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은행과 퍼시픽 유니온 은행(PUB)이 현재 차기행장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 은행 모두 자산 10억달러 돌파를 발표하는 등 한인은행 가운데 2위 자리를 서로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두 은행이 공통으로 직면한 최대 과제는 차기행장 인선이다.
차기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은행의 운명이 달려있기라도 하듯 차기행장 선출을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행장의 자격 요건은 간단하다. 두 은행 모두 나스닥에 상장된 공개기업으로 주가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향후 은행의 성장을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과 인화를 이루어야 한다. 은행감독국과의 원만한 관계도 중요하다. 행장이 내부 혹은 외부에서 되든 이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행장을 선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는 차기 행장을 선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행장 선출위원회가 행장 인선작업을 1년 가까이 벌였지만 그동안 행장 선출 일정은 2차례나 연기되는 등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내부 인사를 포함해 전·현직 로컬 행장, 한국의 미국계 은행 지점장, CPA, 타 도시의 현직행장, 주류사회의 이코노미스트까지 거론되었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벤자민 홍 행장은 오는 6월에는 물러날 것이라고 공언을 했기 때문에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PUB는 지난 30여년 가까이 한국에서 행장을 파견하던 형식에서 탈피, 로컬에서 행장을 뽑겠다고 발표하고 3명의 로컬 이사가 중심이 되어 행장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PUB는 이대로 가다가는 계속 로컬 은행에 밀려 4~5위 은행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미국의 뱅킹에 익숙한 행장을 선출키로 하고 5월 주총 전까지 인선작업을 마치려하고 있다. PUB는 그러나 이사장이 서울에서 파견돼 상근이사로 근무하게 되면 지분의 62.5%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 본점의 입김이 계속 작용하게 됨에 따라 로컬 행장이 선출된다고 해도 진정한 현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에서 CE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듯이 은행에서 행장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행장이 은행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포드에서 해고됐던 리 아이아코카 회장이 같은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로 자리를 옮겨서 다 쓰러져 가는 기업을 기사회생시켰듯이 한미은행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라로 자리를 옮겼던 벤자민 홍 행장도 다 쓰러져 가는 은행을 벼랑 끝에서 살려내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은행 가운데 하나로 키웠다. 같은 경영인도 타이밍이라든가 주위 여건에 따라 어떻게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나라, PUB 행장과 이사들은 지금 밤잠을 설쳐가며 차기행장 선출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동분서주하고 있어 과연 뚜껑을 열었을 때 어떤 인사가 이들 은행을 이끌어갈 차기행장이 되어있을지는 은행가의 최대 관심사이다. 은행이라는 거함을 몰고 가는 선장의 역할을 하게 될 행장을 누구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이 배는 순풍에 돛단 것처럼 갈 수도 있고 거친 풍랑을 만났을 때 좌초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배 주인격인 이사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나라는 행장을 찾기 위해 내부 인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내부 인사가 등용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외부에서 행장 후보를 열심히 찾고 있는 나라는 자칫 잘못하면 은행 내부의 유능한 인재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유능한 인재가 조직과 융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주변여건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오히려 내부 인사의 승진보다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행장 선출작업에 들어간 PUB는 현재 내·외부 가릴 것 없이 후보를 물색하고 있지만 나라보다는 시간에 더 쫓길 수밖에 없다. PUB도 이렇게 되면 외부에서 행장을 영입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현운석 행장과 재계약을 맺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형국이다.
두 은행의 앞날은 차기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은 분명하다.
박흥률<경제부 부장대우>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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