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해물요리 보기만해도 먹음직
정성 하나로 식당 시작 31년 단골 수두룩
아늑한 분위기로 새단장 도시가 한눈에
선셋 가를 따라 쭉 이어지는 선셋 스트립은 아마도 LA에서 가장 밤이 화려한 일대일 것이다. 나이트클럽, 바,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는 잔뜩 멋을 부린 젊은 남녀들의 파릇한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유행에 민감한 지역이다 보니 레스토랑도 언제 생겼나 싶으면 곧 사라져 버린다. 변화가 많은 선셋 스트립에서 31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라벨(Mirabelle)은 자칭 타칭 선셋 스트립의 터줏대감이다.
발음할 때의 느낌이 사랑스러운 미라벨에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조르주 저메니디즈(George Germanides)는 사람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 즐겁게 하는 것을 낙으로 여기는 호인으로 항상 레스토랑 운영을 꿈꾸고 있었다. 1970년대 뉴욕에서 LA로 신혼여행을 떠나와 선셋 거리를 운전하고 있을 때 곁에 있던 그의 아내가 환희에 넘친 목소리로 외쳤다. “여보! 당신 레스토랑이 바로 저기 있네!”
6개월 후 LA로 이주해 왔을 때 그들이 눈여겨보았던 레스토랑은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저메니디즈 부부는 이를 그들의 운명으로 여기고 당시 햄버거 스탠드였던 알피즈(Alfies)를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레스토랑 경험이라곤 냅킨도 접어본 적이 없던 그였지만 모든 손님들을 가족처럼 정성껏 대한다는 가장 단순하고 인정 넘치는 철학으로 손님을 대접한 결과, 이제 미라벨에는 30년 고정 단골들도 많다.
레스토랑과 함께 태어나고 자라난 두 자녀는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젊고 의욕적인 그들은 레스토랑 이름도 미라벨로 바꾸고 1년 6개월의 시간을 들여 대대적인 증축을 단행했다. 지난 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미라벨은 아주 독특한 목조 건물로 언뜻 보면 배의 모양을 떠올리게 된다. 주름 잡힌 캔버스가 드리워져 배의 닻을 연상케 하는 페리오는 LA에서 몇 안 되는 흡연자들의 천국. 낮은 소파에 깊숙이 파묻혀 음식과 드링크를 즐기는 젊은이들은 담배 연기로 동그라미를 잘도 만들어낸다.
따뜻하고 독특하면서도 별난 분위기의 메인 다이닝룸은 살바토레 달리의 작품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왔다. 푸른 유리 조명 기구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신비로 가득하고 유리관 모양의 조명 기구에서는 따뜻한 빛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테이블 위 촛불까지 더해져 마치 빛의 축제라도 벌어진 것 같다.
층계 입구의 와인 저장고는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테마로 장식된 것이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가 43번지에 있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물, 카사 바틀료(Casa Batllo)의 내부 같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도시의 전망을 내다보며 편안한 쿠션에 기대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페리오는 조용하고 아늑하다. 주방장 죠세프 길라드(Joseph R. Gillard)는 신선한 해산물과 생선요리 등 시푸드를 강조한 메뉴를 새로 꾸몄다.
고소한 또띠야 칩 위에 얹은 튜나 타르타르(Ahi Tuna Tartar)는 아보카도와 일본식 깻잎 시소를 더하고 참깨와 깨소금으로 무쳐내 고소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커다랗고 도톰하게 부친 게살 케이크(Crab Cake)는 페스토 소스를 바르고 베이비 루꼴라 샐러드와 노랑 빨강 예쁜 색깔의 체리 토마토를 위에 얹어 먹음직스럽다. 꼴뚜기(Pan Fried Calamari)는 바싹 튀기지 않고 팬에 지져내 씹는 맛이 야들야들하다.
베이즐 섞은 감자를 곁들인 가재 전채(Pan Fried Lobster)는 토마토 레몬그래스 소스 맛이 충분히 배어 맛있다.
게살과 새우를 곁들인 해물 라비올리(Seafood Ravioli) 하나만 맛봐도 이 집 파스타 만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농어 요리(Chilean Sea Bass)는 윤기 나게 구워 박초이와 코코넛 향을 더한 밥을 곁들여 생선 반찬 해서 밥 먹는 느낌. 위에 뿌린 망고 살사가 새콤한 향을 내 생선 맛과 잘 어울린다.
돼지갈비(Slow Roasted Shortribs)는 꿀을 넣어 천천히 로스트해 달짝지근하며 양도 푸짐하다. 필레 미뇽(Pan Roasted Filet Mignon)은 호스 래디쉬를 더해 매콤한 감자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해물을 모듬으로 마련한 시푸드 플래터(Seafood Platter)는 세 가지 크기로 준비된다. 싱싱한 굴과 큼지막한 새우, 보기도 탐스러운 가재 등 해물은 매콤한 향의 칵테일 소스에 찍어먹어도 좋지만 그냥 먹어도 나무랄 데가 없다.
Tips
▲종류: 시푸드 전문 콘티넨탈 레스토랑. ▲오픈 시간: 월-토요일 오전 11시-새벽 2시. 일요일은 오전 9시-새벽 2시. ▲가격: 런치 전채는 4-12달러, 메인 디쉬는 8-15달러. 디너 전채는 4-13달러. Seafood Platter는 대·중·소 3가지로 24-90달러. 메인 디쉬는 11-27달러. ▲주차: 뒤쪽으로 발레 파킹이 있다. 4달러. ▲주소: 8768 Sunset Blvd. West Hollywood, CA 90069. 한인타운에서 Sunset Bl.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보면 La Cienega를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전화: (310) 659-6022.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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