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부르고뉴산 ‘저리가라’
리포니아와 워싱턴 사이에 낀 오리건은 캘리포니아와도, 워싱턴과도 다른 것이 특징이다. 오리건주의 대표적 와인 생산 지역인 윌라멧(Willamette) 밸리의 여름은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더 기온이 낮고 구름이 많고, 겨울은 워싱턴의 와인 생산 지역들보다 따뜻하다.
그러므로 오리건주에서 포도 재배를 하는 어려움은 한파가 일찍 몰려와서 포도를 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기온이 너무 낮은 여름과 습도가 높은 가을 날씨이다. 잿빛 하늘과 차가운 공기 속에 서서히 익어가는 오리건의 피노 누아는 캘리포니아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따라갈 수 없었던 부르고뉴 풍의 와인 생산의 꿈을 이루었다. 1960년대에 오리건에서 처음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사람은 데이빗 렛(David Lett) 이라는 사람으로, 그는 카버네 소비뇽이나 샤도네를 심지 않고 처음부터 피노 누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의 선택은 매우 탁월한 것이어서, 햇빛을 오랫동안 받고 충분히 익어야하는 카버네 소비뇽을 오리건에서 재배하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
그 후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포도원들이 오리건으로 피노 누아를 재배하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로베르 드루앵(Robert Drouhin)과 그의 딸 베로니크가 오리건에 와서 ‘도메인 드루앵’을 연 것은 오리건 와인 산업에 있어서 큰 활력소가 되고도 남았다
오리건의 피노 누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드루앵 스타일의 부드럽고 내성적인 것과, 오크향이 강하고 전체적으로 더 강한 맛의 보 프레레스(Beaux Freres) 스타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보 프레레스의 투자자 중 하나이다.
드루앵이 생산하는 오리건의 피노 누아는 그가 생산하는 부르고뉴산 피노 누아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품질을 자랑하는데 이는 오리건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품질이 좋은가를 증명하는 잣대가 된다.
지난 10년간 오리건의 와인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 1991년에 78개였던 와이너리는 2001년에 195개로 늘었고, 매출액은 331%나 신장하였다. 2001년 한 해 동안 108만 2,000 케이스를 판매하여 약 2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한 오리건은 이제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내 와인 생산 2위의 자리를 굳혔다.
피노 누아의 성공과는 달리 오리건의 샤도네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캘리포니아처럼 오랫동안 햇볕을 받고 뒤늦게 익는 곳에서 제 맛을 내는 샤도네 종자를 오리건에서 재배하려고 한 것이 큰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부르고뉴의 디종 지방에서 가져온 샤도네 종자를 다시 시도하고 있으니 수년 내에 샤도네의 품질이 많이 향상되겠지만, 아직까지 오리건의 샤도네는 빈약하고 시고 떫은맛이 강한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에 비해 피노 누아와 비슷한 품종의 백포도주인 피노 그리(Pinot Gris-이탈리아에서는 피노 그리지오라고 불리는 품종)는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알자스의 피노 그리처럼 강하고 두터운 맛이 아니고, 마치 향기롭고 가벼운 샤도네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와인 전문가들 중에는, 오리건의 피노 그리는 구하기 힘들지만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훌륭한 와인이기 때문에 발견하는 즉시 구입해서 마셔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도 있다.
오리건주의 와인 생산 지역은 왈라 왈라, 컬럼비아 밸리, 윌라멧 밸리, 움쿠아(Umpqua), 로그, 애플게이트 밸리 이렇게 여섯 지역으로 나뉜다. 이 중 윌라멧 밸리가 가장 유명하고, 왈라 왈라와 컬럼비아 밸리 지역은 워싱턴주와 오리건주에 걸쳐서 위치하고 있어서, 워싱턴주에서 생산된 와인에서도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오리건주의 와이너리들은 부르고뉴처럼 규모가 작고 연간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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