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의 월드컵 때는 미국동포들도 한국인으로서의 일체감 및 긍지를 한껏 높혔다.
그런데 요즘은 신문과 TV를 통해 한국에 관한 소식들은 접할 때마다 위축됨을 느낀다. 본국 신문의 한 미주특파원이 ‘미국은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기고를 했는데 그 특파원을 포함하여 ‘한국은 미국을 너무 모른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미국은 한국에 해방을 가져다 주었으며, 한국전쟁에서 공산화를 막았고, 막대한 구호물자를 보내 전후의 복구를 도왔으며, 현재도 주한미군은 북한의 무력위협으로 부터 한국의 방위를 지켜 주고 있는 혈맹의 관계라는 것이 한국인들이 종래에 가졌던 주된 견해이었다.
하지만 한국여론를 주도하는 젊은세대들은 ‘우리가 언제 은혜를 입었느냐?’그리고 ‘설령 우리 아버지세대가 그런 은혜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우린 아니다’라고 한다. 오히려 그들은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북한이 침공한다면 한국군만으로도 물리칠 수 있다’‘미군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므로 한국에 주둔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은 미국과 북한의 문제이므로 한국이 중재를 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정부의 기본자세이다.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핵개발을 통해서라도 존립하는 것이 낫다”“현대가 한국의 연간 국방예산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5억달러를 방법은 여하간에 북한에 주어서 붕괴을 막은 공은 인정해야한다”“남한과 북한간에는 핵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북한의 핵은 크게 보면 우리 민족의 핵이므로 오히려 자랑거리가 된다”는 것이 젊은 세대의 견해이다.
미국은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미사일처럼 핵을 세계의 누구에게든지 수출하여 통제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을 우려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 핵을 포함하여 재무장할테고 그리하면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게다가 북한은 ‘전세계 모든 지역의 미국 목표물을 타격할수 있다’는 위협을 공공연히 하고 있으며 남한에 대해서는 민족공조를 제안한다.
미국의 입장서 보면 북핵은 외교적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면 군사적 행동으로라도 조기에 제거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그런데 미군이 휴전선에 배치되어 있으니 군사적 행동시 북한에 의한 보복의 최우선 대상이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미지상군을 후방 이동내지 철수시키고 공군과 해군에 의존하면 군사행동시 훨씬 자유롭게 된다.
즉 미군철수후 미국이 북한에 군사행동을 하게 되면 한국이 북한의 주된 보복 대상이 되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동족끼리의 싸움이니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미국내에서 일고 있는 미군의 감군 내지 철수를 한국정부 길들이기라며 반발하는 일부 한국인들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미국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무력시위에 전통적 동맹국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미국의 은혜를 많이 입은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이 최근 조사에 의하면 44%로 아시아에서 가장 적대적이라는 것을 미국정부와 미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이라크에 대한 무력시위에 협조를 거부한 프랑스와 독일에 대한 미국정부와 미국민들의 맹렬한 비난과 경제적 불이익조치 등을 보면서 한국에도 대해서도 언제 이런 불똥이 튈지 모를 일이다.
한국이 국민총생산으로 세계 12위라고는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최대 투자국이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의 반도체가 미국에 없다고 하여 미국이 곤란을 겪진 않겠지만 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너무나 크다.
지난 10년간 2,200만 북한 주민중 100만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북한인들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인권과 안녕을 위한 촛불시위는 왜 없는가? 미국 스포츠계에서 박세리, 박찬호등 한국출신들의 활약상에는 크게 기뻐하면서도 한갓 오락물인 007영화에 대한 감정적 대응, 미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부시대통령을 세계의 불량배로 그리는 신문만화등 배타성을 보면서 다수의 미국인들이 한국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미국 이민100주년을 맞은 재미동포들은 미국과 한국이 서로에 대한 이성적 이해를 통해 상호호혜적 관계를 재정립하길 바라고 있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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