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탑 컴퓨터에 초고속 인터넷 제공
예일 호화 체육관·보스턴 콘도같은 기숙사
‘공부 안시키고 놀기만 조장’ 일부 비판
대학입학 통지 시즌. 지원한 여러 대학에서 복수 입학허가서가 온 학생은 선택을 위한 즐거운 고민을 해야 하지만 “와 주십시오” 하고 통지를 보내 놓은 대학에서는 학생 유치에 각종 특혜를 제시하는 계절이다. 받아주기를 바라며 지원서를 쓸 때의 학생측과 사정의 날을 세우며 당락을 결정하던 대학 어드미션 오피스의 입장이 몇달 차이로 바뀐 시점이다. 하이텍 시대이니 만큼 각 대학 당국은 무료 셀폰, 랩탑, 비디오 카메라 대여 등 각종 하이텍 소도구들을 제공하며 실력 있는 학생 낚아채기에 안간힘이다. 미전국 칼리지에서 제공하는 각종 특전(perk)의 실태를 살펴본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김양은 최근 뉴욕 대학으로부터 상당히 매력적인 오퍼를 받았다. 2만달러 장학금에 외국 교환학생 특전이 달려나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김양을 사로잡은 ‘당근’은 영화 스크린과 영화관 무료 티켓이다. 영화를 전공하고 싶은 틴에저로서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다.
4월은 미 전국 고교졸업반 틴에이저들이 장차 다닐 대학을 최종 결정하는 시기이고 대학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특전 전쟁’을 벌이는 달이다. 특전 전쟁은 대학입학 지원자가 폭주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의 특전은 장학금이 거의 전부를 차지했다. 고교졸업반 중 대학 지원자가 늘어나자 장학금 공세를 펴는 대학은 우수 학생이 줄줄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캠퍼스는 텅 비는 대조를 보이자 너도나도 대학마다 장학금 특전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특전은 너무 일반화돼 버려서 미전국 대학협회와 유니버시티 비즈니스 오피스에 따르면 사립대학 학생의 81%가 대학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형편이 이런 사정이다 보니 경기가 붐을 타던 90년대 후반부터는 각 대학들이 더 큰 ‘빅 티켓’을 들고 나왔다. 예일 대학에서는 모든 장비가 다 갖춰진 호화 체육관을 지었고 보스턴 대학에서는 기숙사를 콘도만큼 업그레이드 시켰다. 바다나 강을 내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대학 기숙사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여기에서 한발 더 진전, 하이텍 소도구 전쟁이다.
오하이오 대학에서는 대학 기숙사 내에 컴퓨터, 프린터, 마이크로 냉장고까지 갖췄다. 이 학교 대변인은 “냉장고는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그 어느 세대보다 풍족하게 자란 신세대들을 유치하려면 이 정도는 갖춰야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하이텍은 아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한 가지가 더 첨부됐다. 문만 하면 원하는 모양과 맛의 생일 케익을 18달러에 기숙사까지 배달해 준다.
노스웨스턴 대학은 최근 40만달러를 들여 교내 인터넷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학생들은 컴퓨터로 케이블 TV를 시청할 수 있는데 그것도 동시에 10개 채널까지 가능하다. 학생들은 컴퓨터로 TV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소리가 안나오게 작동해 놓고 그 짬을 이용해 숙제도 하고 책도 읽는다.
코넬대학은 내년부터 전교생에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숙박비에 245달러를 더 부과할 예정이고 다른 대학들도 등록금을 약간 올려서라도 랩탑을 무료로 제공할 움직임이다. 다른 대학에서는 셀폰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자신은 매달 돈을 내야 한다며 타대학과 소도구 특전을 비교해서 불평을 하는 신입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상 대학 당국들은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이미 여러 대학들이 비즈니스 업체와 연계를 맺고 할인가격에 학생들에게 각종 특전을 제공하고 있는 추세다. 아메리칸 대학은 싱귤러 와이어리스와 연계를 맺어 학생들에게 저렴한 셀폰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고 듀크 대학은 콜로라도 미디어회사인 크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학생들에게 케이블 쇼를 무료로 제공하고 돈을 내고 보는 영화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학 재학생들은 요즘 기숙사에서 원하기만 하면 ‘트레이닝 데이’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를 시청할 수 있다.
“연간 4만달러의 학비면 무료 세탁, 피자 배달 외에도 이 정도 하이텍 설비는 돼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분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각 대학 기숙사의 하이텍화에 골머리를 앓는 학부모도 그러나 없지 않다.
버지니아텍의 2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시간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웹 접속으로 음악도 다운로드받고 친구와의 채팅도 한없이 즐기다가 그 좋은 두뇌에도 불구하고 학점이 2.4까지 미끄러져 내렸다. 그는 전자메일로 온 부모의 호령에 정신이 나서 “이젠 컴퓨터를 끄고 도서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측이 제공하고 있는 갖가지 하이텍 특전, 신세대 학생들은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부모들은 웹이란 넓고 불안정한 세상에 아이를 내맡기고 온 것 같은 불안함이 들 때도 있다.
대학제공 옵션
올 봄엔 더 많은 대학들이 총명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특전을 제시하고 있다. 몇몇 대학들이 제공하는 옵션은 다음과 같다.
◇아메리칸 대학(워싱턴 DC)
할인 셀폰 사용. 한 달에 18달러로 5,000분 이상 셀폰을 사용할 수 있고 캠퍼스 내 무선통화는 무료이다.
◇듀크 대학(더햄, 노스캐롤라이나)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은 무료로 돈 내고 신청해서 보는 영화를 TV나 컴퓨터로 볼 수 있다. 같은 영화를 두번 보려면 99센트만 내면 된다.
◇에모리(애틀랜타)
신입생에겐 브레이브즈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학교 당국은 각종 특전은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미 입학한 학생들이 타 학교로 전학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의 93%가 2학년으로 올라간다.
◇노스웨스턴(이반스턴, 일리노이주)
기숙사에 인터넷 케이블이 들어가 있다. 학생들은 MTV에서 CNN까지 한꺼번에 채널 10개를 볼 수 있다.
◇세턴홀 대학(사우스 오렌지, 뉴저지)
뉴욕시로 나가서 마티스나 피카소전 등 미술관람을 무료로 해준다. 이런 문화행사 제공뿐 아니라 지역 샤핑몰이나 영화관 출입도 무료로 시켜주고 있다.
◇드폴 대학(시카고)
배랫 캠퍼스 내에서는 내년부터 모든 신입생의 랩탑 구입비용의 절반을 학교 당국에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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