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센처 월드골프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칼스배드-김동우 특파원>‘탱크’ 최경주(34)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맞아 ‘그린 쿠데타’를 노렸으나 역시 정상의 벽은 높았다.
최경주는 27일 칼스배드 라코스타 리조트 앤 스파 코스(파72·7,247야드)에서 벌어진 월드골프챔피언십(WGC)-액센처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600만달러) 이틀째 2회전 경기에서 세계최강 우즈를 만나 선전했으나 15홀만에 5 & 3 (3홀 남기고 5홀차)으로 패해 탈락했다.
우즈는 이날 사실상 15번홀까지 5언더파를 치는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고 최경주가 여기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최경주는 이 대회 첫 출전에서 세계 32강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리며 2회전 진출상금 6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반면 지난해 이 대회 1회전 탈락의 악몽을 깨끗하게 털어 버린 우즈는 3회전에서 스티븐 리니(호주)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노린다. 또 세계랭킹 3위로 샘 스니드 그룹 탑시드인 필 미켈슨은 브래드 팩슨을 3 & 2로 제압하고 3회전에 안착했으며 데이빗 탐스도 크리스 라일리를 제치고 16강에 합류했다.
하지만 게리 플레이어 그룹 2번 시드인 데이비스 러브3세는 7번 대런 클락에 7 & 6으로 참패해 탈락했고 바비 존스 그룹 2번 시드인 파드렉 해링턴도 7번 스캇 호크에 3 & 2로 덜미를 잡혀 2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올해 2승을 따내며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크 위어도 제리 켈리에 2 & 1로 져 탈락했다.
한편 지난해 62번시드로써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케빈 서덜랜드는 벤 호간 그룹의 15번시드로 1회전에서 2번시드 서지오 가르시아를 침몰시킨데 이어 2회전에서도 영국의 신예 저스틴 로즈를 1홀차로 따돌리고 16강에 올라 2년 연속으로 최하위권 시드로 대 반란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다.
2회전 경기를 마친 결과 16강은 우즈 대 리니, 호크 대 이자와, 하스 대 프라이스, 서덜랜드 대 스캇, 피터 로나드 대 로버트 앨런비, 대런 클락 대 짐 퓨릭, 미켈슨 대 켈리, 탐스 대 알렉스 체카로 압축됐다.
◎경기상보
최경주는 첫 홀에서 버디로 홀을 따내 먼저 기세를 올렸다. 세컨샷으로 우즈는 핀에서 18피트, 최경주는 12피트 지점에 볼을 떨어뜨렸는데 우즈는 버디 퍼팅에 실패한 반면 최경주는 깨끗하게 홀인시킨 것.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180야드 파3인 2번홀에서 최경주의 7번 아이언 티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진 반면 우즈의 8번 아이언 티샷은 홀컵 2피트 지점에 사뿐히 떨어져 우즈는 버디로 가볍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파5인 3번홀은 둘 다 파.
그러나 4번홀부터는 ‘황제골프’가 본격적으로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우즈는 페어웨이 세컨샷을 홀컵 4피트 옆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추가, 파에 그친 최경주에 앞서가기 시작했고 5번홀(파3·204야드)에서는 홀컵 1피트 옆에 붙는 신기의 티샷으로 3번째 버디를 잡아 리드를 2홀차로 벌렸다. 최경주는 6번홀에서 한 홀을 따라 갈 절호의 찬스를 잡았으나 버디펏이 홀컵을 스치며 지나갔다. 최경주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쉬운 탄식을 토해냈다. 이후 두 선수는 폭우로 인해 코스에 물이 고여 수십여분간 경기가 지연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다음 5개 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갔다.
아직도 최경주에게 찬스는 있었던 상황. 하지만 그 희미한 가능성은 운명의 파5인 11번홀(526야드)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두 선수가 모두 투온을 노렸지만 우즈는 2번 아이언으로 안전하게 세컨샷을 그린에 올리는데 주력한 반면 최경주는 3번 우드로 직접 핀을 겨냥하고 쳤다. 우즈의 볼은 홀컵 40피트 지점 그린에 떨어졌고 투퍼팅으로 버디. 최경주의 세컨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고 벙커샷으로 핀 5피트 지점에 볼을 빼냈으나 이 버디펏을 미스한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여기서 3홀차로 벌어지며 승부의 저울추는 완연히 우즈쪽으로 기울었다.
최경주는 파4인 15번홀에서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져 탈출이 불가능해지자 볼을 페어웨이 밖으로 쳐내며 승부를 접는 수순을 밟았고 그린 앞 러프에서 파 칩핑을 홀인시키는데 실패한 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우즈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최경주 인터뷰
- 경기소감은.
▲비교적 잘 했는데 우즈가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 초반 좋은 샷이 많이 나온 반면 나는 미스샷이 한 두 개 나오며 후반 내내 끌려가게 됐다. 하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이 앞으로 메이저를 가는데 좋은 약이 될 것으로 믿는다.
- 우즈는 해볼만한 상대라고 느꼈나.
▲물론이다. 부담을 느끼지도 않았고 언제라도 같이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15번홀에서 세컨샷으로 무리하더라도 공격적으로 치지 않고 페어웨이로 빼낸 이유는.
▲이미 패배가 확정됐는데 그린까지 가지도 못할 거리와 라이에서 무리하게 공을 쳐 물에 빠뜨리면 상대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이미 진 경기임으로 자연스럽게 패배를 인정하는 코스로 경기를 마무리하려 한 것이다.
- 오늘 승부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역시 10번(실제로는 11번)이었다. 우즈는 2퍼팅 작전으로 2번 아이언을 쳤고 나는 공격적으로 핀을 보고 투온을 노렸는데 볼이 바람에 밀려 벙커에 빠졌다. 정상적으로 갔으면 승부가 길어질 수 있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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