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에 뜬눈으로 지새 인적끊긴 죽음의 도시3일째 계속되는 미국의 공습으로 바그다드 시내 주민들은 밤마다 대피소를 찾아 피신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또 이라크 난민 수천여명은 인접국인 이란 국경을 넘어 피난길에 나섰다.
19일 새벽부터 시작된 공습이 3일째 계속되면서 어둠이 깔리는 바그다드 시내는 인적이 끊긴 채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 시민들은 해가 지면 으레 미군의 공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은신처로 대피하고 있다. 특히 고층 아파트 시민들은 건물 1층이나 지하실에서 밤을 새운다.
또 바그다드를 떠나 시 외곽으로 피난길에 오른 주민들은 밤에는 차에서 내려 안전한 곳에서 은신하고 있다가 공습이 지나면 서둘러 피난을 떠나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상가는 철시된 상태이며 상점마다 혼란을 틈탄 주민들의 약탈에 대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있다. 500만명이 거주하는 바그다드 시내는 밤과 함께 죽음의 도시로 변하고 있으며 거리에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60마일 속도로 사막으로 연결되는 도로까지 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인적이 끊겼다.
길거리에는 집권 바스당 자원자들이 올리브-그린 유니폼을 입고 각 코너마다 경계를 서고 있으며 경찰서 앞에는 모래주머니로 벙커를 쌓은 채 중무장한 경찰 병력들이 포진해 있다.
밤마다 계속되는 폭음의 공포에 지친 어린이들은 자다가도 문을 닫는 소리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울기도 한다.
한편 이라크전 개전 이후 처음으로 3,000여명의 이라크 난민들이 21일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피난했다고 위비나 벨몬테 유엔아동기금(UNICEF)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수는 이라크에서 근무하던 수단, 이집트, 소말리아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요르단은 국경지대에 난민수용 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나 500여명 타국 국적 근로자들만이 피난한 데 그쳤다.
군사요충·항만·비행장 속속 접수
우려했던 유정 방화는 극소수
이라크 유일 항구도시도 장악
바그다드 진군을 계속하며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한 미국등 연합군은 이라크 남부와 서부지역 전략 요충지를 속속 점령했다.
미국과 영국군은 20일 밤과 21일(서부 시간) 유일하게 페르시아만과 연결된 이라크의 남동부 해양 요충지들을 차례로 점령했다. 이에 앞서 미군은 이라크 서부의 핵심적인 비행장 2곳을 장악했으며 아라크 남부지역의 사막 활주로를 처음으로 확보했다.
미군 제 1해병 원정대는 이날 새벽 페르시아만과 연결된 지역의 오일 파이프라인 터미널을 장악한데 이어 영국 커맨도 특수부대 요원들도 미 해병 원정대 15 포병대의 화력 지원을 받아 전략 요충지 움 카스르항을 점령했다.
이어 영국 해병대는 움 카스르항을 포함한 파오 반도에 교두보를 구축하고 이라크 핵심 석유 펌프 장비를 접수했다.
영국 공군 앨 록우드 대령은 해병대 여단이 20일밤 걸프북부 지역을 가로질러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파오 반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방부 관리들은 미군은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 없이 영국 통치시절 지어진 H-2와 H-3으로 알려진 2곳의 비행장 접수했다고 말했다.
특히 바그다드에서 386 km 가량 떨어져 있는 H-3 비행장은 이라크의 주요 방공시설 중의 하나로 미·영 연합국 전투기들은 지난해 9월 이곳에 폭격을 가한바 있다.
악착같은 아시아인 외국근로자 철수
쿠웨이트시내 일자리 지켜 눈길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공격이 있은 후 쿠웨이트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생화학 공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속속 공항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동양인들만은 위험을 무릅쓰고 ‘악착같이’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
쿠웨이트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체 인구 240만명 중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동양인들이다. 이들은 화생방 공격에 대비해 개스 마스크(체코산이 가장 비싼 150달러에 팔림)를 구입해 가면서까지 버티고 있다. 가격이 제일 싼 한국산이라도 마련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아예 덕 테입을 다량으로 구입해 유사시 창문을 모두 막아버리고 젖은 타월로 코를 가리는 비상조치라도 하겠다는 각오다.
이들이 목숨까지 내거는 주요 원인은 고향으로 돌아가 봐야 별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필리핀 출신의 식당 웨이터인 제프 파닐리난은 “아내와 아이들이 빨리 빠져 나오라고 하지만 돌아가면 직업을 잃을 것이 뻔하다”며 “차라리 돈이나 벌겠다”고 버텼다.
쿠웨이트는 현재 방독면 품귀 상태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미 50만개의 공무원용 방독면을 구입했고 일부 사기업들도 직원들 용으로 다량의 방독면을 구비해 놓고 있어 현재 마켓에 남아 있는 방독면은 파품이거나 필터가 오래돼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뿐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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