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투항 기습에 당하기도
나시리야·바스라등 산발적 충돌이라크군의 저항이 당초 예상보다 거세지면서 미·영 연합군은 곳곳에서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지상전 개전 사흘째인 23일 미 제3보병사단은 바그다드에서 100마일 이내로 진격했으나 후방인 이라크 남부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다수의 전사자가 발생하고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혔다.
존 아비자이드 중부군 부사령관은 나시리야를 비롯한 여러곳에서 저항에 부딪혔으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라크군이 백기를 흔들며 거짓 투항하거나 민간인 복장으로 미군을 환영하는 척하다가 기습하는 위장전술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아비자이드 중장은 이같은 사건을 계기로 더 신중하게 대할 것이나 여전히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군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하고 연합군의 인명피해가 증가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시리야 - 개전 이후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곳으로 미군과 이라크군은 23일 (이하 현지시간) 교량 2개 사이의 4킬로미터 구간에서 8시간에 걸쳐 대포와 기관총 사격을 주고 받는 화력전을 벌였다. 이과정에서 미군은 최소 8명의 해병이 전사하고 모두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CNN은 이라크측의 로켓추진 소화탄이 최고 22명이 탑승하는 수송차량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그러나 이라크군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 사령부는 또 제507정비사단 소속 병사 12명이 실종됐고 이중 5명은 포로로 잡힌 것으로 알자지라 TV를 통해 확인됐다. 한편 이라크군은 미군과 영국군 25명을 사살하고 상당수가 부상했으며 다른 군인들을 포로로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알-아라비아 방송은 미군 103명이 나시리야에서 전사했다고 보도했다.
▲바스라 - 연합군은 당초 바스라를 점령할 계획이었으나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심지를 비켜갔다. 토미 프랭크스 사령관은 바스라에 점령군이 아닌 해방군으로 입성하기 위해 민간 행정부와 구호물자를 공급하는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서는 치열한 교전이 발생하면서 연합군은 주요 건물들을 공습했다. 이라크는 바스라 공습으로 민간인 77명이 숨지고 36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의 ITN 방송은 이라크 구급차가 많은 사상자를 바스라 시내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움 카사르 - 연합군은 이라크의 유일한 항구도시 움 카사르를 22일(현지시간) 점령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고립된 이라크군의 저항이 계속됐다. 23일 새벽 120명의 이라크 병사들이 반격, 미군은 4시간에 걸친 교전 끝에 결국 해리어 전투기를 동원해 이를 격퇴시켰다. 연합군은 움 카사르를 구호물자 수송센터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이틀간 교전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지연됐다.
▲나자프 - 바그다드로 진격중인 미군 제 3보병사단이 이라크 중부 나자프 남동쪽 70 킬로미터 지점에서 이라크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BBC 방송은 보도했다. 이는 전쟁 발발후 바그다드에서 가장 근접한 지역에서 이뤄진 전투였다.
최대 관건, 바그다드 시가전
이라크, 가정집에 진지구축
하수도 이용, 치고 빠지기
연합국, 진입않고 항복 노력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는 가운데 이라크군은 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을 준비, 이라크전이 결전의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
전국공공라디오(NPR)방송은 이라크군이 시내 주거 지역 곳곳에 포진돼 시가전에 대비하고 있다”며 “일부 공화국 수비대원들은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빈 가정집에 들어가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그다드의 이라크군 총병력은 공화국 수비대 외에 정규군과 민병을 포함해 1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91년 걸프전에서 사단을 지위한 배리 맥캐프리 퇴역장군은 바그다드로 진군하는 미 제3사단이 벌판에서 공화국수비대를 맞선다면 이를 12시간내에 괴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바그다드를 거리마다 하나씩 점령해야 한다면 시내 지리에 익숙한 이라크군이 미군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또 이라크군이 하수도를 이용, 치고 빠지는 전법을 구사할 경우 미국의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가 무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미국 대령은 시가전이 공중전화박스에서 칼싸움을 하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미군 관리들이 이라크전이 예상보다 길고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연합군이 바그다드로 진입하지 않고 외곽을 포위한 채 이라크 지도부를 제거하거나 이라크군 지휘부와 항복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포위 공격전이 장기화되고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초래할 경우, 이번 전쟁이 해방 전쟁이라는 연합군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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