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부족한 중개인
지혜란 무엇인가를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이 세상에 아는 일보다 모르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부정확한 사실을 알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 걸 알고 있다. 국어 사전엔 ‘삶의 경험이 풍부하거나 세상 이치나 도리를 잘 알아 일을 바르고 옳게 처리하는, 마음이나 두뇌의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해에 있었던 한 거래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샌개브리엘 밸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던 한인이 은퇴를 하면서 부동산을 매각하게 되어 도와드리게 되었다. 빌딩은 투자용 건물이 아니라 크게 가치가 나가진 않았으나 땅이 4만5,000스퀘어피트가 넘어 개발하기에 적합한 땅이었다. 그러나 그 땅은 코너가 아니고 한 블럭의 중간에 있는 부동산이라 그 옆에 있는 코너 땅을 구입하지 않으면 개발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 옆 건물 주인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고 몇 번의 거절을 당한 후에야 팔기로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업자를 찾아다니며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7번째 만난 개발업자로부터 드디어 오퍼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두 건물주들이 동의를 해서 에스크로를 오픈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아주 순탄하게 잘 진행이 되었고 우리 생각대로 잘 들어맞는 마케팅 전략이었는데, 그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셀러측에서 시세보다 싸게 판다고 생각을 해서 취소를 하자고 에스크로를 통해 연락을 해온 것이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30만달러를 더 가격을 올려 주면 매매를 하겠다는 약속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었다.
이런 경우 성사가 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입장이었다. 바이어 측도 만만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잘못하면 법적 문제로 갈 수도 있는 그런 입장이었다. 이런 경우가 참 부동산 중개인으로는 제일 난감한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이어 측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런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첫째는 주위의 팔린 시세가 받쳐주지를 않기 때문에 은행 감정이 잘 나오는 않는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은행 융자를 잘 해주지 않는 것이다. 2주를 열심히 조사하던 바이어 측이 드디어 구입하기로 결정했고 예정대로 에스크로를 잘 끝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바이어는 일곱개의 은행에서 융자신청을 해 힘들게 융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이 거래를 통해서 셀러는 30만달러를 더 받게 되었고 바이어는 좋은 물건을 잘 구입할 수 있었다. 바이어도 좋은 거래가 된 이유는 에스크로 기간에 바이어는 월 그린(Walgreen Drug)을 유치해서 리스를 했다. 이런 프랜차이즈를 유치하게 되면 은행은 공사비용 전액과 부동산 구입가격 전체를 융자해 준다고 한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바이어로서는 자기 돈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도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었으며, 좋은 입주자를 유치했기에 그 덕분에 융자도 무난하게 할 수 있어 셀러나 바이어 모두에게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거래를 하면서 내 자신이 지혜가 없는 사람임을 절실히 느꼈다. 부동산 중개인으로 때로는 한없는 인내가 필요한 것도 느꼈고 결단코 분을 품지 말아야 하는 교훈도 얻었다. 거래 하나 하나가 참 어렵고 힘이 든다. 언제 어디서 변수가 숨어있어 문제가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 잘 점검을 해도, 아무리 이 일을 오래 했어도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오디 맨디도가 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이란 책에는 위대한 세일즈맨이 되는 9가지 원칙이 있다. 그 첫번째 원칙은 ‘나는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인사하겠습니다’라고 내 마음 속에 외치라고 알려 주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 원칙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그래서 어떤 투자가를 만나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게 아주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조금이라도 다른 투자가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필립 박 <콜드웰 뱅커 커머셜 JM프로퍼티 부사장>(213)632-3500, philippark@sbcglob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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