과인출 수수료의 절반은 전체의 4%에 해당하는 고객들에게서 나온다. 소비자단체들은 당국이 이 프로그램을 공정융자법에 의거해 사전에 이자를 공개해야 하는 ‘융자’로 취급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한 소비자 단체는 이 프로그램의 이용을 권장하는 은행들의 마케팅을 금지해주도록 최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은행들은 부도수표를 막아주거나 때로는 ATM 카드나 데빗카드로 현금 이상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을 ‘고객 서비스’라고 말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은행에 막대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실질적인 ‘고리 융자’라고 비난이 일고 있다.
최소한 1,000여개 은행이 고객들에게 ‘은행 잔고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면 고민하지 말고 수표를 써라’는 식으로 프로그램의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초과인출 라인 오브 크레딧’(overdraft line of credit)과는 크게 다르다. 라인 오브 크레딧은 우대 고객 10% 정도를 대상으로 연리 20% 정도에 수천달러까지 필요한 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반면 100~300달러가 허용 한도액인 이 프로그램은 수일 내로 부족액을 입금해야 하고 건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물리는데 액수가 연리 수천%에 해당한다.
이 프로그램은 은행들의 대표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미 7위 금융기관인 워싱턴 뮤추얼의 경우 지난해 10억달러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업계 분석가들은 추산했다.
문제는 체킹 어카운트 고객이면 누구나 자동 가입되는 초과인출 보호 프로그램이 늘 돈이 부족한 경제적 약자들을 주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은행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올리는 수수료 수익의 절반 가량을 약 4%의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건당 최고 35달러를 받는 이 프로그램이 노동자 계층을 노린 실질적인 고리 융자”라고 평가하고 “ATM 사용 때에도 활용이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수료를 물린 사실을 알려주는 은행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잔액 이상으로 돈을 꺼냈음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잔고 이상의 돈을 쓰는 고객들을 반기는 현상은 과거에는 부도수표 발행을 경고하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것으로 소비자 권익보호 단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미 소매자연맹의 진 앤 폭스 디렉터는 “일부는 그 날 벌어 그 날 먹고살기 때문에 잔고가 거의 없는 일부 고객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은행들도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100달러당 10~15달러를 받고 2주간 돈을 빌려주는 페이데이 론과 유사한 것”이라며 “하지만 조건은 더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초과인출 보호 프로그램의 수수료를 연리로 파악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크레딧 카드 연체료와 비슷한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워싱턴 뮤추얼의 윌리엄 롱브레이크 부행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고객들은 이를 좋은 서비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으며,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한 컨설턴트는 “재정관리 수단 중 하나를 제공하는 것으로 부도에 따른 불편을 막아준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인디애나 금융감독국 등 일부 정부 당국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인디애나 금융감독국 J. 필립 가더드 부디텍터는 “프로그램의 목적이 소비자를 돕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초과인출 보호 수수료는 97년에서 2001년 사이에 평균 20달러42센트로 평균 24%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은행들이 2001년보다 14% 증가한 ATM, 부도수표, 초과인출 등에 대한 수수료로 30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은행 전체 영업이익의 약 30%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장섭 기자>
peter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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