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과도한 주택담보 융자붐 우려
은행들 총 크레딧라인 3년간 두배 증가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미국인의 숫자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근래들어 부쩍 두드러지자 파산 전문 변호사들과 소비자 단체들은 이로 인해 자칫 집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해 미국인들이 홈 에퀴티와 라인 오브 크레딧으로 빌린 돈은 무려 1,300억 달러. 이 액수는 전년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융자붐은 LA와 뉴욕을 비롯,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모기지 페이먼트 납부가 벅찬 사람들은 주택 가치가 상승하자 보다 많은 돈을 빌리고 있다. 또 대출받은 액수보다 비싼 가력에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전국적으로 볼 때 홈 에퀴티 융자를 갚지못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심각하게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이 완만해진 중서부와 남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홈 에퀴티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은행에 집을 빼앗기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나는 최근 홈리스, 즉 무주택자가 된 사람들을 변호하고 있다. 차압을 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일하고 있는 파산 전문 변호사 바바라 메이는 말한다.
메이 변호사는 차압을 당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기존 모기지에 추가로 홈 에퀴티 융자를 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파산전문 변호사들은 주택 가격 상승이 둔화되거나 경제가 호전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파급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월 페이먼트를 낮추기 위해 재융자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소비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현금을 뽑는 경우도 많다.
융자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홈 에퀴티나 라인 오브 크레딧으로 돈을 빌려 크레딧카드의 빚을 갚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융자의 이자율이 크레딧카드 이자율의 절반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또한 크레딧카드 부채와는 달리 홈 에퀴티 론의 이자분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방 준비 은행 이사회는 홈 에퀴티 론의 많은 부분이 이자율이 높은 크레딧카드 부채를 청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융자금의 절반 이상은 은행 및 세이빙스 기관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특히 지난 3년 간 은행들은 부채 기간을 연장하는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은행들의 총 크레딧라인은 무려 두 배 이상 증가, 지난 1월 현재 2,169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크레딧카드 등의 부채는 같은 기간 동안 겨우 19% 늘었다.
융자붐은 최근의 급격한 신장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의 홈 에퀴티 융자기관 가운데 하나인 웰스파고는 아직 소유 주택의 에퀴티를 뽑지 않은 사람들이 6조6,000억 달러를 대출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한 융자를 매우 수월하게 만들면서 필요 이상의 돈을 빌리는 사람들도 많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부채를 집을 고치거나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다양한 용도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 가을 딸의 결혼식 비용 마련 때문에 고민하던 데이빗 콜 부부는 이웃으로부터 홈 에퀴티 라인을 이용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캘리포니아주 모로베이에 거주하는 54세의 배우 콜은 2주 후 워싱턴 뮤추얼로부터 8만달러의 크레딧 라인을 받았다.
콜은 “융자 절차가 너무 간단해 결혼식 비용 이상의 돈을 빌리게 됐다”고 말한다.
콜은 융자가 주택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콜은 현재 변동 이자율이 4.25%밖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돈으로 새 차를 구입하고 주택의 지붕을 새 것으로 교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지출이 감소된 현재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의 이같은 소비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홈 에퀴티의 수월한 이용이 가계 추가 지출을 부추기는 데 있어서 중요하고 독립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연방 준비 은행 이사회의 앨런 그린스팬 의장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일부 소비자 신용 전문가들은 상당 부분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채를 갚기 위해 홈 에퀴티 론을 끌어 쓴 사람이 다시 크레딧 카드를 사용, 빚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실직한 사람들 가운데 파산을 피하기 위해 크레딧카드와 홈 에퀴티 론을 끌어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한다.
“이 사람들은 이렇게 해도 결국엔 1,2년 후에 파산하고 만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 뿐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호제의 파산 전문 변호사 노마 헤임스는 말한다.
주택 융자나 크레딧 라인 페이먼트를 갚지 못해 파산하는 사람들은 크레딧 카드 빚을 상환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파산과 함께 보통 크레딧 카드의 부채는 없어지지만 홈 에퀴티 론이나 기타 모기지 부채는 꼭 갚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은행이 부동산을 압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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