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미 양국 사이에 수호통상조약(1882/04/08)이 맺어진지 121주년, 상호방위조약(1953/10/01)이 맺어진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평탄치만은 않았던 한·미 외교사의 이면을 살펴본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은 한국을 두 번이나 저버렸다』이 말은 1949년 미군 철수가 거론됐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초대 무초 미국대사를 경무대에 불러 한 말의 서두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은『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밀약(密約)과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얄타 협정(協定)을 실례로 들었다.』1977년 4월 미국국무성이 공개한 비밀외교문서에 의한 것이다.
첫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밀약이란 미국의 필리핀 독점을 일본이 묵인하는 대신, 일본의 한국 침략을 미국이 묵인한다는 내용의 가쓰라(桂)·태프트(Taft) 비밀조약(1905년 7월)을 말한다.
이 조약의 비호하에 일본은 아무 외부의 간섭 없이 을사조약(1905년 9월)을 한국에 강요하여 한국을 보호국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둘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얄타 협정이란 미국이 러시아로 하여금 일본에 참전케하고 일본이 항복한 다음 38선을 경계로 북은 러시아가 남은 미국이 각각 군정(軍政)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이 협정은 한국의 독립을 약속한 카이로 선언의 중대한 위반으로 미(F·루스벨트)·영(처칠)·러(스탈린) 3거두가 크리미아 반도 얄타에서 맺은(1945년 2월) 것이다.
이승만 전대통령의 이같은 질타는 미국의 실속 차리기 실리주의 외교의 결과로 생긴 일본의 한국 지배와 해방후 한국의 남북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간접적 암시인 것이다.
이 외에도 또 하나의 유감지사가 그 후에 있었다. 1950년 6·25 전란이 일어난 후 한때 UN군은 두만강 압록강 근처까지 반격을 했으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1·4 후퇴가 시작되자 맥아더 UN군 사령관이 만주폭격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르만 대통령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또 한번의 통한(統韓) 기회를 놓친 것도 우리로서는 통한(痛恨)을 금치 못할 일이다.
결국 맥아더 원수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한국 휴전선에 남겨 놓고 퇴역했다.
이 6·25 전란에서 미국은 3년간 3만 3천명(일 평균 30명)의 전사자를 내고, 남북한의 한국인도 그의 50배나 되는 150여만명(일 평균 1400명)이 죽었다.
이와 관련 함병춘 전 주미대사는 "이제 동양적 정의(情誼)를 앞세운 미국에의 외교시대는 끝났다"고 그 냉혹한 현실성과 실리성을 지적하면서 국력배양과 사고방식의 개조만이 대미 외교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나라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다만 이해만 갖고 있을 뿐이다」란 드골 프랑스 전대통령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고사에 "군자는 화(和)하되 동(同)하지 않는다"는 말과 유사한 말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은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미군을 희생시킨 것은 한국을 위한 것이 맞는가. 미국이 한국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것은 한국 국민을 위한 것이 맞는가. 이 물음이 우문(愚問)이라면 그 행위의 "우정 등급"은 몇 등 정도나 될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1866년은 한미우호사(韓美友好史)에서 기억할만한 해이다. 우호라는 말 그대로 한국은 미국을 우정으로 대하였다. 1983년 11월 레이건 대통령도 한국 국회에서 1백여년전의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인도적 처사에 감사한다고 연설한바 있다. 그 사연은 이렇다.
1866년 5월, 미국 범선 서플라이즈 호가 평남 철산(鐵山)에 표착했을 때 철산부사 백낙연은 조난 당한 미국인들을 극진히 환대하고, 북경에 송환할 때도 한 사람 빠짐없이 말에 태워 각기 시중하는 하인 하나씩을 걸려서 수행케 하는 등 인도를 베풀었다.
그러나 이해 7월, 미국 상선 셔어맨호(Sherman號)가 느닷없이 대동강 만경대 부근에 닻을 내려놓고 통상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선원들이 폭도로 변해 납치, 폭행, 약탈을 자행하였다. 이에 격분한 평양의 관민들이 들고일어나 셔어맨호를 기습하여 화공(火攻)을 가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871년 5월, 미국 아시아 함대 6척이 출동하여 광성진과 강화에 보복 포격을 가하고 강화에 진영을 폈다.
이에 강화유수(江華留守)는 미국 함대의 도전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사표시를 한 뒤 "만리 풍파에 시달려 시장할 터이니 약소하나마 거세한 황소 세 마리와 닭 50수, 달걀 1만 개를 보낸다"는 통첩과 함께 현물을 적진에게 보냈다.
삼국지에도 없는 이 같은 인도적인 처사가 동서고금 어느 나라에 있었던가 싶다. 일단 인도적 대접을 하는 것이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전통적 철학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보면 작은 나라지만 지정학상으로 보면 결코 작은 나라는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반세기 이상 숫한 외교상의 우여곡절을 통해 경험도 쌓았다. 이제 한국은 미국과 주변 국가에 끌려 다니기보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외교정책을 펴 어떤 것이 더 국익을 위한 것이고 가치가 있는 것인지 확고한 외교노선을 세우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이젠 말 탄 텍사스 카우보이의 만용을 접어두고 재래의 텍사스 마인드(퓨리터니즘)로 돌아가 전후(戰後) 중동 평화를 위한 국제적 동의와 지지를 얻어, 반전의 화살에서 입은 상처를 회복하여야 하며,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대이락과 같은 ‘죄와 벌’식 강경노선을 버리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외교노선을 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을 남북으로 갈라놓고, 한미방위조약이 엄연히 살아 있는 판에 ‘가라면 간다’(미군 철수)는 식의 소아병적인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드라도 "지은 매듭을 풀어놓고" 가야하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의무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ikhchang@aol.com
멤피스한인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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