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1만8,000명이나 된다.
그날이 무슨 날이냐, 할리웃 보울에서 대 잔치가 벌어지는 날이다.
그것도 순전히 한국사람들만을 위한!
우리 한국일보가 주최한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해외에서 한국인만 1만8,00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역사상 처음이고, 한국의 수퍼스타 16명이 해외의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도 처음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좀 잘해야겠다. 질서의식, 시설사용, 공연매너, 그런 것을 잘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괜히 흥분하여 먹을 것, 마실 것 너무 많이 싸가는 모양, 별로 보기 안 좋다.
그날 할리웃 보울에서 피크닉을 하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먹으러 가는건지 공연 감상하러 가는건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서로 즐거울 만큼만 깔끔하게 챙겨가는 성숙한 자세가 기대된다.
잔뜩 들고 갔다가 다 먹지도 못해 지저분하게 버리거나, 소주니 와인이니 술 많이 마시고 행여 추한 모습을 연출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있으면 그 국제망신을 어찌하랴.
누가 뭐래서가 아니라, 내가 즐겁고, 우리가족이 즐겁고, 함께 간 모든 사람이 즐겁기 위해,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의 밤을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자.
리웃 보울은 온가족이 피크닉 삼아 음악을 즐기는 공연장으로 유명하다.
이런 종류의 캐주얼한 공연장은 아마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여름 한철 비 안 오고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의 특혜가 아닐까싶다.
미국인들은 할리웃 보울이나 야외로 소풍 나갈 때 피크닉 배스킷에 샌드위치와 로스트 치킨, 마실 것과 약간의 스낵을 챙겨넣는다. 좀더 신경을 쓰면 샐러드와 과일이 첨가되고 와인에 치즈 플래터와 크래커를 넣는 사람도 많다.
서양요리전문가 제인 장씨가 피크닉에 가져가면 좋은 고메이(Gourmet) 샌드위치와 로스트 치킨 레서피를 공개했다. 맛도 좋고 만들기도 쉬운 소풍 도시락. 설레는 마음으로 할리웃 보울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레서피를 소개한다.
서양요리 전문가 제인 장씨의 ‘피크닉 배스킷’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야채를 구워서 넣는 그릴 샌드위치가 유행이다. 양파, 토마토, 호박, 가지 등을 구워 빵에 끼워 넣고 먹는 것. 생야채가 아니라 이상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부드럽고 맛있다.
▲재료: 프렌치 바게뜨, 각종 델리 미트(햄, 터키, 볼로니, 살라미, 페퍼로니, 훈제연어, 스테이크), 스위스 치즈, 붉은 양파, 토마토, 피망, 호박, 가지, 베이즐 잎, 아루굴라, 양상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약간씩
▲만들기: 야채를 얇고 넓게 썰어 붓으로 오일을 바른 후 아주 뜨겁게 달군 팬에 넣고 한쪽에 2~3분 정도씩 굽는다. 오일은 올리브오일에 이탈리언 시즈닝과 소금 후추를 섞은 것을 사용한다.
빵에 마요네즈, 머스타드, 버터 등을 바르고 구운 야채와 원하는 고기 종류를 얹은 후 양상치나 아루굴라, 혹은 베이즐을 얹어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빵은 살짝 토스트해도 좋다.
요즘은 건강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아 샌드위치에 치즈가 많이 생략되며 마요네즈나 버터보다는 올리브 오일만을 뿌리기도 한다.
치킨 구이
로스트 치킨은 한국식 통닭과 거의 비슷하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면 통닭 한 마리 사다가 선생님께 드리고 입맛만 다시던 기억이 나는데 통닭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선호하는 피크닉 음식이다. 미국사람들은 보통 5파운드 넘는 닭을 로스트 치킨(roast chicken)이라 부르는데 한인들은 중닭을 선호하기 때문에 제인 장씨는 2 1/2~3 1/2 파운드 짜리 중닭(young chicken) 굽는 법을 알려주었다.
