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하차피 산 기슭 태고사를 찾아
태고사(주지 무량스님)는 지금 어떻게 되어있을까? 테하차피 산기슭에서 미국인 무량스님이 혼자 힘으로 한국식 전통사찰을 짓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지 3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태고사를 찾았고, 무량스님은 요사체의 완공에 이어 숙원이던 대웅전을 짓기 시작했다. 많은 한인들의 관심과 보시, 묵묵히 일해온 스님과 자원 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오는 3월2일 대웅전 점안식 갖는 태고사를 오랜만에 찾아보았다.
“아담합니다. 알맞아요”
대웅전이라면 크게 지어야만 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요즘에 빗대어 무량스님이 태고사 대웅전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무량스님이 한국의 전통사찰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손수 기초공사를 하고 한국에서 고건축가와 탱화전문가들을 데려와 대웅전 건축을 시작한지 벌써 2년 남짓. 지금은 막바지 건축작업이 한창이다.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좌청룡, 우백호의 두 산을 양옆으로 끼고 기의 원천이라는 후현무를 등에 업은 듯한 대웅전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대웅전 앞으로 시원하게 트인 시야가 멈추는 곳은 멀찍이 떨어진 주작봉.
이 산이 후현무에서 나온 정기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단다.
800스퀘어 피트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대웅전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난 두 해는 무량스님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간이자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근 산에서 대웅전 건축에 필요한 나무 50그루를 직접 고르고 태고사로 실어와 정해놓은 모양과 크기로 잘라 합판을 만드는 것까지 손수 해냈다. 무량스님은 이때를 ‘꿈같은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서 소개로 알게 돼 8~9개월여 동안 도편수로 함께 했던 이춘식씨와의 일이 뜻하지 않던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제가 너무 순진했던 거지요. 건축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까래 등 한국에서 오기로 했던 물건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두 번에 거쳐 10만 달러 이상을 내줬으니까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무조건 믿고 따랐던 게 불찰이었지요”
상랑식을 마치고 난 후 둘러본 대웅전은 기둥이며 처마며 잘못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지붕은 그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하게 지어져 있었다고 한다. 사찰건축의 특징 중 하나가 다 건물이 지어질 때까지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건물이 올라갈 때까지 문제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무량스님의 말이다.
그동안의 정신적, 금전적 투자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니 낙심이 이만저만이 아닌데다가 어디서 어떻게 손을 봐야할지조차 막막해 하고 있던 바로 그때 뉴욕에 있는 백림사에 볼일이 있어 미국에 왔던 고건축가 김정기씨가 무량스님을 찾아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무량스님의 딱한 사정을 들은 김씨가 다른 사람의 건축물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한국 고건축의 고정관념을 깨고 지붕부터 서까래까지 손봐줄 것을 약속한 것이다.
그후 작년 11월에는 인간문화재 허길량씨가 태고사에서 머물며 대웅전에 쓰일 문, 불단 및 불상 작업을 하기 위해 한달 여 동안 머물기도 했다.
대웅전 건축이 마무리되는 2월말에는 요사체 불당의 탱화를 그린 탱화전문가인 박경귀씨가 대웅전의 단청 및 탱화 제작을 위해 태고사를 찾을 예정이다.
“대웅전 건축을 통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좋지 않은 경험도 했고 더없이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할 기회도 있었고요. 힘들고 실망스러웠던 경험까지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무량스님은 “대웅전 건축이 참선과 수행을 위한 것이지 문화재를 지으려는 것이 아니니까요”라며 선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태고사는 무량스님과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오는 3월2일 마침내 대웅전 점안식을 갖는다.
점안식은 대웅전에 놓인 불상의 눈을 뜨이는 예식으로 이를 마치고도 도료작업 및 세부 마무리작업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때부터 대웅전을 사용할 수 있게된다.
문의 (661)822-7776. 이메일은 mountainspirit @starband .net이며
웹사이트는 www. mountainspiritcenter.n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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