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라크에 파병 보내고 눈물짓는 한인 가족들
‘식사는 제대로 하나’밤잠 설쳐
좋아하던 음식 담아 소포 보내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지 2주가 지났지만 전쟁터로 자식을 보낸 부모들에겐 2년만큼이나 긴 시간의 연속이다. 단기전으로 쉽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전쟁이 길어지고 주요 뉴스매체들이 격전상황과 함께 보급지연, 모래폭풍 등으로 최선전 군인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수없이 접하면서 이미 가슴은 새까맣게 타버린지 오래다. ‘제때 식사는 하고 있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하는 걱정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평소 자식들이 좋아하던 먹거리를 한아름 사와 종이상자에 담아 소포로 부치는 부모들의 눈가에는 어느덧 눈물이 맺히곤 한다.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긴장속의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인군인가족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눈물젖은 소포 보내는 서정이 목사
“창란 젖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는데...”
얼마전 소포 한상자를 아들에게 보냈던 서 목사는 일주일도 안돼 1일 마켓에서 잔뜩 장을 봤다. 평소 아들 의태(23·해병대)가 즐겨먹던 새우깡 등 과자류와 깻잎, 김치캔, 햇반 등을 종이상자에 담던 서 목사는 “이렇게라도 보내야 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서 목사는 앞으로 전개될 시가전이 무척 마음이 걸리는 듯 상자위에 사인펜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적기 시작했다. ‘의태야 옥상과 창문을 반드시 확인하고 머리를 들지 마라. 그리고 일어선 채 뛰지마라’고 쓰던 서 목사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 내렸다.
▲박세열 소위 부친 박영수씨
“걱정하지 마세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니까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난 아들의 안부가 궁금해 사무실과 집에서는 항상 TV를 켜놓고 지낸다. 평소 TV를 멀리하던 아내마저 요즘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박씨는 “지난 3월7일 마지막 편지를 받은 뒤 소식이 끊겼지만 전황을 나름대로 파악해 보면 현재 바그다그 인근까지 진군한 것 같다”면서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할 뿐”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아들이 떠난 뒤 평소 깨닫지 못했던 자식과의 관계에 새로운 인식을 갖게됐다”며 “국가에 충성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주변 위로에 큰 힘 얻는 김탁제씨
외아들 동찬(19·해병대)이와 연락이 끊긴지 벌써 두달이 다 되가는 김씨는 얼마전 받은 발목수술 때문에 집에서 요양하며 TV를 통해 전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요즘 부쩍 아들걱정을 많이 하는 아내 줄리아씨의 건강이 걱정된다. 그나마 주변에서 간간이 보내오는 위로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들에게 보낼 양말과 생필품을 사러 갔다가 “전쟁터에 나간 아들에게 보낼 것”이라고 얘기하면 아들 걱정을 함께 해주면서 돈도 안 받고 그냥 물건을 내주는 업주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김씨는 “이제 자식 군대갔다는 말을 그만해야겠다”며 환히 웃었다.
▲아들걱정에 인터넷까지 배운 심범섭씨 부부
이제 갓 19세 된 둘째 아들 재안(해병대)군을 전선에 보낸 심씨는 하루종일 TV와 함께 생활하다시피 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TV를 시청하느라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지만 중간에 잠이 깨기 일쑤고 자다가도 아들 소식이 궁금해 이른 새벽에 TV앞에 앉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돼버렸다. 부인 심금자씨는 아예 큰 아들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배워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전쟁관련 속보를 체크하고 있다.
심씨는 “얼마전 간식류를 소포로 보냈는데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솔직히 아들 대신 내가 가서 싸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라디오와 함께 사는 택시기사 황지호씨
예비군으로 이번 전쟁에 징집된 큰 아들 닐(25·육군) 생각에 핸들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황씨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보내줘야 할텐데 주소지를 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씨는 “3주전 쿠웨이트행 항공기 올라탄다는 마지막 연락을 받는 순간 무척 착잡했다”며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목적을 이루고 하루속히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 하루일과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택시를 운전하다 보니 자연히 라디오를 항상 켜놓고 뉴스를 빼놓지 않고 듣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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