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인 소재 한인 2세 중심 다민족 교회 ‘뉴송 처치’
독특한 예배 문화 키워 이민 2세 교회 탈출에 제동
어바인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 8명이 기도하며 시작한 개척교회가 8년 반만에 2500여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가 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바인의 ‘뉴송 처치(newsong church)는 세상의 관심을 끌만하다. 한인 2세인 담임 데이빗 기븐스 목사는 41세, 주로 이민 2세들인 한인이 45%를 차지하고 있는 교인들의 평균 연령은 27세인 그 교회의 연간 예산이 310만달러고, 최근 교회 신축 부지 구입을 위한 헌금으로 600만달러가 넘는 청약이 들어왔다면 웬만큼 한인 교회에 간여해 본 1세들은 놀라서 뒤로 자빠질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30여번이나 이사를 다니면서 적립해온 150여만달러에 그 돈을 보태 부지를 확보하면 창립 10주년 기념 예배는 처음 가져보는 새 땅, 새 건물에서 드릴 가능성이 커졌지만 뉴송은 교외 지역의 잘 나가는 교회로 머무르지 않는다. 1년전 북가주 서니베일에 다민족교회인 ‘그레이트 익스체인지 처치’를 개척해 내 보낸데 이어 오는 4월 20일 부활절부터 정규 예배를 시작할 크렌셔 흑인 지역에 지교회 ‘뉴송 LA’을 지난 23일 선보였고, 가을에는 히스패닉 밀집 지역 샌타애나에도 지교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상처받은 이를 돌보고, 약자의 편이 되어 정의를 수호하는 JAC(Justice, Advocacy, Compassion) 목회의 일환이자 교회 설립 때부터 지향해온 ‘다민족교회’를 현실 세계에 실천하려는 노력이다. ‘뉴송 LA’를 이끌 애덤 에절리 목사는 “스포츠와 건강, 예술과 예배에 중점을 둘 LA에서는 취업보도, 보충학습도 제공하며 창업훈련 센터도 세울 예정”이라고 말한다.
“예수께서 지금 여기 계셨다면 아마 크렌셔나 샌타애나를 찾으셨을 겁니다. 뉴송은 아시아계와 백인들이 주로 사는 어바인 뿐만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밀집 지역등 여러 곳에서 하나의 교회로써 ‘그리스도(Christ)’ ‘공동체(Community)’ ‘대의(Cause)’를 위해 존재할 것입니다”고 기븐스 목사는 말하지만 사실 어바인 만으로도 다민족교회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교인들의 구성이 한국, 중국등 15개 아시아계가 80%, 백인 17%, 흑인과 히스패닉이 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교회의 리더십도 민족구성이 다양해 한인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 백인, 일본, 중국계 목회자들이 함께 사역하고 있다. “다민족이 우리가 사는 현실입니다. 직장에서, 동네에서 다른 인종들과 어울려 살고, 또 결혼도 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8주를 단위로 큰 주제를 바꾸는 주일 예배의 설교도 4~5명의 목회자가 돌아가며 맡는다. 담임 목사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교회는 기븐스 목사가 지향하는 ‘재미있고, 행복하고, 건강한 교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목사가 엄숙한 가운 대신 평상복 차림으로 은어, 속어까지 동원해 정곡을 찌르는 설교를 하고, 단상에서 설교나 신앙에 관한 질문도 받는 등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목회 스타일이 일찍부터 자리잡힌 뉴송은 또한 신앙생활에 있어 예술의 역할을 중요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뉴송 LA’ 개설에 때맞춘 3~4월의 주제는 ‘미스터 로저스의 동네(Mr. Rogers’ Hood)’. 강단의 배경에는 갖가지 낙서들이 건물마다 빽빽한 도심지 풍경이 그려져 있고 찬양팀의 리더는 가수 뺨칠 실력의 흑인, 뉴송 LA에서 사역할 흑인 전도사 ‘큐’의 랩에 댄싱팀이 추는 힙합, 목사님의 설교 내용도 요점 정리되어 뜨는 양쪽 대형 스크린의 가사를 보며 흥에 겨워 몸짓하며 같이 노래하는 밝은 얼굴의 젊은 교인들만 보면 M-TV 녹화장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어른 2100명, 아이 400명이 다양한 관심사의 소그룹 공동체에 기쁘게 참여하고 있는 이 교회 어른들이 모두 젊은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2세교회로 출발했으나 언제부턴가 1세들도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제 이 교회에서 가장 빨리 늘고 있는 연령층이 40, 50대로 현재 전체의 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어바인, 풀러튼, 세리토스 주민들이 많지만 멀리 LA, 샌디에고, 밸리, 리버사이드는 물론 사막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교인들을 창고 건물에서의 3부 예배로 다 소화시킬 수 없어 4월 6일부터는 4부 예배를 추가할 예정이기도 하다.
