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 하기
“우리 아이는 지금 9학년입니다. 문제는 확실히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이 학교 문제인지 우리 아이 문제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우리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것 같습니다. 9학년이면 고등학생으로 한창 공부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야 할 시기일 것 같은데 별로 공부하는 것을 못 봅니다.
숙제를 했느냐고 물으면 다 했다고 하고, 어떤 때는 학교에서 미리 해치웠다고도 하고요! 정말 미국 교육이 그리 쉬운 것인지요? 무슨 학교가 그리도 쉬운지! 혹은 우리 아이가 뭘 모르고 돌아가는지! 혹은 부모가 뭘 모르고 있는지!
학교 성적은 잘 하는 편에 속합니다. 이것도 제가 오히려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구분이 잘 안 되어 선생님께 물어보면 그저 칭찬 밖에는 안 하니, 칭찬을 듣는 순간은 제 기분이야 좋지만…
하여간 우리 아이는 공부를 안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평소에 책 읽는 것을 보는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리포트(report)를 써내야 하는 프로젝트(project)가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또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로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많고, 또 실제로 도와주면 우리 아이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만 말을 하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에게 읽기와 쓰기의 문제가 있습니까? 혹은 학교가 정말 공부를 안 시킵니까? 우리 아이가 글을 정말 못쓰는 것 같은데 제가 집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9학년 지운이 아버지-
위의 질문을 간추려 (1)읽기와 쓰기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면, 이것이 학교 전체의 문제냐? 혹은 아이에게만 국한된 것이냐? (2)학교에서는 읽기 지도를 과연 어떻게 하나? (3)쓰기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집에서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3분야로 나누어 봤다.
1. 첫번째 질문:“전반적으로 미국 학교 독서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는가?”
이 질문은 다시 말하면 “미국 청소년들에게 전반적으로 독서의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것과 같다.
“미국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문제가 있지 않느냐?”에 관해 제일 먼저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은 Why Jonny Can’t Read(1955) by Rudolph Flesch로 시작하여 U.S. Department of Education에서 발표한 A Nation at Risk(1983)로 그 절정을 이루었다.
첫번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원인은 처음으로 독서를 의학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읽기에 문제가 있는 학생에게 관심을 모은 것에 있고, 나중 것은 주로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의 읽기 수준에 중점을 두었다. 그 이후에 신문이나 TV등의 매체를 통하여 미국 청소년들에게 읽기의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그러나 David Berliner & Bruce Biddle이 이 문제에 대해 오래 연구한 책 The Manufactured Crisis(1995)에 따르면 이제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신화, 절반의 진실… 거짓말’(myths, half-truths and… outright lies, p.4) 이라고 밝혀졌다.
30년 전 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NAEP)와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Evaluation of Education(IEA)이 연방정부 내에 설립되었다.
이 두 기관의 설립목적은 해마다 미국 학생들의 읽기 능력과 다른 과목의 실력평가를 하는, 즉 각 개인이나 한 학교의 실력평가가 아니고 미국 전체를 상대로 하는 성적표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과목이 독서인데 그 원인은 읽기를 통하여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결과에 따라 program이 편성되며, 이 program에 의하여 재정(funds)이 결정된다.
여기서 먼저 NAEP의 결과중 지면상 일부를 예로 들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1971부터 l998년까지의 4, 8, 12학년의 독서능력 평가(Students’ Reading Proficiency)이다.(Campbell, Reese, O’Sullivan & Dossey, l996; Donahuem Voelkl, Campbell, & Mazzeo, l999)
l971년에서 l998년까지 학생들의 독서능력은 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l971년보다는 l998년에 오히려 학생들의 실력이 높아진 것이다. 이것에 대해 연구한 학자는 Anderson, Hiebert, Scott, & Wilkinson, l985인데 그들도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IEA가 1950년부터 미국 학생들의 독서 능력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시작하였다. l990~l991의 연구를 하나의 예로 들겠다.
이 연구는 미국 청소년들의 독서 능력을 다른 34개 선진국가들과 비교하였다.(Elley, l992)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독서 능력이 가장 높은 다른 6개국을 뽑아봤다.
미국보다 앞서간 나라는 Finland이고 Canada와 West Germany는 미국보다 뒤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이나 이민 학생들을 제외하면 미국의 독서 능력이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특히 교과서, 독서 가르치는 방법, 자료… 등은 1위를 차지했다.
다음 연구는 미국 청소년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고 미국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인구에 대해 그동안 많은 연구가 되어 있다. l992년의 미국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인구는 4,000만~5,000만명이다.
이 숫자는 미국 인구의 20~23%를 의미하며 이 부류에 속한 사람들이 시험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시험은 글(prose), 서류(documents) 등 여러 종류의 읽기 능력(quantitative proficiencies)을 5종류별로 치른 결과였다.(Kirsch, Jungeblut, Jenkins, and Kolstad 1993, p.14)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l992년의 연구 결과가 l985년의 결과보다 더 낮아진데 있다.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인구는 주로 이민자들과 저소득층이었다.
2. 두번째 질문: “학교에서는 읽기 지도를 과연 어떻게 하나?”
학교에서 독서는 반드시 가르친다. 독서의 읽기 스킬(reading skills)은 3학년 전에 다 통달을 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를 통하여 생각하고,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을 하고,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유치원서부터 2~3학년까지의 독서 프로그램을 ‘Learn to Read Program’이라고 하여 전적으로 읽기 자체를 배운다.
그러나 2~3학년 이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Read to Learn’으로 바뀐다.
다시 말하면 읽기 과목이 과학이나 수학 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이 모든 과목을 읽기를 통해 배운다. 주입식 같이 그저 외워서 배우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또다른 생각을 낳게 하여 창의적인 세계까지 몰고 가게 된다. 그래서 미국 교육의 주요 목적의 하나는 ‘critical thinkers’로 만든다는 것이다.
서론에 소개한 지운이가 숙제 등 공부를 할 때 책을 깊게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그렇게 빨리 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의 독서시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면상 학교에서 가르치는 독서시간에 대해선 다음주에 쓰겠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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