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93세 L. 라이너등
역대 연기상 수상자 59명
무대의자에 앉아 감동적
오스카의 나이가 올해로 벌써 75세. 아카데미는 이번 쇼에서 생일을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처음 75주년을 기념, 역대 작품상 수상자들의 모습이 담긴 다이아몬드 방울들이 맴을 돌면서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을 장식했다. 그리고 각 부문 연기상 후보들이 발표될 때마다 같은 부문 역대 수상자들이 소개됐다. 또 오스카와 동갑인 미키 마우스가 무대에 등단, 제니퍼 가너(데어 데블)와 함께 단편 영화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75주년 기념 축하의 하일라이트는 과거 연기상 수상자들 59명이 무대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향수 가득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소개한 배우는 ‘투 이치 히즈 오운’(1946)과 ‘상속녀’(1949)로 오스카상을 두 차례나 받은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역). 86세의 나이에도 우아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녀는 오스카의 과거를 돌아보며 “변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영화에 대한 사랑과 간난의 때에 우리 서로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또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우리들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해빌랜드는 지금 파리서 살고 있다.
이날 참석한 최고령자는 ‘위대한 지그펠드’(1936)와 ‘대지’(1937)로 여우주연상을 두 번 탄 루이즈 라이너(93). 그녀는 이날 행사를 위해 런던서 날아왔다.
이밖에도 왕년에 스크린을 빛냈던 스타들로 줄리 앤드루스(메리 파핀스), 어네스트 보그나인(마티), 레드 버튼스(사요나라), 조지 차키리스(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리타 모레노(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커크 더글라스(명예상), 조엘 그레이(카바레), 셀레스트 홈(신사협정), 제니퍼 존스(버나뎃의 노래), 셜리 존스(엘머 갠트리), 조지 케네디(차가운 손의 루크), 헤일리 밀스(아동상), 패트리셔 닐(허드), 마그렛 오브라이언(아동상), 클리프 로벗슨(찰리), 미키 루니(아동상과 명예상), 에바 마리 세인트(워터프론트), 맥시밀리언 쉘(뉴렘버그의 재판), 데레사 라이트(미니버 부인), 테이텀 오닐(종이 달), 클로리스 리치만(마지막 영화) 등이 참석했다.
참관기 감독상 폴란스키 ‘소녀 성추행’면죄부 준 셈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이변은 모두 ‘피아니스트’에 의해 일어났다. 이 영화는 남우 주연(에이드리안 브로디), 감독(로만 폴란스키) 및 각색상 등을 받았는데 이런 수확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젊은 브로디가 선두주자로 여겨졌던 잭 니콜슨과 대니얼 데이-루이스를 제치고 상을 받으면서 ‘피아니스트’의 경이가 일어났다. 브로디와 경합을 벌였던 니콜슨, 데이-루이스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 및 마이클 케인은 모두 오스카 수상자들. 브로디는 처음 후보로 지명돼 상을 받은 행운아인데 이날 그처럼 처음 지명돼 상을 받은 다른 사람들로는 각기 남녀 조연상을 받은 크리스 쿠퍼(각색)와 캐서린 제이타-존스(시카고)가 있다. 처음 수상 후보로 지명된 여러 사람들이 상을 받은 것이 이번 오스카상의 특징 중 하나다.
각색상도 모두들 ‘세월’의 데이빗 헤어가 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피아니스트’로 로널드 하우드가 상을 받은 데 이어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받으면서 이 영화가 작품상마저 받을지 모른다는 기운이 감돌았다. 예상대로 ‘시카고’가 작품상을 받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피아니스트’가 몰고 온 이변의 바람을 막는 김 새는 결정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폴란스키의 감독상 수상은 여러 면으로 의의가 크다. 우선 이 영화는 폴란스키의 반자전적 이야기다. 유대계 폴란드인인 그는 2차대전 시 어렸을 때 온 가족이 나치에 의해 체포됐다가 혼자 도주 생존한 사람이다. 폴란스키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 못했는데 그는1976년 LA서 13세짜리 소녀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이듬해 선고를 받기 전 도주한 뒤 지금까지 파리에 살고 있다. 폴란스키가 상을 받은 것은 할리웃이 그의 사생활과 예술가로서의 업적을 구분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폴란스키의 수상은 역시 수상 후보였던 마틴 스코르세이지에게 아픔을 안겨줬다. ‘뉴욕의 갱들’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스코르세이지는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제작사인 미라맥스의 과대 선전의 희생자이다. ‘시카고’도 제작한 마라맥스의 하비 와인스틴 회장은 감독상을 스코르세이지가 받도록 하겠다고 공언, 아카데미 규칙을 어기면서 명감독 로버트 와이즈(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스코르세이지 지지 글을 신문에 냈다가 뒤늦게 철회했는데 이런 방법이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오스카의 총아인 미라맥스는 이번에 모두 40개 부문서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9개의 그쳤다. ‘시카고’가 작품상(1986년 ‘올리버!’ 이후 뮤지컬로서는 최초)등 모두 6개의 상을 받아 체면은 지켰지만 10개 부문 후보작이었던 ‘뉴욕의 갱들’은 단 한 개도 못 받았다. 이것도 어찌 보면 와인스틴의 과욕이 빚은 결과라고 하겠다.
랩 영화 ‘8마일’의 주제가 ‘루즈 유어셀프’를 작곡한 에미넴이 이번에 ‘프리다’로 음악상을 탄 엘리옷 골덴탈, 폴 사이몬(와일드 손베리스), U2(뉴욕의 갱들) 및 존 캔더(시카고)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상을 탄 것도 대단한 일. 에미넴은 이날 식에 참석치 않았다. 뮤지컬인 ‘시카고’가 음악상과 주제가상에서 모두 탈락한 것도 불명예스런 일.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3편의 미국 영화와 1편의 멕시코 영화를 제치고 ‘그녀에게 말해’로 각본상을 받은 것도 특이한 일이라고 하겠다. 스페인어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이번 시상식의 이변 중 이변은 쇼가 예정시간인 3시간30분을 정확히 지켰다는 일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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