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공부 잘 하기
얼마 전에 한 고등학교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 학교 도서관 앞에 큰 글씨로 “책을 읽을 줄 알면서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다(The person who can read and doesn’t is no better than the one who can’t read.)라고 크게 써 붙여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것을 보니 몇 달 전에 우리 클리닉을 찾으신 한 아버지가 생각났다. “우리 아이는 공부는 잘 합니다. 책임감도 강하고요. 그런데 숙제나 시험이 있을 때를 빼고는 책을 읽는 것을 못 봤어요, 지금 고등학교 학생인데 이렇게 책을 안 읽고도 SAT 시험을 잘 칠 수가 있을까요?”
-10학년 경준이 아버지-
경준이가 나중에 클리닉에 왔을 때 어떤 책을 읽는지 물어 봤다. 주로 교과서, 참고서적(reference books), 인터넷(internet)을 읽는다고 했다.
교과서에는 크게 3(4)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
(1)교과서, (2)참고서적(이 책은 공부에 도움이 되는 참고서들이지만, 한국에서 학생들이 쓰는 참고서는 아님) (3)트레이드 북스(trade books)이다. 마지막으로 책은 아니지만 요즘엔 많은 학생들이 (4)컴퓨터의 인터넷으로 공부를 한다.
경준이는 트레이드 북스는 거의 안 읽는 상태였다. 왜 트레이드 북스를 안 읽느냐는 질문에 시험이 트레이드 북스에서는 잘 안 나오고 또 시험공부를 하고 나면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였다.
이 분야에 서베이(survey)된 것을 소개하겠다.
(1)교과서
공부를 할 때, 주로 시험공부를 할 때 교과서를 읽는 것은 저 학년일수록 경향이 더 심하다. 저 학년에서 95% 정도로 교과서에 치중을 하다가, 학년이 올라 갈수록 85~80%로 다음에는 60%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2)참고서적
저 학년에선 참고서는 거의 안 읽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5% 정도에서 15%까지 그 읽는 양이 늘어간다.
(3)트레이드 북스
트레이드 북스는 선생님에 따라 큰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의 경우는 10~30% 정도의 트레이드 북스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인터넷
처음 인터넷이 나왔을 때는 필자도 마찬가지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애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누구나 느끼는 것은 간단한 정보수집 정도이지 어느 연구든지 폭넓게, 깊이는 못 들어간다.
위의 언급한 이 3(4)종류의 책 중에서 학교 공부에서, 클래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책은 역시 교과서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과서 읽기를 제일 싫어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역사, 사회(social studies)를 제일 싫어하는 원인이 교과서가 주원인이라는 연구가 있다.(Sewall, l988)
교과서, 참고서, 인터넷 정도만 읽고는 도저히 책 읽는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우선 교과서는 학생의 흥미를 북돋워주지를 못한다.
이런 현상은 요즘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고, 옛날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에 보면,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학생들이 교과서를 멀리 하는 것의 정반대로 나의 사랑은 사랑을 따라 너에게로 향한다”라고 고백을 한다.(Love goes toward love, as schoolboys from their books.”(Shakespeare, 2.2.157-158)
이렇게 교과서를 싫어하고 트레이드 북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읽기를 크게 나누어 보면 언인게이지드 리딩(unengaged reading)과 인게이지드 리딩(engaged reading)이 있다.
1. 언인게이지드 리딩
이것은 주로 필요에 의해 읽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반드시 읽고 싶어서가 아니고, 우리의 선택의 자유가 없이 반드시 읽어야 할 의무로 읽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시험공부를 위해, 글을 쓰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이유는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하여간 읽어야만 하는 의무감에서 읽는 글을 의미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 일이었다. 요즘은 학교에서나 부모님들이 모두 자녀들이 명작을 읽기 원하는데 필자의 아버지는 명작이건 아니건,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을 싫어하시지 않았나 싶다. 내가 원하는 소설 한권 읽으려면 아버지가 골라주시는 유명한 사람들의 자서전, 감동되는 이야기 등 적어도 5권은 읽어야 겨우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허락이 내린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읽으려고 했던 책이 명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똑같은 책도 부담감에서 할 수 없이 읽어야만 하는 독서를 ‘언인게이지드 리딩’이라고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그 읽는 것이 부담이 되면 자연히 이것은 언인게이지드 리딩이 된다.
그러기에 같은 책인데 어떤 아이들은 밤을 새어 가면서 까지도 읽으려고 하는데, 또 반면에 같은 책을 들고 졸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다.(여기서는 자녀들의 능력, 읽기 수준, 어휘력 수준 등이 비슷한 아이들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책 읽는 학생으로 변화를 시킬까? 리딩에는 여러 가지 읽기의 종류가 있다고 했다. 소설 읽기, 단편 소설 읽기, 시 읽기, 신문, 잡지, 논설 등등이 있는데 그 각, 각의 읽기 방법을 이 지면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예를 들면 소설에는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요점 등을 분석할 줄 알고 읽으면(3주일 전부터 여기에 대해 쓴 글 참조 바람) 이것을 그저 머리로 좀 아는 것이 아니고 아주 익숙하게 알면 자연히 같은 책을 읽어도 부담이 안 된다. 마치 우리가 처음 자동차 운전을 할 때는 운전을 반듯이 못해서가 아니라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자꾸 하면 그 운전이 몸에 배어 거의 자동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러 종류의 책을 어떻게 읽는지를 배우고 난 뒤에는 그 식으로 자꾸 읽어야 한다. 그러기에 읽기는 자꾸 읽어야만 읽을 줄을 안다(You learn to read by reading a lot.)라는 말이 있다.
반면에 여러 가지 읽기의 종류의 리딩, 즉 소설 읽기, 단편 소설 읽기, 시 읽기, 신문, 잡지, 논설 등에서 각각의 읽기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예를 들면 소설에는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요점 등을 분석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덮어놓고 읽으면 이해가 안되니까 그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은 그저 흥미본위의 책만 읽는 것이다.
서론에 소개한 경준이 같은 학생은 머리도 좋고, 책임감도 강하고, 공부도 잘 하지만 책을 안 읽는 원인은 늘 이 언인게이지드 리딩만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은 리딩을 늘 다른 목적, 즉 시험, 숙제 등만을 위해 해왔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읽어본 경험이 없는 학생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 읽는 리딩을 인게이지드 리딩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지면상 다음주에 쓰겠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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