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 시리즈
▶ 레저용 신발업계 최정상 ‘우뚝’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산악에서 사냥을 하는 사람들의 신발을 살피다 보면 ‘프로라인’(PRO LINE)이란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 브랜드가 30년 가까이 한인 신발 업체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바로 프로라인은 ‘설봉 장학재단’으로 친숙한 ‘레드라인’(Red Line Product Inc·회장 유재두)사의 주력 브랜드.수많은 미국의 신발 제조 업체와의 경쟁을 물리치고 지금은 미국내 레저용 신발 업계에서는 당당히 최고로 손꼽히고 있는 제품이다.
뉴욕에 한인들의 이민이 본격화되던 무렵인 1976년 탄생한 레드라인은 지난 27년 동안 미 전역에 낚시용 장화와 사냥용 신발, 등산화, 고무 장화 등을 생산, 공급해오며 해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200만∼3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연 매출실적이 미 주류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현재는 5,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바다나 강에서 낚시를 할 때 착용하는 ‘고무 체스터 웨더 부문’에서는 그 어느 기업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해 오고 있다.
이처럼 레드라인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평생 고무 신발 외길 만을 걸어온 유 회장의 장인정신과 철저한 품질관리가 뒤따랐기 때문이라고 주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사실 레드라인은 지난 1970년대 초까지 국제, 진양, 동양고무 등과 함께 한국의 신발업계를 주무르던 조일공업사의 후신.
25년간 조일공업에 근무하며 사장까지 역임했던 유 회장은 1973년 서울 공장에 뜻하지 않은 대형 화재가 나면서 회사를 잃었다. 빈손으로 뉴욕으로 건너와 맨하탄 메이시 백화점 앞에 차렸던 오퍼상이 레드라인 이었다.
조일공업을 운영할 때 단골이었던 미국 바이어들 만을 믿고 맨손으로 신발 오퍼상을 열었다. 유 회장은 그때부터 그야말로 손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며 한국에서 못다 이룬 꿈을 미국에 펼치기 시작했다.
창업 당시 나이가 이미 예순이 넘었던 유 회장이었지만 1인 5역을 해가며 바이어가 있는 곳이라면 12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종업원 1,500여명 규모의 서울 공장을 일순간에 화마로 날리고 미국에서 다시 재기에 나선 후 처음에는 어떻게 회사를 경영할 것인지 정말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언어장벽은 물론 오퍼상 경험이 없었던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수입물품에 하자가 많아 거래처로부터 퇴짜를 받기 일쑤였거든요. 하지만 고객 위주의 서비스와 지속적인 품질 향상 노력만 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밀고 나갔습니다."
실제로 초창기 시절 한국산 레저용 고무 장화를 수입해 미국에 공급했던 유 회장은 끊이지 않는 불량품 때문에 거래처를 잃으면서 문을 닫느냐 마느냐는 위기에 놓인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유 회장은 바이어들에게 달려가 불량품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지겠다는 약속을 했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제조 공정을 연구, 개선 방안을 한국 수출 공장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점차 품질을 높여갔다.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저의 경영 철학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번 주어진 믿음은 훗날 수백만 달러 짜리 거래액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유 회장의 이같은 노력은 바이어들을 감복시키며 굳건한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그리고 8년 후인 1984년부터 한인 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항저우에 중국 회사와 합작으로 공장을 설립, 자체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한국과 대만에도 거래 공장을 갖추고 생산량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당시 경험을 기반으로 유 회장은 지금도 전직원들에게 고객 위주의 품질 향상을 가장 우선적으로 독려하고 있다.이 회사의 성장에는 종업원을 한가족처럼 대해주는 유 회장의 가족경영 철학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첩에 종업원들의 생일을 적어 갖고 다니며 생일을 맞은 이들에게 선물을 한다. 정기적으로 가족들을 일일이 회사로 초청, 파티를 열어주는 등 종업원들에게 ‘내 회사’란 확고한 의식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그 결과, 직종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 업계에서 한번 입사하면 종업원이 직장을 옮기지 않는
회사로 이름이 나있다. 이같은 유 회장의 경영 소신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세운 설봉 장학재단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사재 200만 달러를 출연해 설립한 설봉장학재단은 벌써 200여명의 뉴욕일원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며 미래의 한인사회를 책임질 꿈나무로 키우고 있다."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입니다. 사재를 털어 육영사업을 한 선친이 유지를 받들어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유 회장은 현재 350만 달러로 불어난 장학기금을 앞으로 계속해 늘려 더 많은 한인 청소년들을 한인사회의 인재로 육성하는데 사용할 방침이다.
■유재두 회장
"최고의 회사가 아닌 훌륭한 회사로 남길 바랍니다. 묵묵히 성실하게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모든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회사가 될 거라 믿습니다."유재두(87·사진) 레드라인 사장은 회사를 키우는 원동력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와의 약속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고도의 상술 보다는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앞으로 유 사장의 목표는 레저용 신발의 미주 시장 점유율을 동종 회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진입시키는 것.
또한 지금까지 거의 미국 내수에만 치우쳐 있는 시장을 앞으로 해외로 넓혀 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이를 대비해 유 사장은 해외 유통망 개척을 위한 준비 작업과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을 완료해 놓았다.
"전세계적으로 레저 산업이 빠르게 발달되고 있어 해외시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아시아 국가를 중점적으로 마케팅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유 사장은 올해로 설립한 지 9년째를 맞는 설봉장학재단의 펀드를 현재 350만달러에서 500만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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