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안드는 옷장바닥 이상적”
온도 항상 낮고 변함 없어야 하고
적당한 습도, 진동 없는 곳
옷장속 보관 넘치면 저장고 구입을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10년전만해도 같이 와인을 마시며 즐길 사람을 찾기가 참 힘들었었는데, 어느새 만나는 사람마다 와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가 하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심심치않게 만나게된다. 그 뿐 아니라, 일식당, 중식당을 비롯 한식당에도 적포도주와 백포도주 서너종류를 갖추어놓는 것이 기본이 되었고 한국식품을 판매하는 마켓에도 어느새 갖가지 종류의 와인이 구비되어 있다.
건강에 좋다니까 찾는 이유도 있겠지만, 와인의 맛에 한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면서, 수십병의 와인을 집안에 보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와인을 잘 보관하려는 노력도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다.
집에 와인을 보관하고 저장하려면 우선 어떤 와인을 보관용으로 구입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해진다. 세계적으로는 약 80개국에서 와인을 대량 생산하고 있고,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에만 4,000개가 넘는 와이너리에서 평균 네종류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약 1,050개의 와이너리가 있고 평균 10종류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와 미국 캘리포니아 두 곳만 합쳐도 벌써 와인의 종류가 2만6,500가지나 된다. 게다가 지난 30년동안의 빈티지까지 신경을 쓰자면 생각만 해도 엄두가 안 난다.
보르도산 고급 와인은 평균 지난 20년간 가격이 10배 이상 상승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페트루스 (Petrus), 르팽 (Le Pin), 셰발 블랑 (Cheval Blanc), 라투르 (Latour), 라피트 로쉴 (Lafite-Rothschild), 마고 (Margaux), 오브리옹 (Haut-Brion) 등이 가장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와인들은 가격도 병당 최소한 150달러정도로 비싸고, 찾기가 쉽지 않다.
보통 와인 스토어에는 빈티지 차트를 구비하고 있어서, 만약에 비싼 보르도 와인을 발견했을 경우 빈티지 차트를 참고하여 구입하면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가 그 와인의 적정기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와인을 구입하여 보관할 경우, 서너병만 잘 보관하였다가 인터넷이나 경매를 통해 10년 후 판매한다면 웬만한 와인 저장고를 구입한 비용을 빼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와인은 즐기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와인 저장고에는 반 이상 내가 당장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채워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셔봤던 와인 중 맛있었다고 기억되는 것들을 사다가 채워놓는 방법이 제일 좋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와인 전문지에서 평을 좋게 받았다고 무조건 사다가 보관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첫 데이트에서 마셨던 와인, 매우 중요하게 기억되는 날 마셨던 와인이 좋았을 경우 여러병 구입하여 보관한다면 와인뿐만 아니라 추억까지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은 온도가 항상 낮고 변함이 없으며, 습도가 적당하고, 햇빛이 들지 않으며, 진동이나 움직임이 없는 곳에 보관하는게 좋다. 전문가들이 가장 좋다고 추천하는 장소는 옷장이다. 워크-인 클라젯이 있는 경우, 바닥에 보관하면 온도와 습도의 변화도 없기 때문에 와인을 보관하기에 적당하다. 와인을 보관할 때는 꼭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코르크에 와인이 항상 닿아있어서, 코르크가 말라서 그 틈새로 공기가 들어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옷장 속에 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2~3 개월내에 와인을 마실 계획일 경우에 해당된다. 만일 수백달러짜리 보르도 와인을 10년 이상 보관할 계획이라면 와인 저장고를 구입하거나, 지하실에 아예 와인 셀라를 꾸며야한다.
와인 저장고는 스무병 정도부터 수천병까지 보관할 수 있는 크기가 다양하다. 가격은 대략 1병당 10달러 정도를 잡으면 무난할 것 같다. 하지만 와인 저장고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점점 하락세에 있으므로, 잘 찾아보면 100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고를 800달러 미만에도 구입할 수 있다. 냉각기의 진동이 없고 조용하며, 열쇠로 잠글 수 있는 문과 온도와 습도를 표시하는 계기판을 부착한 저장고가 좋다.
와인은 그리 쉽게 상하거나 변질되지 않으므로 장기간 보관할 계획이 아니라면 꼭 저장고에 보관할 필요는 없다. 원할 때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병 구비해 놓는 차원에서 시작하여, 나중에 옷장 바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와인이 늘어나면 그때 저장고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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