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기 SBS’올인’ 대단원
지난 석 달 동안 숱한 화제를 모으며 최고 인기를 누린 SBS TV <올인>(극본 최완규, 연출 유철용)이 마침내 3일 밤 10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전국을 <올인> 열풍 속으로 끌고 들어갔던 두 주인공 이병헌(34) 송혜교(21)는 마지막 방송 전까지 제주도에서 촬영을 했다. 1일 오후 제주 신라호텔에서 막바지 촬영에 한창인 두 사람과 어렵게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10월부터 <올인>에 ‘올인’했던 두 사람의 표정에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병헌] 촬영 죽을고생 내 모든 것 ‘올인’
- 31일 밤 한의원을 다녀왔던 데.
▲한의사가 진맥을 하더니 ‘솔직히 약은 휴식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도저히 못 버티겠으니 아무 약이나 지어달라’고 해 수험생들이 긴장했을 때 먹는다는 약을 받았다.
- 드디어 마지막이다.
▲언제나 그렇듯 시원섭섭하다. 10여 년 동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대단한 반응이었다. 촬영 스케줄은 죽음이었지만 좋은 기억이 참 많다. 또 지금까지는 아줌마 팬들이 많았다면 <올인>을 통해 남녀노소가 좋아해준다.
- 스태프와 호흡은 잘 맞았나.
▲환상이었다. 특히 유철용 PD, 최완규 작가와 나는 간섭해서는 안될 서로의 영역까지도 넘나들며 삼위일체를 이뤘다. 물론 뒤로 갈수록 의논할 시간이 없어지긴 했지만 매 신 충분히 토론했다.
- 아쉬운 점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겨 포기해야 했다. 요트 타는 장면 등 멋진 구상이 많았는데 시간이 없었다.
- 몇몇 장면은 졸면서 찍어 기억도 안 난다더니.
▲지난 주 임현식 선배와 신라호텔 커피숍에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 큐 사인이 떨어졌는데 갑자기 머리가 텅 비어버리더니 나도 모르게 까무라쳤다. 스스로 따귀를 때려가며 찍었다. 나중에는 연기를 감정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 힘으로 하고 있더라.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순간순간 생명이 단축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 그 정도였나.
▲3, 4일 밤을 새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사흘 동안 세수는커녕 이도 한번 밖에 못 닦고 촬영한 적이 있었다. 머리도 당연히 못 감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토막 잠을 잘 때도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선 잠을 자야 했다.
- 누가 제일 고마운가.
▲혜교보다도 많이 붙어 다닌 (허)준호 형에게 정말로 고맙다. 내가 후배인데도 형은 모든 것을 내게 맞춰줬다. 연기에 대해 어떤 건의를 하면 바로 수용해주고 너무 편하게 대해줬다.
- 연기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이젠 내게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할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 언제든 다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면 훌훌 털어버리고 더 많은 경험을 하러 나설 것이다. 연기는 공부로 되는 게 아니다. 삶이 연기의 가장 큰 선생이다. 끊임없이 또 다른 내 모습을 창조하면서 ‘역시 이병헌은 달라’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 이제 뭘 할 것인가.
▲일단은 푹 쉬겠다.
* 이병헌은 "시간당 노동량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드라마 스태프가 세계 최고일 것이다. 다들 그 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송혜교] 병헌 오빠 연기조언 정말 고마워
- 지금 심정이 어떤가.
▲다른 드라마를 끝낼 때는 시원섭섭했는데 이번에는 섭섭하기만 하다. 촬영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스태프와도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
▲아직 멀었다. 그저 이전 드라마보다는 늘었다는 생각은 든다. 만족감은 없다.
- 이병헌이 많이 도와줬나.
▲정말 많이 배웠다. 지금껏 연기하면서 (병헌이 오빠처럼)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낯灼蠻獵?사람은 없었다. 정작 병헌 오빠랑 걸리는 신은 별로 없었지만,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틈나는 대로 내가 연기할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 정말 고마웠다.
- 아직도 가끔씩 말이 빠르다.
▲감정을 잡아야 하는 장면은 여유를 갖고 할 수 있는데, 회의 장면 같은 경우는 쥐약이다. 설명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성격이 급해서 말을 빨리 하게 된다.
- 더 예뻐졌다.
▲살이 빠져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다시 조금 쪘다. 드라마 초반만해도 5㎏이 빠졌는데, 요즘엔 촬영 분량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살이 조금 붙었다.
- <올인>을 통해 처음으로 여자로 느껴졌다.
▲그런가. 기분 좋다. 성숙해졌다는 소리로 듣겠다. 2001년 SBS TV <수호천사> 끝내고 1년 간 마음껏 여행 다니며 견문을 넓힌 것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 극 중에서 외국어 대사를 비교적 잘 소화하던데.
▲아휴, 말도 마라.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초반에는 집중적으로 연습할 시간이 있어서 부담이 덜했는데 후반 들어서는 대본에 외국어 대사 들어 있으면 괴로웠다. 한국말도 어려운데….
- 아쉬운 점은.
▲계획대로라면 인하(이병헌 분)가 죽은 줄 알고 정원(지성 분)과 결혼했다. 굳이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원과 약혼한 상태에서 인하가 나타났다면 보다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별로 고생한 것은 없다. 스케줄도 그렇고, 초반에 미국 분량을 먼저 찍느라 드라마 중간부터 촬영해 감정 몰입이 어려웠던 정도다. 최근에는 인하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잘 안 잡혀 조금 애를 먹었다.
- 러브신은 어렵지 않았나.
▲화면으로 야하게 보였을 뿐이지 별로 어렵게 찍지 않았다. 인하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침대 시트를 두르고 나온 장면도 시트 안에는 옷을 다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멋진 남자랑 찍는데 좋지. 하하.
- 예전에 비해 성격이 바뀐 것 같다.
▲많이 바뀌었다. <가을 동화>에 출연할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예전엔 무척 내성적인 새침데기 인상이었을텐데 요즘엔 낯가림이 많이 줄었다. 주변에서 다 놀란다.
- 다음 계획은.
▲아직 없다. 미국에 놀러 가려고 했는데 전쟁 때문에 못 갈 것 같다. 그래도 제일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다. 또 영화든 드라마든 다음엔 꼭 발랄한 역을 해보고 싶다. 이젠 그만 울고 싶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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