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절스’월드시리즈 챔피언 되며 시즌 개막부터 관객 몰려
5년전 4만5,000석 규모 야구 전용구장으로 개축해 시설 편리
20년 가까이 오렌지카운티에 살며 바라온 것은 에인절스가 제발 조금만 더 나은 팀이 되는 것이었다. 집 가까이에 멀쩡한 야구장이 있는데도 멀리 LA 다저스 구장까지 다녀오기가 너무 피곤해서였다. 아들 아이가 리틀 리그에서 뛰고 베이스볼 카드를 모으던 어릴 적에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월리 조이너란 선수를 좋아해 가끔 유명 팀이 원정경기 올 때 가보면 영락없이, 그것도 대부분은 형편없이 지는 것이 예사여서, 그나마 끝나고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금방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위로를 삼았는데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작년에 갑자기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부상하고 나니까 올해는 과거 ‘프리웨이 시리즈’ 때나 보던 인파가 시즌 개막 초부터 몰려 첫날인 3월 30일은 매진, 박찬호 선수가 던진다고 해서 겸사겸사 갔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2차전이 열린 지난 1일에도 4만5,050석에 4만3,267명이 입장했다.
그러다보니 입장은 물론, 끝나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집까지 가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지만, 무려 10대 0으로 상대팀을 무참하게 짓밟고 승리하는 기쁨(?)에 더해 에인절스가 10점 이상을 내면 24시간동안 당일 경기 입장권 지참 손님에게 무료로 ‘버팔로 윙’을 10개씩 주겠다고 공약한 ‘후터스’ 식당에서 다음날 공짜로 점심 먹을 기대까지 즐겼다.
프리웨이 출구서부터 자동차에 밀리다 겨우 시간 맞춰 도착해 가방 검사 받고 들어가보니 필드에서는 월드 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부터 꺼내다 놓고 입구에서 관객들에게 나눠준 모조품 챔피언 등극 기념 반지의 진품들을 선수는 물론, 관계자 전원을 하나씩 불러 나눠준 다음에야 경기가 시작됐다. 승리는 그렇게 오래오래 즐기는 것인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니 10층 높이라는 외야 맨 위쪽까지 꽉 찬 손님의 3분의 2는 에인절스의 로고가 든 빨간 셔츠나 재킷, 모자를 착용한 것 같았고 에인절스의 마스코트 격인 랠리 몽키 인형을 목에 걸고 온 아가씨들도 적지 않다. 관객들의 차림새마저 달라진 것이다. 사실은 오랜만에 와보니 이제 ‘에디슨 인터내셔널 필드’라 불리는 에인절스 구장도 달라져 있었다.
1965년부터 에인절스가 입주한 구 애나하임 스테이디엄을 1981년부터 함께 사용하던 프로풋볼 팀 램스가 1995년에 세인트루이스로 떠나버리자 총 1억달러를 들여 야구 전용 시설로 개축한 지가 만 5년이 됐다는데 외야의 불펜에 테라스를 달고 기자실도 현대화시켰다는 것말고 일반 관객에게 중요한 화장실도 새로 지었고, 매점도 늘렸으며 광장도 넓혀 편리해졌다. 가족석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게임방, 정원도 꾸며 놓았다. 풀 서비스 식당도 3개나 된다.
이 모두는 게임 도중 마실 것을 사러 나와 돌아다녀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야구장에는 야구 구경보다 기념품 구입이나, 어디론가 전화하고, 연인과 키스하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이 더 중요한 손님들도 많이 오는지 기념품점과 코트 야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리로 돌아와 보니, 1회부터 점수를 내주기 시작한 박찬호 선수는 2회에도 마찬가지, 3회에는 홈런까지 맞고 퇴장해 버렸다. 이후에도 레인저스의 0점 행진은 멈추지 않자 에인절스 팬이긴 하지만 오늘은 박찬호 선수를 보러 왔다는 옆자리의 한인 학생 김성주(OCC 1학년), 박현석(OCC 1학년) 군은 6회가 끝나자 “게임 끝났네요”라며 가버린다.
에인절스 팬들의 환호 속에 홈런이 터지자 센터 필드 벽에 자리잡고 90피트까지 치솟는 분수와 오색 불꽃놀이등으로 게임의 시작과 종료, 홈런 같은 특별한 순간의 흥을 돋구는 아웃필드 엑스트라베이간자에서는 폭죽이 터져 오르고, 그렇게 처음부터 형편없이 점수 차가 나있는데도 관객들은 파도타기등 응원으로 더 기분을 낸다.
세상엔 단돈 9달러(어린이는 5달러)로 이만한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낼 일도 흔치 않으니 야구가 미국의 국민 오락으로 불리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7회 중반, ‘세븐스 이닝 스트레치’가 끝나면서 슬슬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늘어 8회말 쯤에는 거의 반이 비었을 정도지만 골수 팬들은 이미 10점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점수차이에 상대편 투수의 폭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회 있는 대로 소리지르고 박수를 치며 응원, 운동장의 열기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전혀 식지 않았다.
에인절스는 이번 주말부터 4월 내내 주말마다 홈을 지킨다. 이번 주는 오클랜드, 다음주는 시애틀, 그 다음 주는 보스턴 팀을 맞아 금, 토, 일 경기하는데 토요일마다 입장객에게 헤일로 스틱, 티셔츠, 랠리 몽키등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이 있으므로 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 에디슨 필드 이용 요령
▶야구장에는 조금 일찍 가면 좋은 것이 선수들이 보통 게임 2시간전부터 배팅연습을 시작하고, 40분전쯤부터는 내야에서도 연습을 하므로 그 구경도 하면서 사이사이에 좋아하는 선수들에게 사인도 받을 수 있다.
▶5월부터 7월 첫째주까지는 올스타 선발 투표가 있다. 안내원들이 게임 도중에 나눠주는 용지에 기입하여 나갈 때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25명 이상 단체는 입장료가 반액 할인된다. 그룹 세일즈 오피스 전화 (714)940-2074
▶한 시즌에 20게임 이상 관전하는 사람이라면 ‘미니 게임’ 플랜을 이용하면 좋다. 20게임을 정해주면 게임마다 가장 좋은 자리를 배정해준다. (888)796-HALO
▶홈 게임 시작전 국가 독창을 하고 싶은 팬은 1분30초 이내의 무반주 연주 오디오나 비디오 데모 테입과 반송 주소, 전화 번호를 보내면 선발될 수 있다. 주소 Anaheim Angels Entertainment Department-Anthem Tape, P.O. Box 2000, Anaheim CA 92803
▶스코어보드에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싶은 사람은 최소한 1주일 전에 에인절스 커뮤니티 릴레이션 오피스에 신청해야한다. 비용 25달러는 전액 자선단체에 희사된다. 전화 (714)940-2000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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