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 곽선희목사, 사랑의교회 옥한흠목사, 명성교회 김삼환목사, 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 온누리교회 하용조목사...
교회 다니는 사람중에 위에 열거한 이름을 모르는 교인이 있을까?
한국의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은 웬만한 연예인이나 정치인들보다 훨씬 유명하다. 한국에서 장관이름이나 대학 총장이름은 몰라도 대형교회 목사의 이름을 모르는 교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교회 이름과 목사의 이름이 동일시되어 마치 교회가 특정목사의 소유처럼 인식되는 일도 있고, 교회 이름을 잊었을 때 ‘아무개목사 교회’하면 다 알아듣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스타급 목사들은 인기가 대단해서 이들이 누리는 ‘권세’는 일반 성도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호화스런 생활과 엄청난 액수의 월급 등은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계 방방곡곡 어딜가나 성도들이 “주의 종을 잘 대접해야 복을 받는다”며 하나님처럼 떠받들기 때문에 거의 우상화되어 있는 형편이다.
작년에 이곳의 교계 단체에서 한 유명목사를 강사로 초청해 집회하려다 불발된 일이 있었다. 뒷얘기를 들으니 그 목사가 움직이려면 ‘가방모찌’ 8명이 함께 떠야 하는데 비용이 8만달러나 든다고 해 포기했다고 한다.
‘담임목사’보다 ‘당회장’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스타목사들은 책도 많이 내고 설교 테입도 인기리에 돌며 부흥회 광고에 항상 얼굴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리기 때문에 요즘 같은 지구촌 시대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아마 그렇게 영광스런 자리이기에 자자손손 물리고 싶어 세습이란 말도 나오는가 보다.
그런데 이렇게 인기좋은 스타목사들이 몇 년안에 이곳 LA로 몰려올 것이란 소문이 교계에 파다하다. 한국 유명목사들의 ‘은퇴사역지’로 LA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 갈보리교회의 박조준 목사가 은퇴하면서 미국으로 건너와 애나하임에 교회를 개척한 일을 두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았다. 첫 예배를 가진지 한달도 안돼 수백명이 모인다니,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 유명한 박조준 목사가 한다는 교회니 기대 반, 호기심 반, 해서 찾아가 보는 것이다.
문제는 그외에도 상당수의 유명목사들이 1~2년새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이곳에 눈독들이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실제로 아는 장로를 통해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한 500명 들어갈 번듯한 교회건물을 물색중이라는 목사의 이야기도 들리고, 다른 목사를 시켜 지교회 형식으로 이미 개척해놓은 사람도 있으며, 교계단체 대표인 한 목사는 얼마전 이곳에 신학교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건물가격이 몇백만달러가 되건 상관하지 않는 것이, 워낙 돈이 많은데다 은퇴하고 떠나는 교회에서 기꺼이 완불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서는 멋있게 물러난다고 갈채받으며 은퇴하고, 이곳으로 훌쩍 날아와 ‘개척’한다며 또다시 목회를 시작하면 그게 무슨 은퇴인가. 또한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몰라도 그 명성이 익히 알려진 지역에서 새로 목회를 시작한다면 그게 무슨 개척인가.
더 한심한 것은 성도들이다. 교회의 지체가 되어 봉사해야할 교인들이 새로 누가 떴다 하면 철새처럼 이리 저리 몰려다니며 설교에만 귀를 기울이니, 이런 모든 작금의 교회현실이 과연 목사들에게만 책임이 있는건지 자문하게 된다.
기독교신자가 70%를 웃도는 미주한인사회는 확실히 ‘황금어장’일 것이다. 은퇴한 교회에서 건물을 사주니 건축 부담도 없고, 날씨 좋고 살기 좋은 캘리포니아에서 노년에 편안하게 목회하며 남은 영광을 누리는 일은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한평생 존경받았던 목회의 마무리를 그렇게 지어서야 되겠는가. 이곳에 교회가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남가주에만 1천개가 넘어 과포화상태인데, 또 지금 이 시간도 후배목사들이 쏟아져 나와 사역지를 찾고 있는데, 유명세를 이용해 끝까지 스타로 남아있어야 되겠는가.
재작년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은퇴하고 중가주 프레스노에서 작은 교회를 개척한 이창순 목사, 주님의영광교회에서 원로목사 추대를 사양하고 평신도로 돌아간 현성초 목사, 서울 주님의교회와 스위스 제네바교회에서 약속한 임기를 마친 후 동네교회 고등부 교사로 봉사하는 이재철 목사... ‘진짜 은퇴’한 이런 분들이 새삼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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