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아버지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Robert Howard Allen>
앨렌이 낳기도 전에 그의 어머니는 이미 이혼을 했고, 그가 6세가 되던 해에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 버렸다. 그는 할아버지, 증조 큰어머니 세분, 증조 큰아버지 한 분, 이렇게 어른만 다섯인 식구와 함께 테네시주의 한 작은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
학교는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앨렌은 집에서 할아버지로부터 책 읽기를 배웠다. 그의 증조 큰어머니가 앞을 못 보는 맹인이었으므로 그는 정규적으로 그분에게 성경을 읽어 드렸다.
“7세부터 그는 수많은 책을 읽었다. 만화에서 호머(Homer),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셰익스피어(Shakespeare)까지… 그는 주로 야드 세일에서 책을 샀으며, 20세가 되었을 때 그는 이미 2000여권의 책을 읽었다”(Whittemore 1991, p.4).
집에서 낮에는 어른들을 돕고 밤에는 책을 읽었다. 한번도, 하루도 학교에 가 본적이 없었다. 30세가 되었을 때 고등학교를 자격시험으로 졸업하고, 32세에 베델대학(Bethel College in McKenzie, Tennessee)에 입학하여 3년만에 수석으로 졸업했다(summa cum laude, 3.92 GPA).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는 밴더빌트 대학(Vanderbilt University)의 대학원에 입학하여 박사학위(Ph.D)를 취득하였다. 지금은 머리대학(Murray State College in Kentucky)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visiting lecturer) (Whittemore 1991).
위트모어(Whittemore)가 앨렌(Robert Howard Allen)에 대해 쓴 책을 더 자세히 읽어보면, 그의 성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서였다. 이 사실은 반드시 앨렌의 예를 들지 않아도 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벤자민 프랭클린도 다 책 읽는 것이 그들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읽기란 우리가 음식을 먹는 것에 비교할 수가 있다. 먹기에는 두가지 면이 있다고 할까! (1)음식을 먹을 때는 즐겁다. (2)음식은 몸의 건강과 에너지가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책 읽기에도 (1)즐거움(단기적인 효과)이 있고 (2)생각의 세계에 양식이 된다(장기적인 효과).
1. 단기적인 효과(즐거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일, 이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친구, 음악, 좋은 환경…이 모두가 다 중요하듯이 책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책에서 당장의 단기적인 효과는, 음식이 우선 맛이 있어야 하듯이 재미가 있어서 한번 펴고는 놓을 줄을 몰라야 할 것이다.
필자가 대학생 때 일이다. 참고서적으로 읽어야 할 책을 미루고 미루다 보니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 그 책을 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아직 도서관에서 빌려 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혹시 그 책에서 시험문제가 날 염려에 서둘러 도서관에 달려갔다. 책을 펴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공부를 해야만 하는 딱딱한 교과서와는 달리, 그 책은 놀랍게도 소설이었다(와! 교수가 이렇게 친절(?)할 수가!). 마치 굶주렸던 아이가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만난 것처럼 도서관이 닫힌다는 벨(bell) 소리가 날 때까지 정신 없이 그 책을 읽던 생각이 난다.
필자는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숙제 또는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과서가 맛이 있다(재미가 있다)는 학생은 한 명도 못 보았으며, 교과서도 맛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일 것이다.
2. 장기적인 효과(Enlightenment)
한 손에 보약을, 또 다른 손에는 사탕을 들고 제 앞에 서 계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보약은 장기적인 것이지 사탕 같이 단기적이 못된다. 보약 같이 책 읽기의 효과가 장기적인 것을 어린 학생들에게 이해하라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이 장기적인 효과는 한마디로 어떤 과정을 통과하여야만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할 때 학생은:
(1)어휘력이 향상되고,
(2)읽기 기술(reading skills)이 발달된다.
(3)만사-사회, 세계, 정보화 시대-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을 갖게 된다.
(4)언어-말하는 능력, 듣는 능력, 쓰는 능력-에 대한 실력을 갖게 된다.
(5)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넓고 깊게 발달된다. 미국 교육의 목적은 바로 이 생각하는 능력(critical thinkers)을 발달시키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교육받은 사람, 인성교육까지 도달한 enlightened person이 된다.
이렇게 독서가 우리 자녀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책을 안 읽을 때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사주고 그 책을 읽으면 돈을 준다고 상금까지 걸기도 해보았습니다. 그것도 그 때뿐! 보상받으려고 그저 읽는 척한 것 같습니다. 말을 강가에까지 끌고는 가 보았지만, 마시기는 자기가 해야지, 부모로서 어떻게 더 할 재주가 없답니다.” 이런 하소연을 필자는 한두 번 듣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실정이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학생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l992년의 미국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읽기 능력이 뒤떨어진 학생이 4,000만에서 5,0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 숫자는 미국 인구의 20~23%를 의미한다. 이 많은 미국 청소년들이 시험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시험은 글 읽기(prose), 서류 읽기(documents), 여러 종류의 읽기 능력(quantitative proficiencies)… 등 5종류별로 시험을 준 결과였다(Kirsch, Jungeblut, Jenkins, and Kolstad 1993, p.14).
이런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l992년의 연구 결과가 l985년의 한 결과보다 더 낮아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써 대학원 입학시험(Graduate Record Examination)의 점수가 l965년에서 l992년 사이에 9%가 떨어졌다는 결과이다(Snyder, l994, p.310).
도대체 왜 미국이 과거 20년간 읽기 수준이 이렇게도 떨어져 가나(Zill and Wangle, l998)? UNESCO에서 매해 발행하는 Table 7.4를 보면 미국이 강대국(industrialized nations) 26개 국가 중 하위에 속하였다.
한국의 경우는 UNESCO의 발표는 없으나 청소년들의 독서실태 조사에서 한 학기 학생들의 독서 양(교과서, 참고서, 교양도서, 실용, 취미도서 등 모든 책 읽기 다 포함)은 고등 학생: 6.6권, 중학생 7.6권, 초등학생 20.5권으로 나타났다.
*Internet 도서 service 이용실태는:
(1) 이용실태, site 이용: 고등 학생 9.7%, 중학생 11.2%, 초등학생 11.7%이다.
(2) 이용률(2002년): 고등 학생 94.0%, 중학생 90.5%, 초등학생 78.4%이다.
*책을 읽는데 가장 큰 장해요인으로는:
(1) 읽기가 싫고 습관화가 안됐다-24.5%
(2) 학교·학원 공부로 시간이 없다-24.2%
(3) Computer·Internet의 문제-15.0%
(4)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른다-10.3%로 나왔다.
이 이후 미국에서는 읽기가 큰 문제점으로 부상하여 클린턴 대통령 때부터 독서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을 실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발전을 해 왔다.
(다음주에는 미국의 독서 변천에 대해 쓰겠다.)
전정재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