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된 우리의 아들들
메트로 뉴스를 다루면서 국내 소식과 세계뉴스에 민감한 부서에 있다 보니 국내외의 복잡한 정치 스캔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공중 폭발 같은 대대적 사건, 또 몇 달전부터 크게 불거진 이라크와 북한과의 줄다리기등 머리 무거운 이슈에 먼저 짓눌리는 셈이다.
최근 북핵문제가 연일 뉴스의 톱이 될 때도 그랬지만 부시 대통령이 ‘대이라크 전쟁은 죽어도 해야 된다’고 전쟁을 선포하면서부터는 마음이 콩볶듯 바빠지고 심란해졌다.
공교롭게도 91년 1월 발발한 걸프전 당시에도 전쟁 뉴스를 커버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담담할 수도 있을텐데 전쟁은 아직도 공포감 그 자체다.
군대나 전쟁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전 피해자가 주변에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전쟁이 무섭고 특히 미국이 세계의 ‘왕따’속에 주도하는 이번 전쟁이 전율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될 인명피해 때문이다.
걸프전을 훨씬 능가하는 가공할만한 ‘스마트’ 첨단무기들이 폭격지점의 살상비율도 최소화시킨다지만 걸프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거의 함께 하겠다니 모르면 몰라도 엄청난 수가 양측에서 희생 당하게 될 것이다.
대국민 연설에서 결전의지를 다지던 부시대통령도 ‘우리 귀한 젊은이들의 희생도 각오한다’는 대목에서는 목이 잠겼다. 개전 성명에서도 그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고 이라크인들의 생명보호를 강조했다.
속전속결이 예상되지만 사담 후세인이 바그다드 시가전으로 결사항전을 하거나 생화학전으로 대항한다면 파병군인들의 생명은 사막의 모래 폭풍속에서 무더기로 사라지거나 부상을 입을 것이다.
부시대통령의 개전포고가 있었던 날부터 AP통신이나 각 언론사는 전쟁터로 파병되는 군인 가족들의 이별장면을 뭉텅이로 쏟아내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군인’들과 아들과 남편, 아버지를 사지로 떠나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 었다.
부모나 배우자들이 함께 끌어안은 모습, 아기의 볼에 입맞춤하는 새파란 군인의 얼굴, ‘하나님 아빠를 안전귀환 시켜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흔들고 두손 모아 기도하는 아기들의 사진들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심장이식을 못하면 수일내 죽는 아기를 두고도 “군인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전쟁터로 떠난 해군소령 스토리도 있었다. 20대 파병 군인이 ‘전쟁스트레스’를 못이기고 자살한 것도 가슴을 저미게 했다. 지상전에 투입될 군인들이 탱크에 앉아 결연한 표정으로 이라크 국경으로 향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비감한지.
25만여명이 넘는다는 파병 군인중 한인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봤다.
최근 20여년동안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게 자라 자랑스럽게 육해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한 한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또 여러 가지 혜택이 많은 육해공군이나 직업군인으로의 길, 또는 방위군에 입대한 한인 청년들의 수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따라서 주변에서는 몇 달전부터 전쟁터로 자녀를 보내 놓고 노심초사하는 한인가정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어느새 미국시민이 되어 ‘조국을 위해 참전한다’며 참전한 자녀와 연락도 되지 않은 채 애타는 부모들이 한 둘이 아니다.
LA인근에서 해병대원으로 파병된 19세나 20세 한인 청년들만 해도 30여명이나 된다고 했다. 전쟁터에서 실탄을 지급받고 ‘너희가 살려면 적을 죽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무서웠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고 눈물 흘리는 엄마도 있다.
다행히 공포와 불안에 떠는 그들의 부모들을 혼자 외롭게 놔두지 말자는 서포트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파병군인 가족들이 함께 모이고 교회등에서 안전 생환 간구 기도회를 갖는가하면 위로의 자리도 마련한다. 한인 파병 군인에게뿐 아니라 파병된 모든 군인들에게까지 용기와 힘을 주는 내용의 위문엽서를 보내는 캠페인을 한 한인도 있다.
파병된 자녀를 그들만의 아들 딸로 생각하면 안된다. 우리 모두의 아들 딸이다. 절대로 무심할 수 없는 그들의 안위를 같이 걱정하고 사랑을 보여주며 용기를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고통이나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다. 주위의 한인 파병군인은 물론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의 안전을 위해 마음을 모을 때라고 본다.
이정인<국제 부장대우>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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