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읍 적막 깬 ‘봄의 팡파르’
이번 주말 LA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의 소도시 샌 후안 캐피스트라노(San Juan Capistrano)에는 아르헨티나에 갔던 제비들이 돌아오고 이를 축하하는 제비 축제(The Fiesta de las Golondrinas)가 열린다. 매년 봄 열리는 이 축제는 금년에도 15일(토)과 16일(일) 그리고 성 요셉 축일인 19일(수) 사흘간 미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비 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남가주의 산천 경계 좋은 곳을 다 놔두고 제비들이 굳이 캐피스트라노의 미션을 찾는 이유는 무얼까. 사연을 캐봤더니 흥부만큼 마음씨 고운 신부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한상점 주인이 처마 밑에 집을 지으려는 제비를 막대기로 쫓아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신부는 이 작고 불쌍한 새들을 미션으로 초대했다. 그 후 제비들은 성 요셉 축일인 3월 19일을 전후해 매년 어김없이 캐피스트라노를 찾아와 미션의 처마 밑에 둥지를 튼다고 한다. 한국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처럼 신부님과 제비에 얽힌 우화는 한량없는 무주상보시의 공덕을 가르쳐준다.
매년 2월 18일 아르헨티나의 고야(Goya) 지방을 떠난 제비들은 그 작은 날개를 퍼득여 7,500마일의 거리를 한 달만에 날아온다. 캐피스트라노에서 새끼를 낳고 여름을 지낸 그들은 10월23일, 후안 성인(San Juan) 축일이 되면 미션 주위를 빙빙 원을 그리며 도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한 뒤 다시 고야를 향한 비행을 시작한다.
올해로 45번째를 맞는 제비 축제는 15일 오전 8시15분께의 타종 행사로 시작된다. 이날 처음으로 캐피스트라노에 날아 들어온 제비들은 진흙과 마른풀을 이용해 세라 신부의 동상이 서있는 종각 근처에 집을 짓는다. 종소리에 제비들이 날개 짓을 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인연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주제를 새삼 돌이켜보게 된다.
이어 ‘제비들이 캐피스트라노에 돌아올 때(When the Swallows Come Back to Capistrano)’라는 노래를 부르는 순서.
리온 레느(Leon Rene)가 1939년도에 불러 히트한 이 노래는 뎅그라니 미션 하나밖에 볼 것 없던 소도시 캐피스트라노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 주었다. 미션에는 리온이 사용하던 피아노가 전시돼 있어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주변 경관을 돌아보며 감상에 젖어볼 수 있다.
19일 오전 8시 30분에는 성당에서 성 요셉 축일 미사가 거행된다. 방문자들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미사에 초대된다. 미사 후에는 시대 의상을 입은 학생들이 스페인 왕국의 대관식 장면을 재현한다. 대관식 재현은 지난 50년 전부터 계속돼 온 제비 축제의 전통 가운데 하나다.
축제 기간 내내 계속되는 전시는 교육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제비 등 캐피스트라노 인근에 서식하는 조류 전시, 초기 미션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전시도 알차게 꾸며졌다. 제비로 분장하거나 스페인·멕시코 의상으로 단장한 어린이들이 민속춤과 전통 민요 연주 마당을 꾸미고 아즈텍 댄서들과 라모나 패전트 댄서들이 준비한 공연 등 축제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이어진다.
세라 신부로 분장한 자원 봉사자는 어린이들과 사진도 찍고 옛날 이야기도 들려준다. 아즈텍 페이스 페인팅과 풍선 아티스트의 시범도 축제의 흥을 한껏 돋구고 미션의 앞마당에는 인디언들의 튀긴 빵, 멕시코 음식, 초기 캘리포니아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가 마련돼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수공예품과 기념품 역시 하루 종일 판매된다.
▲축제 일시: 15·16일 양일과 19일(수) 사흘 간.
▲시간: 사흘 모두 오전 8시-오후 5시. 미 전국에서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를 위해 오전 10시면 길거리가 차단되니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장소: 미션을 중심으로 한 샌 캐피스트라노 시내 중심지.
▲입장료: 어른이 6달러, 연장자는 5달러,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4달러.
▲가는 길: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Ortega Hwy.에서 내려 우회전해 El Camino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나온다. LA에서 약 60마일, 약 한 시간 거리.
▲문의 전화 (949) 234-1300 교환 322번. (949) 493-1976.
▲웹사이트 http://www. missionsjc.com
■ 캐피스트라노 미션은…
샌 후안 캐피스트라노 미션은 1776년 건축됐던 때부터 이 도시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프란체스코 회의 수사 후니페로 세라 신부에 의해 지어진 이 미션은 10에이커의 넓은 공간에 초기의 생활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과 채플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부들이 도포 자락 같은 사제복을 휘날리며 주랑이 늘어선 공간을 걸어가는 모습은 로마의 시스틴 채플 안뜰에라도 온 것 같은 감회에 젖어들게 만든다.
넓은 정원은 오색의 꽃들로 장식돼 있고 중앙에는 분수가 물을 뿜어내며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인다.
연못에는 잉어가 헤엄을 치고 수련과 아이리스가 곱게 피어 있는 것이 클로드 모네의 그림만큼 화사하다. 가끔씩 나비와 새들도 날아와 앉아 천국의 정원처럼 평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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