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불교·천주교·성공회·원불교
5개 단체 20여명 남북한 평화정착 논의
평불협 미주본부(회장 도안스님) 주관으로 지난 11일 동국 로얄대에서 열린 종교인 학술토론회는 개신교와 불교, 천주교, 성공회, 원불교의 성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 정착 및 민족 번영의 새 시대 구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뜻깊은 자리였다. 5개 종교단체 대표 20여명이 토론에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이승만 목사(개신교)의 기조연설과 법타 스님(불교), 최종수 신부(천주교), 김혜봉 교무(원불교)의 강연으로 이어졌으며 모두 종파를 초월한 민족애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이라는 주제 아래 열띤 토론의 장을 펼쳤다. LA관음사 창사30주년 기념 종교인 학술토론회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이승만 목사(전 미국장로교 총회장, 전 교회협의회(NCC) 회장, 현 유니언 신학대 교수)
-서로의 종교가 다를지라도 우리는 한 민족이며 한 운명 공동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은 이 시대 종교인들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적극적인 평화운동과 전쟁억제 운동이 곧 생명존중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
조국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서 종교인들이 해야할 일은 첫째 종교본연의 가르침인 인간사랑과 생명사랑이라는 평화의 가르침을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인지하고 가르치고 실천해 나가는 것, 둘째 각 종교간의 관심과 사업들을 하나로 묶어 한 뜻과 한 목소리를 내는, 일치된 행동을 실현하기 위한 연합체가 필요한 시점으로 해외의 종교 협의체가 남과 북의 종교단체들과 협력해 종교활동을 활성화시키는데 공헌해야 한다. 셋째 종교인들이 조국의 정부와 미국정부 나아가 이웃 국가들을 설득하고 대화하는 일에 나서야한다.
▲신법타 스님(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중앙회장, 한국 은해사 주지)
- 남북한 종교교류는 통일과정에서 민족의 화합과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타 영역에 비해 훨씬 높다. 활발한 남북한간의 종교교류에도 문제점은 있다.
첫째 지나치게 통일논의 위주의 교류에 국한돼 있고 다양한 종교단체들에 의해 여러 통로를 통해 이루어져 종교단체들간의 소모적인 경쟁이 발생해 있다. 둘째 대북 선교의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의욕이 지나쳐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는 교파주의적 분열상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남북종교교류는 상호 교류가 아니라 남한측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지원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넷째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등이다.
민족공동체 의식을 정립하도록 종교교류를 제도화하여 원칙과 방향을 설정,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종교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하되 다원적 종교사회의 긍정적인 미래상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한다.
▲최종수 신부(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캐나다 피터부르그 한인성당 주임)
-한반도 평화정착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달려있다. 한반도의 현대사를 좌우한 미제국주의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정착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렵다.
미국 바로 알기를 전개함과 더불어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이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우리 민족의 사활이 걸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반전, 평화운동 전개 △인간방패라 불리는 평화의 사절단 구성과 파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국제사회의 여론 조성과 외교정책 수립 △영세중립국화 추진, 지속적인 대북 햇볕정책 △마음을 바꾸는 평화운동 △매순간 기도하고 실천하기 등이다. 좋은 우방이라도 같은 민족보다 좋을 수 없다. 우리의 살길은 자주적인 평화통일이다.
▲김혜봉 교무(원불교 미주서부 교구장, LA교당 담임)
- 종교가 국가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가장 불행하고 오래 계속되는 전쟁이 종교가 원인이 되고 있음을 보면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와 종교인의 사명이 중요하다.
한반도는 종교전쟁은 아니지만 남북간에 깊어진 사상과 이념의 대립에 종교인의 역할이 필요하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사상은 용공과 반공, 승공 등 이념 대립의 갈등을 초래해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모두가 잘 사는 방법은 첫째 부당한 체제를 허물더라도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생명이 다치는 일은 피해야 하며 둘째 온당한 위기 타개와 바람직한 분단 극복을 위해서는 ‘화공’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기업과 종교인 중심으로 전개되는 북한돕기운동이 중도주의의 화공사상의 일면이다.
▲종합토론회 내용 요약
남북간의 신뢰 회복, 화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선 종교적인 신념과 가르침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종교인으로서의 방향제시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정치적 해결은 아니라도 바탕을 깔아주는 역할이 없으면 힘들다. 평화는 침묵과 무관심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와 수고를 통해서 얻어진다.
‘민족은 하나로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고통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획득해야 한다. 평화정착을 위해선 남북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는 주체사상을 모르고는 할 수 없고 이런 점에서 홍동근 목사가 집필한 ‘주체사상과 기독교’는 귀중한 자료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종교인들이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지 않는 것은 북한체제를 비판하기보다는 주체사상을 올바르게 알고 비판해 일깨워주는 것이 종교인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화해의 과제는 공통적인 것을 찾아 관계를 이루는 것이 우선돼야 하므로 화해를 목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우선 배워야 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정책이 미국의 영향을 받는 현 상황에서 북미주 종교인들이 평화운동단체들과 연대해 서명운동, 반전운동을 벌여 미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한반도 평화정책을 바꾸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북한과의 잦은 교류를 통한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 조성과 남북 회담의 지속적 개최를 위한 다각적 지원 등도 북미주 종교인들이 해야할 일이다.
<글·사진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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