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살고도 추방재판 끝날때까지 구금은 위헌”
지방법원 등 판결… 연방정부 불복 대법에 상소
추방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로 실형을 산 사람은 형기를 마친 뒤에도 추방재판이 끝날 때까지 구속 수감되어야 한다는 이민법 236(c)의 위헌성에 대한 최종 심판을 연방 대법원이 올해 내에 내리게 된다. 연방 제9 항소법원과 지방법원은 이 규정이 영주권자에 적용될 때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이다. 그렇지만 연방 정부는 연방 제9 항소법원의 이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소를 한 결과 대법원이 재심을 하게 된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추방선고를 받았더라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계속 구금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이미 내린 바 있지만, 작금의 사회 분위기와 대법원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연방 제9 항소법원의 지난번 결정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법원 논의의 핵심은 추방 사유에 해당되는 범죄를 범해 실형을 산 사람이 추방되어야 하느냐 되지 않아도 되느냐가 아니다. 쉽게 말하면 범죄가 추방 사유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법원이 결정하려고 하는 것은 설령 추방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신분이 영주권자라면, 추방재판이 끝날 때까지 계속 보석 없이 구금해 두도록 한 법률규정이 연방 개정헌법 5조 적정절차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입장은 의회가 이민법 제정의 전권을 갖고 있는 반면, 236(c)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범죄를 저지른 영주권자를 추방재판이 끝날 때까지 보석 없이 계속 수감해 두는 것이 연방 헌법 수정 5조 적정절차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소송의 당사자인 김현준씨 입장은 이 법은 특별한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영주권자가 사소한 범죄를 저질렀고, 또 도주 우려가 없다고 해도 무조건 구속해 두는 것은 수정헌법 5조의 적정절차의 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판의 당사자인 김현준씨(24)는 6세 때에 미국에 이민 와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김씨는 지난 96년 연장을 넣어둔 다른 사람의 창고에 들어가 시가 100달러 어치의 연장을 훔치다가 절도죄로 구속되어 6개월 복역에 5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듬해인 97년 단순절도죄로 다시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약 18개월 가령 복역을 한 뒤 풀려났다. 그렇지만 석방 하루만인 99년 2월2일 이민국에 체포되어 추방재판을 받게 된 김씨는 그 어머니가 시민권 자이고, 아버지와 형은 영주권자이다.
이민국은 문제의 이민법 236(c)를 근거로 김씨를 본드 없이 구금했다. 속절없이 다시 옥살이를 하던 그는 구금 석달째가 될 무렵, 구금이 부당하다며 연방 캘리포니아 북부지방 법원에 인신석방 청원서(A Writ of Habeas Corpus)를 제출했다. 인신석방 청원서란 인식구속 자체의 적법성을 묻는 것으로 이민법의 문맥에서는 추방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단 석방해 달라고 청원을 하는 절차이다.
인신석방 청원서는 결국 이민국의 추방결정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하기 보다, 순전히 이민국의 구금을 문제삼는 것이다. 관할 법원인 연방 캘리포니아 북부지방 법원은 김씨의 구속 근거가 된 이민법 236(c)는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고, 김씨에 대한 보석 심사를 하도록 결정했다. 연방법원의 이 결정이 있자, 이민국은 김씨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고, 연고가 이 곳에 있어 특별한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금 5,000달러를 책정해, 석방을 결정했다.
한편 연방 제9 항소법원는 Kim v. Ziglar에서 영주권자를 보석 없이 추방재판이 끝날 때까지 구금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다소 판결의 폭을 좁히면서, 김씨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정부가 이 케이스를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간 것이다.
문제가 된 이민법 236(c)에 따르면, 영주권자를 비롯한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은 소정의 형기를 마쳤더라도, 구속에 대한 보석 결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석 청문회가 열린다고 해도, 이민 판사가 이민법 236(c)가 적용되는 케이스라고 결정하면, 보석 청문회는 이것으로 끝이 난다.
보석 결정은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첫째, 공공의 위협이 되는가 둘째, 도주 우려가 있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민법 236(c)는 추방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영주권자의 손에서 보석적 부심을 받을 기회마저 박탈하는 셈이다.
그렇게 되다 보니 영주권자가 긴 시간이 걸리는 추방재판 내내 구금을 면치 못한다. 추방재판은 이민 판사 앞에서 근 1년이 걸리고, 항소라도 할라치면,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물론 연방 법원에 항소 절차를 밟기라도 하면,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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