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서 온 여인이 주방 총책임
신선한 재료로 항상 새 메뉴 창조
프랑스 제국주의는 베트남을 식민지화했을지 몰라도 그 여인들마저 정복하지는 못했다. 아니 오히려 정복을 당한 쪽은 프랑스일 게다. 베트남 여인들의 조용하고 우아한 마력에 사로잡힌 프랑스 남자들은 그녀들에게 희롱 당하는 사랑의 포로였으니까.
프랑스와 베트남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꽃과 나비 같다. 카트리느 드뇌브 주연의 영화 인도차이나와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소설 연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났지만 그 결합은 조화를 이루어 갔다. 문화의 총체인 음식 역시 마찬가지. 세련된 프랑스 요리에 이국적인 아시아의 나라, 베트남의 향이 더해진 음식은 예술의 경지로 승화되기에 이른다.
미켈리아(Michelia)가 바로 그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미켈리아는 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인 향기가 강한 하얀 꽃.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레스토랑 미켈리아에는 사이공에서 온 아름다운 여인 키미가 주방의 총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가느다란 몸매의 그녀는 아침 일찍 파머즈 마켓에 가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오고 부엌에서 새로운 메뉴를 창조하며 그 요리를 남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천성이 요리사다.
17년 동안 해왔던 패션 디자이너 일을 미련 없이 내팽개칠 만큼 요리사가 되고 싶은 열망은 강렬했다.
오픈 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참내기 레스토랑이지만 아름다운 맛의 소문은 의외로 빨리 퍼져 주말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로컬 아티스트가 따뜻한 색조로 그린 해바라기와 귤은 세잔느의 정물처럼 탐스럽다. 독특한 모양의 조명 기구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한쪽 벽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분수는 특이한 모양이다.
우아하며 안락하고 포근한 인테리어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음미하며 식사할 수 있는 최적의 배경을 만들어준다.
다른 레스토랑에서 한 번쯤 먹어봤던 메뉴인데도 조금 더 부드럽고 미묘한 맛을 내는 것은 키미 탱(Kimmy Tang)의 섬세한 감각이 더해졌기 때문일까. 소프트 셸 크렙(Rose Wine Soft Shell Crab)만 하더라도 고소하게 바싹 튀긴 후 로즈 와인 소스(이름도 시적이다)를 끼얹으니 혀끝에 와 닿는 느낌이 황홀하다. 게살 케이크(Crab Cakes)도 베이즐을 으깨 만든 드레싱을 더해 신비스러운 맛이다. 라임 이파리와 함께 볶은 새우를 고추 생강을 곁들여 쌀 전병에 돌돌 만 사이공 롤(Saigon Roll)을 입에 넣으며 한 생각 일으킨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제인 마치가 중국인 부호 애인과 함께 외식하러 가서 숨도 쉬지 않고 먹었던 요리가 바로 이런 맛이 아니었을까. 새우와 쇠고기, 닭고기를 웃기로 얹은 샐러드는 동양적인 향기의 드레싱이 감칠맛을 더한다.
시푸드는 그 자체의 풍미가 좋다. 키미는 해산물의 자연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양념의 사용을 절제한다. 꿀과 라임 소스로 맛을 낸 연어(Star Anise Salmon), 매콤한 소스를 가미한 가자미 튀김(Crispy Sole), 레몬 그래스와 마늘 소스로 조리한 바다농어(Steamed Sea Bass), 실란트로와 셰리 드레싱을 끼얹은 새우요리(Cilantro Prawns)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훌륭한 메뉴다.
육류라고 어디 얘기가 달라질까. 페퍼콘을 더한 필레 미뇽(Pepper Mignon)은 수고스럽게 칼질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잘라 매콤한 소스로 맛을 냈다.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은 라즈베리를 더한 거위 요리(Raspberry Duck Breast). 부드러운 가슴살에 달짝지근한 간장, 라즈베리, 스위트 와인을 혼합한 소스를 끼얹고 설탕에 졸인 배를 곁들여 냈다. 아! 그녀는 식품의 궁합을 알고 요리의 황금률을 안다.
토마토와 파슬리 장식이 꽃을 찾은 나비의 형상. 그녀의 요리를 영한 우리는 접시 속 나비와 함께 훨훨 열락의 세계로 날아오른다. 달빛, 파리의 일몰 등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스페셜 티가 향기롭다.
Tips
▲종류: 유럽과 베트남 등 아시아 풍이 결합된 퓨전 요리. ▲오픈 시간: 월-금요일은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토요일은 오후 5시30분-오후 10분30분.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가격: 전채는 7-13달러. 샐러드와 파스타는 13-18달러. 메인 디쉬는 11-28달러. 신선한 허브 티 한 주전자는 6달러95.
▲주차: 발레 파킹 3달러50. ▲주소: 8738 W. 3rd St. Los Angeles CA 90048 한인타운에서 3가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Robertson 조금 못 미쳐 왼쪽으로 나온다. ▲예약 전화: (310) 276-8288.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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