▲재료: 중닭(약 3파운드) 1마리, 레몬 1 1/2개, 마늘 2톨, 프레시한 로즈메리와 다임 1~2줄기, 허브 올리브 오일(올리브 오일 1/2컵, 프레시 다임 2작은술, 소금 후추 약간씩)
▲만들기: 닭은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페이퍼 타월로 물기를 닦는다. 닭의 뱃속에 허브 올리브 오일을 고루 바른다. 그 안에 레몬을 반씩 토막내어 넣고 로즈메리와 다임은 줄기 통째로 넣는다. 면으로 된 끈으로 꼬리와 다리를 묶어 오무린다. 묶어두지 않으면 속에서 열기와 향이 달아나므로 맛있게 구워지지 않는다. 닭의 바깥 부분도 허브 올리브 오일로 고루 바른다.
닭을 로스팅 팬에 넣고 450~475도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구운 후 뒤집어서 다시 15분 굽는다.
오븐 온도를 350도로 내리고 15분마다 뒤집어주면서 45분에서 1시간 가량 굽는다. 처음에 센불에 굽다가 온도를 내리는 이유는 황금색이 나도록 하기 위한 것. 중간불에서만 구우면 허옇게 익어서 맛있게 보이지 않는다. 구울 때 로스팅 팬의 랙(rack)에 올려놓고 구우면 기름이 다 밑으로 빠져서 더욱 좋다. 주의할 것은 기름이 떨어지면서 오븐 벽에 튀어 지저분해지기 쉬운 것인데 이때 팬에 물을 조금 넣어두면 튀지 않는다.
다 구운 치킨은 로즈메리와 타임으로 장식해 포일로 싸서 가져간다.
터키 BLT 샌드위치
▲재료: 터키 브레스트 4장, 바싹 구운 베이컨 8줄, 흰빵 4장, 마요네즈 3작은술, 두껍게 썬 토마토 4쪽, 싱싱한 양상치 잎 2장
▲만들기: 빵을 토스트하거나 맨빵에 마요네즈를 바른다. 터키 브레스트 슬라이스와 베이컨, 토마토, 양상추를 차례로 얹고 반으로 썰어 안의 내용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요지 같은 것으로 찔러둔다.
크닉 배스킷을 미국식으로 싸자면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가장 보편적이다. 준비가 간편하고 온도나 보관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
야외로 여러 가족이 놀러나갈 때는 좋아하는 재료들을 많이 가져와 테이블에 늘어놓고 각자 원하는 대로 만들어 먹도록 해도 재미있는 피크닉 런치가 된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는 빵을 흰빵, 검은빵, 바게뜨 등 몇종류를 사오고. 고기도 햄, 터키, 비프, 살라미, 참치캔 등 여러 종류를 준비하며 갖가지 치즈와 각종 야채와 토마토, 올리브 등을 준비하면 식성대로 골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샐러드도 마찬가지. 여러가지 야채와 과일, 치즈, 견과류, 치킨, 햄 등과 각종 드레싱을 샐러드 바처럼 차리면 준비도 쉽고 먹는 사람도 즐겁다.
그러나 할리웃 보울에서는 그렇게 늘어놓고 먹기가 쉽지 않으므로 집에서 싼 고메이 샌드위치를 가져가는게 좋겠다.
자주 하지 않는 피크닉이니 이럴 때는 좀 전문 베이커리에 가서 프레시한 빵을 사고 고기도 좀 질 좋은 것으로, 치즈도 고급을 준비해보면 더 특별한 피크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미국식 흉내낼 필요는 없겠고, 우리끼리니까 김밥이나 초밥, 만두를 싸가도 좋고, 주먹밥에 닭다리와 단무지, 김치 몇쪽 과일을 곁들인 모듬도시락을 만들어 돌리는 것도 좋겠다. 알밥이나 볶음밥, 감자샐러드를 준비하겠다는 주부들도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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