18842 Teller Ave., Irvine. (949)477-0700 www.newsong.net
“돌아온 탕자를 얼싸안는 나의 목회”
데이빗 기븐스 담임 목사
겉모습만 보면 중후한 인상의 잘 생긴 한인 남성이지만 데이빗 기븐스 목사(사진)는 주한 공군이던 백인 아버지와 한인 어머니의 혼혈아로 서울서 출생, 2세때 미국에 와 주로 아리조나에서 자랐다고 했다. 힘들게 이혼하고 미용사로 하루 12~14시간씩 일하며 두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의 고생이 안쓰러워 크면 돈 많이 벌어 그 고생을 모두 보상해드리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19세때인 1981년,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어 어이없이 사망한,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어머니의 관 앞에서 세속의 한계를 깨닫고 영원한 일로 부르시는 소리에 응답했다.
기븐스 목사가 렘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의 그림을 교회 정문 위에 걸고, 자신의 목회 중점을 ‘화해(reconciliation)’와 ‘회복(recovery)’에 두고 있는 것은 그의 성장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멀쩡한 백인 아버지의 자식이지만 용모는 완전한 한국인인 자신이나 국제 결혼으로 미군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을 어머니의 체험이 뭔가 주위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misfits)에 대한 관심으로 모인 것. 사실 이 세상에 상처받고, 겉돌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교회간 인종 분리의 벽을 허무는 다민족 목회, 사회적 약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목회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호응을 끌어낸다.
1990년대 초, 교계에서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란 이름 아래 지적됐던 추세인, 부모의 교회를 등지는 이민 2세들을 다시 교회로 부르기 위해서는, 2세들이 부모의 신앙을 물려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도록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와 예술로 드리는 예배가 필수임을 일찍이 간파했던 기븐스 목사에게 가장 돋보이는 점은 성공에 도취하지 않는 겸손함이다. 항상 자신의 약점에 정직하고, 하느님의 뜻과 다른 사람의 솔직한 평가를 구하는등 환상에 속지 않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백인 아내 레베카, 슬하의 4남매 속에서 평화를 찾는다.
교회가 자신에게만 의존하지 않도록 리더쉽도 다른 목회자와 공유하고, 때로 뒷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 그는 언젠가 기꺼이 부목사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목회에서 ‘페이드어웨이(fade-away)’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 그는 평소 교회에 나가지 않던 사람들까지 몰려드는 부활절 같은 날에는 인근 10개 교회의 명단과 주소를 나눠준다. 인근에 교회를 개척한다는 목사가 찾아오면 널리 소개하고 원하는 이들은 따라 가라고 권고한다. 어바인 교회를 세울 때 인근 한인교회 및 선배 1세 목사들의 축복을 구했던 것처럼 이번 뉴송 LA 설립에 앞서서도 흑인교회 지도자의 축복을 먼저 구했다.
또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느라 목회를 하고 있지만 자신이 타고 난 사업가적 재능을 살려 미디어 출판사업을 할 꿈도 버리지 않고 있다. 교회에서 받는 사례가 부담스러워 사업을 해서 돈도 벌면서 업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싶기 때문. 어쩌면 뉴송을 이끌면서 시작할지도 모른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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