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 길에도 잘 나가는 업소들이 많다. 모르는 사람들은 한인들의 통행이 적어 장사가 잘 되지 않을 것으로 지레짐작할지 모르나 이들 업소는 목을 탓하지 않고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 성공을 일구고 있다.
맛도 좋고 서비스 좋으니 “장사 잘돼요”
‘함지박’‘남원골’등 식당
맛있는 집 호평 성업중
‘창신당 한의원’‘라이온스 스파’
서비스 특화로 손님 줄이어
피코와 크렌셔 인근의 ‘함지박’(대표 김화신)은 대표적인 사례다. 10년전 이 업소를 인수한 김화신(65)씨는 무려 12개 식당이 망해 나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름에 걸맞는 푸짐한 양과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돼지갈비, 삼겹살, 청국장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 업소는 좋지 않은 주변환경에도 불구하고 ‘싸고 맛있는 집’으로 인정받아 저녁이 되면 손님들이 줄을 선다. 수 십분씩 기다리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가 있다.
남원골(대표 제니 최)도 피코 길에서 뜨는 식당중 하나. 피코와 3가 모퉁이에 지난해 3월 문을 열어 연륜은 짧지만 집중 광고를 통해 추어탕 전문식당임을 홍보한 뒤 찾아온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점심시간이 붐비지만 오전 8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는 교인들이나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한인들도 많이 찾는다.
제니 최(45) 대표는 “오랫동안 주방에서 일한 이모(김연순씨)의 손끝에서 나오는 전라도 전통음식의 맛이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며 “추어탕, 추어매운탕, 추어조림, 갈치조림 등이 가장 잘 팔리는 메뉴”라고 소개했다.
남원골 건너편에 있는 창신당 한의원(대표 김우봉)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특화를 통해 22년째 실속 있는 비즈니스를 꾸려가고 있다. 주고객은 3개월 분의 소매가격이 무려 3,000달러에 달한다는 공진단 등의 고가 환약을 주문하는 한의원들이다.
주문 받은 약을 달이거나 분말 및 캡슐로 만드는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가게 안에 들어서면 한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약 제조공장으로 오인한 주민이 당국에 신고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약 다리는 기계만 10여대라는 김우봉(58) 대표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한의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때문에 우리는 더 바빠진다”며 “연초에도 며칠간 푹 쉬고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라이온스 스파(대표 김진철)도 외진 곳에 자리잡은 업소답지 않게 영업이 꾸준하다. 피코와 뮤어필드 코너에 있는 이 업소는 당일 고객 외에도 1달 회원, 1년 회원들을 적지 않게 확보, 불경기를 별로 타지 않고 있다.
‘남성전용 한국식 목욕탕’이라고 할 수 있는 6,400스퀘어피트 규모로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모두 찾아오지만 아무래도 40~50대 중년고객이 주류를 이룬다. 김진철(50) 대표는 “타운에 비슷한 업소가 3개 있는 것으로 안다”며 “타운 중심보다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와 4년 전 인수할 때보다 장사가 낫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 출신 화교가 70년대 중반에 오픈한 피코와 하버드의 홍루 식품을 비롯, 피코 길에는 조용하지만 견실하게 비즈니스를 키워가고 있는 업소들이 많다.
‘함지박’ 김화신 대표
“푸짐한 인심에 손님만족
6가에 분점까지 냈죠”
피코와 크렌셔 인근에 자리잡은 함지박. 점심시간에는 대체로 한가하지만 저녁이면 비좁은 좌석에 앉아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등을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민생활의 고단함을 털어 버리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같은 성공의 중심에 사람 좋은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김화신 대표가 있다. 경쟁이 심한 요식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뜻밖이다.
“처음엔 고기를 다듬을 때 일인 분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버리려던 것 중에서 다시 골라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그렇게 하면 필히 망할 거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버리는 일을 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본래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그는 51세에 도미, 4년간 남의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최선을 다해 배웠다. 누구든지 잘 하는 음식이 한 가지는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같은 열심에 훈훈한 인심이 어우러져 오늘의 함지박이 탄생했다.
“먹는 것 하나라도 반듯하게 만들어 파는 것이 미국 와서 할 일”이라고 믿고 있는 그는 얼마전 6가 분점을 내 더욱 분망하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뭘 또 일을 벌리느냐고 하지만 이제 그만두면 인생 마감하는 것 아니냐.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활력을 느낀다”고 한다.
6가와 알렉산드리아 코너(로얄예식장 1층)에 문을 연 함지박 분점은 1,380 스퀘어피트의 자리에 80석 규모로 꾸며졌다. 그중 절반은 흡연자들을 위한 패티오 좌석. 카페 같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 이 지역을 많이 찾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323)733-3635
<김장섭 기자>peter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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