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집에 앉아있기 아까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은 말로만 듣던 미풍. 정겨운 사람의 손길처럼 부드럽기만 한 바람에 턱을 들고 내 몸을 한껏 맡기고 싶다. 따스한 기온과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날이면 온 가족이 피크닉을 가기에 좋다.
바닷가 나무 그늘 아래서, 혹은 산골짜기 물 흐르는 옆에서, 경치가 좋은 곳이면 어디서나 싸 갖고 간 음식과 와인 한 잔을 곁들여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미국 하고도 캘리포니아. 특별히 오는 26일, 이민 100주년 기념 음악 대축제가 열리는 할리웃 보울은 음악회 시작전 온 가족이 피크닉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볕이 강하고 항상 선선한 바람이 부는 헐리웃 보울에서의 피크닉에서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나는 주저없이 리즐링(Riesling)을 권하고 싶다.
리즐링은 독일의 모젤-자르-루베(Mosel-Saar-Ruwer) 지방과 라인가우(Rheingau) 지방, 그리고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에서 주로 생산된다.
날씬하고 길쭉한 병 모양 때문에 구분하기가 쉬운데, 새콤달콤한 맛이 매니아 그룹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가 있지만, 주로 읽기 어려운 독어로 된 레이블 때문에 대중적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리즐링을 구입할 때는 카비넷(Kabinett)이라는 단어가 레이블에 쓰여있는 것을 구입하면 알콜 농도도 낮고, 매우 가볍고 델리킷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모젤-자르-루베 지방에서 생산되는 리즐링 카비넷의 알콜농도는 7~8% 정도이다. 카비넷외에 슈페엣레제(Sp tlese)라는 단어가 레이블에 삽입된 것도 좋다. 슈페엣은 독어로 늦게, 나중에라는 뜻인데, 카비넷보다 1주일 정도 포도를 늦게 수확한 것을 뜻한다.
카비넷보다 좀 더 중후한 맛이고 바디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으며, 포함된 당도에 따라 트로큰(trocken, 드라이), 할브트로큰(halbtrocken, 약간 달콤한), 그리고 리블리히(Lieblich, 달콤한)로 나뉜다. 음식과 함께 즐기기엔 트로큰이 가장 좋다. 리즐링은 매우 달콤한 디저트 와인으로도 많이 만들어지므로, 너무 단 와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레이블을 잘 읽고 구입해야 한다. 트로큰베렌아우스레젠의 경우 당도가 30%에 달할 수 있으므로 웬만한 시럽보다 더 달다.
리즐링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최고의 백포도주 품종으로 샤도네, 소비뇽 블랑, 리즐링이 꼽히는데, 그 중 가장 광범위하게 음식과 어울리고 당도와 바디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 것이 리즐링이다. 한인들이 피크닉에서 즐겨먹는 김밥이나 가벼운 샌드위치와도 매우 잘 어울린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주에서 과일향이 많이 나는 약간 달콤한 리즐링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샤토 생미셸(Chateau Ste. Michelle)의 요하니스버그 리즐링은 랠프스, 본스, 앨벗슨스 등 동네 수퍼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살구향기를 맡을 수 있고 약간 달콤한 맛이 나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다.
적포도주를 원할 경우, 태닌이 적고 가벼우며 과일향이 강한 보졸레(Beaujoulais)가 좋다. 작년 11월에 출시된 보졸레 누보도 아직은 좋고, 보롤레 빌라쥐 또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알콜 함유량이 좀 더 낮은 적포도주를 원할 경우에는 상그리아(Sangria)를 권하고 싶다. 동네 수퍼마켓에서 카를로 로시(Carlo Rossi) 상표의 둥글넙적한 병 속에 든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가격도 저렴해서 1.5리터 한 병에 5달러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알콜 농도가 7% 안팎인 상그리아는 스페인 농가에서 질 낮은 포도주에 오렌지, 레몬 등 과일 주스를 섞어서 쓴맛을 덜하게 하여 마시던 와인-펀치인데, 1960년대에 보데가스 리오하 산티아고에서 처음으로 병에 담아 판매하게 되었다.
카를로 로시 상그리아를 구입하여 스크루캡 뚜껑을 열고 반컵 정도를 따라낸 후 귤이나 오렌지 껍질을 벗겨서 과육을 모두 반으로 자른 후 상그리아 병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넣고, 뚜껑을 닫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마시면 웬만한 와인 쿨러보다 훨씬 맛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살구나 복숭아, 혹은 망고를 잘라서 넣어도 맛있다.
할리웃 보울 피크닉에 와인을 가져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즐링도, 보졸레도, 상그리아도 모두 미리 냉장고에서 차갑게 해서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강한 햇빛 아래 와인이 금방 더워질 수 있으므로, 피크닉에서는 와인 병을 응달에 놓아두고 잔에는 조금씩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리즐링이나 상그리아는 오히려 피크닉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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