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읽기 (2)
이번 주엔 지난주의 계속으로 명작 읽기로 들어가려 한다. 명작엔 늘 상징(symbols)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상징은 보통:
1. 시대적 배경
2. 이야기의 배경(Background)
3. 등장 인물(Characters)
4. 이야기의 줄거리(Plots)
5. 사건과 결말(Themes and Resolution)
6. 주제 등에 담겨 있지 따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 배경에 반드시 상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기 전에 알아두어야 한다. 이것을 보통 학생의 스키마(schema)라고 하는데 학생에게 이 스키마가 부족할 때는 책을 들자 곧 싫증을 느낀다.
예를 들어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를 읽어야 하는데 그 학생이 프랑스 혁명에 대하여 사전지식이 별로 없으면, 즉 자신의 스키마가 부족하면 책의 내용과 자신의 연결이 부족하여 읽는데 싫증을 곧 느낀다. 반대로 흥미본위의 책은 읽는 사람의 스키마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읽는 책에 재미를 쉽게 붙인다.
1. 시대적 배경
지난주에 실린 ‘알라딘’(Aladdin)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보기로 하자. 알라딘은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라는 이야기 전집 가운데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모두 합해서 200개의 이야기로 1,001일(거의 3년)에 걸쳐 매일 밤 하나씩 한 이야기이다. 한 이야기를 하루 밤사이에 끝내지 않고 그 줄거리가 아주 재미있거나 아슬아슬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이야기는 그 날 밤에는 반드시 끊기고 그 다음을 알고 싶으면 예외가 없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마치 요즈음의 연속극 같이! 그러나 그 배경에는 아주 비참한 일이 있었다.
옛날 아라비아에 설탄 샤흐리야(Sultan Shahriyar)라는 왕이 있었는데 왕 자신이 만든 법에 따르면 왕과 결혼을 하는 신부는 왕과 하루 밤만 보낼 수 있고 다음날엔 반드시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은 수많은 신부를 맞았지만 모두 하룻밤 왕비가 된 후엔 목숨을 잃었다.
하루는 아주 아름다운 사하라자드(Scheherazade)가 왕의 부인이 되기를 원했으나 조건이 하나 있다고 하였다. 그 조건이란 다름이 아닌 결혼 첫날밤에 자기가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자기 목숨을 내걸고 한 이야기이니 과연 그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을 해 보라!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절정에 도달하여 왕이 아슬아슬 하여 손에 식은땀이 나는 순간 이 새 신부는 “죄송하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내일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 한심스런 왕은 이 이야기에 푹 빠져서, 매일 밤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 신부를 하루 이틀 그냥 살려 두었다. 그러기를 거의 3년(1001일)! 그동안에 목숨을 내걸고 한 신부의 이야기가 200개 정도가 됐을 때 왕은 이미 이 지혜롭고 이야기 잘하는 부인과 사랑에 빠져 나라의 법을 바꾸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 이야기는 아랍어로 써졌지만 나중에는 페르시아(Persia), 인디아(India),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이집트(Egypt)까지 퍼졌고, 유럽에는 1700년에 들어왔다. 위에 소개한 ‘알라딘’은 이 200개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유명한 이야기이다.
2. 이야기의 배경:
이 이야기의 배경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시장: 이것은 서민 세계의 상징이다. 중국 청년 알라딘은 가난의 노예로 시장의 음식을 훔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다. 그와 정반대로 부가 넘쳐나는 궁전에서 자란 공주는 돈을 주어야 물건을 산다는 것도 모르고 자랐다. 두 중요 인물의 비교와 상반됨(compare and contrast)이 현저하게 이루어진다.
(2)궁전: 부귀영화의 상징이다. 알라딘이 가난의 노예라면, 재즈민은 부귀영화의 노예로서 자기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즉 자유가 없는 노예이다.
(3)매직 카펫(The Magic Carpet): 알라딘과 재즈민은 이 카펫을 타고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 매직 카펫은 생각의 세계로 이끄는 책을 상징한다.
3. 등장 인물
이 글의 중요 인물들을 크게 2가지로 구분하여 보려고 한다.
A. 선(The Protagonists)
(1)인간형(The Animated Characters)-알라딘과 재즈민
(2)물건형(The Inanimated Characters)-지니, 램프, 원숭이 아부(Abu)
B. 악(The Antagonists)
(1)인간형-자파(Jafar)
(2)물건형-법, 앵무새 라고(Lago)
A. 선(The Protagonists)
알라딘과 재즈민이 겉은 보기에는 빈·부의 상징뿐만 아니라 알라딘은 중국 사람, 재즈만은 아랍 사람으로 정반대형으로 보이기 시작하다가 우리(독자)가 매직 램프를 만난 후부터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 알라딘 램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요술을 부려 이 세상에서 못하는 일이 없는 것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을 죽이는 일,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 남·여가 사랑에 빠지게 하는 일 등 3가지는 못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외면적인 일은 할 수 있어도, 내면적인 일은 못한다는 것이다.
알라딘이 첫번째 소원으로 자기를 왕자로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그 램프는 알라딘의 겉 모양새는 왕자로 만들어 놓았지만, 속 내막은 고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실(truth)을 말하지 않고는 이 겉모양, 즉 왕자인척 하는 허세가 아무 소용이 없다고 경고를 한다. 오히려 반대로 알라딘이 거듭날 것(Enlightenment)을 요구한다. 겁에 질린 알라딘은 재즈민을 잃을 두려움으로 진실을 밝히지 못하지만, 반대로 재즈민이 알라딘을 믿고 따른다. 이 믿음(trust)이 결국은 알라딘으로 하여금 자기가 누구라는 진실을 고백하게 한다.
주인의 소원은 무엇이나 다 들어줄 수 있는 지니(Genie)지만 사실 그는 이 램프의 주인의 노예로서 자기 자신의 자유(freedom)가 허락되어지지 못한 사람이었다. 알라딘은 자기가 그렇게 갈망하는 공주와의 결혼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지니와의 약속인 지니의 자유를 허락해 준다. 즉 이 알라딘 램프는 거듭남의 상징이다. 원숭이 아부(Abu)는 알라딘과 지니가 직접 말을 하고는 싶지만 상황에 따라 못하는 말을 해주는 얼트라 이고(ultra-ego)의 상징이다.
B. 악(Antagonists)
자파는 알라딘의 정반대의 인물로 강제로 공주와의 결혼을 요구하며, 자신이 알라딘 램프를 강탈해 갖고도 자신의 부귀, 영화만을 독점하려는 악의 상징이다. 앵무새는 선, 악도 구분 못하는 그저 무조건 주인이 시키면 하는 맹종의 상징이다. 공주는 반드시 왕자와만 결혼을 해야 된다는 법은 왕의 독재(dictatorship)를 상징한다.
4. 이야기의 줄거리: 상징을 이해 못하면 겉 줄거리나 속 줄거리나 똑같은 이해밖에는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명작은 왜 읽나?
5. 사건과 결말: 법은 겉으로는 왕이 바꾸지만 사실 내적 요소는 거듭남이 바꾸게 한 것이다.
6. 주제: 인간의 행복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데서 오는 것 이 아니고, 거듭남에서 온다는 이야기이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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