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고정금리 5.67%.’바야흐로 모기지 초저금리 시대다. 지난 6일 기준 장기 모기지 금리가 7주 연속 떨어져 올해만 4번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고정 금리는 5.67%,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이다. 이는 1971년 프레디 맥이 모기지 금리를 조사한 이래 처음이다. 재융자로 인기가 높은 15년 변동 금리도 5.01%까지 내려앉아 역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초저금리의 여파와 이에 따른 향후 주택시장을 전망해 본다.
■왜 자꾸 떨어지나
최근 모기지 이자율 하락은 경기침체는 물론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과 함께 움직이는 모기지 금리 특성 때문이다. 현재의 불안정한 정세가 국채 수요를 줄이고 이에 연동되는 모기지 금리도 함께 떨어진 것이다.
프레디 맥의 프랭크 노대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라크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소비자 신뢰를 저해하고 있으며 기업 확장세를 막고 있다”며 “경기가 악화되면서 금리 및 모기지 금리 인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구입 가능 계층은 늘어
이자가 떨어지면서 주택가 상승에도 불구, 주택구입이 가능한 계층이 확대됐다. 소비자들은 주택구입을 앞당기고 있으며 재융자에도 불이 붙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A)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대비 10.8% 늘었으며 이중 재융자가 74.7%를 차지했다.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 가장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투자처가 부동산이지만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주택 투자는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포브스지는 ‘10년 전 주택에 10만달러를 투자했다면 오늘날 24만7,000달러로 불어나 있을 것이지만 다우존스산업 평균에 똑같은 금액을 투자를 했다면 오늘날 16만1,000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낮은 이자로 재융자 받으면서 집의 자산 가치(equity)를 높인 다음 이를 담보로 다시 융자를 받아 다른 부동산이나 사업에 투자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면서 부동산 경기와 소비자 지출을 뒷받침하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호황은 업계 유입 인구를 늘려 남가주 한인사회에도 최근 들어 부동산 회사와 융자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2002년 융자 브로커 전국 평균 수입이 12만달러를 상회하는 등 부동산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파이가 커진 것만은 분명했다.
아파트 등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도 호재를 맞았다. 낮은 이자를 이용해 대출 받아 리노베이션한 후에 렌트를 올리는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아파트 등 다가구 주택융자가 2002년 24억 6,000만달러로 전년대비 50% 증가했다.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은 언제까지?
부동산 브로커들은 고객들이 당장 앞으로 다가온 이라크전을 지난 9.11테러와는 다르게 바라보며 이를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9.11테러가 발생했던 주에 모기지 신청건수는 11.4%나 감소해 미 주택시장은 얼어붙었다.
전국 부동산업자협회(NAR)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9.11테러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것은 미국인들이 TV를 시청하느라 부동산 거래를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라크전은 미국이 아닌 외국 땅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도 아직 주택경기 활황을 유지하는 쪽으로 유지되고 있다.
NAR의 수석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레리는 “저임금 가구도 주택구매 욕구가 생길 만큼 모기지 금리가 낮아졌다”며 “주택시장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경기침체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채 수익률도 지난 6일 45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리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 상황에서도 부동산 붐이 경기침체와 함께 가라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4일 “올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주택 재융자 붐이 가라앉고 주택가 상승이 주춤해지면 소비자들도 위축될 것이고 이는 1990년대의 경기 침체기처럼 집 값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특히 모기지 금리 하락속도가 지난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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