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은 죽었나, 살았나? 살았으면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군정을 펴고 있는 이 마당에 후세인의 종적은 오리무중이다.
후세인이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도 있고 아직 살아있다는 설도 있다. 전쟁 중 국외로 탈출했다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이라크 내에 숨어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미국은 이라크전쟁에서 손쉽게 이겼으나 아프간전쟁에서 빈 라덴과 오마르를 잡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개운찮은 승리를 한 셈이다.
그러나 후세인이 죽었건, 살아있건 간에 후세인의 이라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후세인이 살아있다면 다시 재기를 시도할 지도 모르지만 국제여건과 이라크 내의 분위기가 도저히 그의 재기를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세인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것이, 또는 이렇게 형편없이 도망칠 것이 무얼 믿고 그렇게 큰소리를 쳤단 말인가. 그 큰소리를 정말로 믿고 따르던 이라크 국민들의 심정은 얼마나 허탈할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실속이 없을 때 허풍이 심한 경우가 많다. 개인의 경우, 실력이 없으면 겉치장에 신경을 쓰게 된다. 감투나 명예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며 대부분 자신감이 없는 까닭이다.
권력자의 경우 큰 동상을 세우고 독재를 하고 반대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도 자신감의 부족 때문이다. 자신이 있는 권력자는 모든 사람에게 관대해질 수 있고 포용력을 발휘한다. 히틀러 연구가들은 히틀러가 열등의식에 가득 차 있고 소심증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열등감과 소심증을 감추기 위해 그토록 잔인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볼 수도 있
다.
후세인 시대의 허망한 종말도 그런 허풍을 느끼게 한다.그런데 후세인이 그렇게 자신감이 없었던 허상이었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전쟁을 하기 전까
지는 이라크인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지도자였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라크인의 100%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그 자신이 이라크인의 운명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절대 권력자로 군림했다. 미국과 긴장감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그는 결사항전을 다짐하면서 아랍세계의 성전에 목숨을 바치자고 선동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조국을 이처럼 비참하게 내팽개치고 자기를 따르던 국민을 이렇게 실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그가 지도자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사담 후세인이 진정한 지도자였다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지는 말았어야 했다.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을 때 미국과 정면협상으로 모든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전쟁을 회피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그래도 미국이 전쟁을 하겠다고 달려들면 나라의 운명을 반대세력에 맡기고라도 자신은 아랍세계에 망명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자기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무고한 국민들이 전쟁의 참화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이라크가 외국의 군대에 짓밟히는 수모를 겪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피치 못해 미국과 전쟁을 했다고 한다면 모든 병력을 총동원하여 최후의 결전을 벌였어야 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이라크의 역사에 후세인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고 기록될 것이며 결코 전쟁도 하지 않고 도망쳤다는 오명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역부족으로 전쟁에서 패배했다면 국민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옳았을 것이다.
대서양 횡단항해 중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선장은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선원들을 독려하여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구명보트로 대피시킨 후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 국가나 사회의 지도자는 타이태닉호의 선장처럼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지도자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허상에 불과하다.
이런 허구의 지도자가 어디 후세인 뿐이겠는가. 눈을 돌려 다시 보면 국민들이 굶어죽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호화 사치와 악덕을 서슴치 않는 또 다른 일그러진 영웅이 우리 앞에 있지 않은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