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작 읽기
“우리 민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제가 명작도 많이 사다 주고, 위인전도 많이 읽게 합니다. 또 가끔은 민수가 도서관에 가서 직접 원하는 책을 골라 보라고 하기도 하지요. 민수가 도서관에서 고른 책들은 자연히 집에 없는 책입니다. 저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민수가 고른 책들이 명작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기가 고른 책이라고 유난히 많이 읽거나 빨리 읽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무슨 책이건 민수의 읽기 속도가 비슷한 것 같은데 그것이 옳은 것인지요?
얼마 전에 ‘알라딘’(Aladdin)을 비디오로 빌려왔기에 온 식구들이 모여 앉아 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민수와 같이 봤습니다. ‘알라딘’은 어린이 명작뿐만 아니라 어른의 명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민수는 ‘알라딘’을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저는 처음으로 접하는 경험이었습니다. 만화로 된 영화라 그랬는지는 왜 ‘알라딘’을 명작이라 하는지를 몰라 민수에게 ‘알라딘’의 내용을 물어보고, 또 이것이 왜 하필이면 명작이 될 수 있느냐 했더니 민수 말이 자기가 읽은 ‘알라딘’ 책이 영화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하더군요! 또 그 내용이 흥미본위의 책에서 얻는 것과 민수 자신은 구별이 잘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 질문은: (1)반드시 명작을 읽어야 합니까? 명작을 읽어야 하는 목적은? (2)명작은 그 내용을 알아야 한다면 영화나 비디오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민수 아버지-
첫 질문에서 흥미본위의 책과 명작을 읽을 때의 차이점부터 생각해 보려고 한다. 소설은 그것이 흥미본위이건 명작이건 그 줄거리(plot)가 있다. 그러나 이 줄거리에는 겉 줄거리(external plot)가 있고 속 줄거리(internal plot)가 있다. 위의 민수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예를 들어 보자!
■겉 줄거리: ‘알라딘의 겉 줄거리는 아이들이 만화로만 보기에 꼭 알맞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아주 가난한 시골 한 젊은 청년 알라딘이 하루는 하도 배가 고파서 시장에서 노점에 쌓인 과일을 훔친다. 알라딘을 늘 쫓아다니는 원숭이 아부(Abu)가 재빠르게 쫓아가서 과일 하나를 더 훔치고는 노점 주인에게 알라딘이 훔친 과일을 자기가 다시 찾아왔노라고 익살을 부려 알라딘은 그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한편 궁중에서는 혼기를 놓친 공주를 3일만에 반드시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난리가 난다. 뛰어난 미모에 가장 부자인 왕 설탄(Sultan)을 아버지로 둔 공주 재즈민(Jasmine)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혼을 안 한다고 궁전을 도망쳐 나온다. 알라딘이 과일을 훔친 그 가게 앞에 갔을 때 지나가던 웬 꼬마가 과일을 먹고 싶어하는 것을 보고 과일 하나를 그냥 집어 그 아이에게 준다. 돈을 내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저 궁전에서 곱게 자란 재스민은 몰랐기 때문이다. 상인이 돈을 안내면 손을 자르겠다고 덤벼들 때 알라딘이 와서 공주를 구해준다.
이렇게 만난 그 둘이지만 사랑에 빠질 여유도 없이 공주 재즈민의 돈과 명예를 노리는 자파(Jafar)는 당장 재즈민을 잡아 궁전으로 데려 가고 알라딘은 아주 위험한 곳으로 추방하면서 거기서 요술 램프(magic lamp)를 구해 오라고 한다. 만일 구해오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나, 못 구해오면 사형 받을 것을 각오하라고 한다. 알라딘은 있는 힘을 다 해서 매직 램프를 구해온다.
이 램프가 무엇인지를 몰라 알라딘은 이 램프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우연이 어느 한 부분을 다치는 통에 그 램프 안에서 천만 뜻밖에 지니(Genie)가 뛰쳐나온다. 지니는 자기를 그 좁은 램프에서 해방을 시켜주어 고맙다면서 알라딘은 이제 이 램프의 소유자이므로 주인의 소원은 무엇이라도 3가지를 들어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일,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하는 일: 이 3가지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3가지 소원을 소홀히 하기 꺼려 거꾸로 알라딘은 지니에게 “너라면 어떤 소원을 구할 거냐?”라고 묻는다. 지니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freedom)라고 외친다. “나는 늘 이 매직 램프를 소유하고 있는 나의 주인의 노예로 살아왔으니 비록 하루라도 주인의 노예가 아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라는 고백을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알라딘은 “좋아! 내 세 소원 중 하나는 너를 위해, 너의 자유를 위해 쓰마”라고 지니와 약속을 한다.
“사랑하는 재즈민과 결혼을 하려면 나 자신이 왕자라야 하는데…” 알라딘은 한숨 끝에 첫번째 소원으로 “나를 왕자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가난한 시골 청년에서 갑자기 왕자로 변신한 알라딘이 공주를 만나러 가기 전에 지니는, “내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공주를 만나거든 당신이 누구라는 진실(truth)을 말하시오. 사랑이란 거짓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겉만 왕자니까요”라고 말한다.
거짓 왕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겁나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데, 공주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주저한다. 거짓 왕자는 당돌하게 “당신은 나를 믿습니까(trust)?”라고 묻는다. 믿는다는 말에 그 둘은 매직 카펫(magic carpet)을 타고 온 세상을 돌며 즐긴다.
둘이 궁전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알라딘은 재즈만의 부귀영화를 노리던 자파에게 붙잡혀 자기 정체가 드러날 뿐 아니라 사형에 처하게 된다. 이때 마지막인 두번째 소원으로 자기 목숨을 살려달라고 지니에게 말하고 자기는 재즈민과 결혼할 것을 포기한다. 왜냐하면 그는 비록 아직 세번째 소원이 남아있기는 하나 그것은 지니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당신을 잃는 것이 두려워 내가 누구라는 진실을 밝히지 못 했음을 용서하시오. 그러나 내가 누구라는 것을 말하니 저는 그 거짓에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것을 나의 세번째 소원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당신과 결혼은 못해도 저는 저를 믿는 지니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라딘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기운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공주방에서 나오는데…
이게 웬일인가! 나팔소리와 함께 공주의 아버지 설탄은 왕자라야만 공주와 결혼할 수 있다는 나라의 법을 바꾸고 알라딘은 자기의 사위가 될 것이며, 이 나라의 앞으로 왕이 될 것을 선포하였다.
■ 속 줄거리: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하여 하고 싶은 주제(theme)는 ‘깨우침(enlightenment)’이다. 이 깨우침은 자유, 믿음, 진실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를 작가는 상징(symbols)으로 표현을 한다. 이 상징은 1.배경(the background) 2.등장인물(the characters) 3.이야기의 줄거리(the plots) 4.사건(the events)과 그 사건의 결말(the resolution, or the ending) 등을 통하여 알려준다(자세하게 어떻게 이 4요소를 통하여 작가가 썼는지는 지면상 다음 주에 쓰겠다).
서론에 소개한 민수 아버지의 질문에 답을 한다면: 흥미본위의 책은 속 줄거리가 없다. 명작도 이해를 못하면, 즉 겉 줄거리만 이해하면 읽으나 마나 별효과가 없다. 명작은 (1)생각을 요구하고, (2)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온다. 미국 교육의 목적은 ‘생각하는(critical thinkers) 인간’으로 만드는데 있다. 주입식으로 외우는 공부가 아니고 생각하는 공부이다. 끝으로 비디오나 영화는 그 줄거리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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